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때는 다리가 있으나 없으나 어디를 갈 수 없는 건매한가지다. 어른이라는 벽이 둘러싸고 있으니까. 우리곁에 균열이 나지 않은 어른은 없다. 그러니 불안하지 않은 아이도 없다. 지금 목격하는 저 삶의 풍랑이 자신의 것이 될까 긴장했고 그러면서도 결국 자기를 둘러싼 어른들이 세파에 휩쓸려 사라질까봐 두려웠다. 마구 달려서 자기 마음에서 눈 돌리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순간이 아닐까. 나는 아마 산아도 그래서 자전거를 타고 달려오지 않았을까 짐작했다. - P179
사랑하는 사람이 엄마처럼 죽지 않고 이렇게 특별한 자기 냄새를 내며 내 옆에 살아 있는 게좋았다. - P194
헤어진다는 상상만으로도 두려움이 몰려왔지만 내색은 하지 않았다. 나약함을 감추는 건 내 마음과 몸에 습관처럼 배어 있었다. 순신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최종의 마음까지는 내보이지 않았다. 그건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방법을 몰랐던 데 가까울 것이었다. 누군가에게는그런 것이 너무 어려웠다. 슬프면 슬프다고, 상처가 있으면 상처가 있다고, 떠날까봐 두려우면 두렵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 - P1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