진실은 어디 있고, 앞으로 나아갈 길은 어디 있는가?아니면 일관된 서사란 것은 대립하는 판단들을 화해시키려 하는 것이기에 망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냥검토해 볼 만한 암시적 사실들을 그냥 나열하여 어떤 사람을설명해 보는 것도 똑같이 가능할지 모른다. - P217
나는 또 그런 상황에서는 늘 생겨날 위험이있는 그 경쟁적 슬픔의 순간을 피하고 싶었다. 누가 그녀를가장 잘 알았는지, 누가 그녀를 가장 애도하는지. 나는 엘리자베스 핀치와 둘이만 있고 싶었고, 그래서 그녀를 머릿속에넣은 채 집으로 갔다.
아이 때는 다리가 있으나 없으나 어디를 갈 수 없는 건매한가지다. 어른이라는 벽이 둘러싸고 있으니까. 우리곁에 균열이 나지 않은 어른은 없다. 그러니 불안하지 않은 아이도 없다. 지금 목격하는 저 삶의 풍랑이 자신의 것이 될까 긴장했고 그러면서도 결국 자기를 둘러싼 어른들이 세파에 휩쓸려 사라질까봐 두려웠다. 마구 달려서 자기 마음에서 눈 돌리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순간이 아닐까. 나는 아마 산아도 그래서 자전거를 타고 달려오지 않았을까 짐작했다. - P179
사랑하는 사람이 엄마처럼 죽지 않고 이렇게 특별한 자기 냄새를 내며 내 옆에 살아 있는 게좋았다. - P194
헤어진다는 상상만으로도 두려움이 몰려왔지만 내색은 하지 않았다. 나약함을 감추는 건 내 마음과 몸에 습관처럼 배어 있었다. 순신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최종의 마음까지는 내보이지 않았다. 그건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방법을 몰랐던 데 가까울 것이었다. 누군가에게는그런 것이 너무 어려웠다. 슬프면 슬프다고, 상처가 있으면 상처가 있다고, 떠날까봐 두려우면 두렵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 - P195
이후 후쿠다는 프랑스의 여러 지역, 때론 인접한 유럽 국가를 시찰하고 청강생으로 대학 강의들을 들었지만이토 히로부미에게 장담한 것과 달리 대체로는 포도 산지와 양조장들을 주유(周遊)했다.*주유: 두루 돌아다니면서 구경하며 놂. - P117
야앵*야앵: 밤에 벚꽃을 구경하며 노는 일. 주로 공원에서 벚꽃이 피는 기간에 실시한다. - P124
삶이 달아나도 인연은 달아나지 않는단다. - P9
할머니의 말은 사실이었다. 삶이 달아나도 인연은 달아나지않으니, 우리는 마지막 순간에 늘 웃으며 헤어지게 되어 있다.결국 인연이란 돌고 돌아 헤어져도 끝이 아니었다. - P2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