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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학의 현장을 찾아서
강진호 지음 / 문학사상사 / 2002년 8월
평점 :
품절
저는 아직은 경치가 아름다운 곳보다는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곳을 더 좋아합니다. 올 5월에 프랑스에 갔을 떄 경치가 좋은 도빌이란 곳을 찾아가서 참 좋았습니다. 그런데 좀 다니다보니 이곳은 경치도 경치이지만 과거 제2차 세계대전 때는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벌어진 곳과 매우 가까울 뿐만 아니라 영화 '지상최대의 작전' 에 나온 프랑스의 작은 항구와 너무나 꼭 닮아 있다는 느낌이 들어 더 더욱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평범한 시골마을이지만 언제 언제에는 이러이러한 사건이 벌어진 곳이라는 생각을 하니 더 친숙해진 듯한 기분이었죠.
이렇듯 무언가를 알고 여행지를 찾아가게 되면 그 기분이 남다르게 되죠. 산천의 아름다움도 아름다움이지만 그 산천을 누볐던 사람들의 사건과 사람들의 행적을 알게 되면 마치 자신이 그가 되어 다시 찾은 듯한 기분이 드니까요.
아직은 국내에서 그런 역사찾기를 한 적은 없습니다. 언젠가 해보고 싶어서 이번에 출간된 이 책도 구입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역시나 이 책은 저에게 우리 현대문학의 거봉들이 명작을 남기게 된 배경이 결코 머리 속만의 상상력은 아니었을 거라는 짐작을 하도록 합니다. 모란꽃이 피기를 기다리는 영랑의 그 마음이 결코 전남 강진의 풍광과 무관하지 않음을 그리고 식민지 시대 상처받는 사람들의 마음을 그린 채만식의 많은 작품들은 결국 군산의 현실에서 비롯되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디 그 뿐인가요. 선운사가 왜 그리 가고 싶어지는지요. 서정주가 아름다운 시를 남기게 된 것은 고창의 아름다움, 선운사의 영향이 결코 적지 않았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메밀꽃 필 무렵으로 유명해진 강원도 봉평이 이제 메밀밭을 아름답게 잘 가꾸어 9월이면 수많은관광객들을 불러 모은다는 것 역시 예사일은 아니죠.
언젠가 이 책을 들고 전국 곳곳을 누비고 싶습니다. 아 전 이미 책을 통해 감명받은 곳을 다녀본 경험이 있군요. 지난 여름 휴가를 이용해 이미 부석사를 다녀왔죠. 그것은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본 감명을 잊지 못해 찾은 것이었습니다. 이미 그 책은 오래 전에 읽어 잘 기억도 안 나지만 마음 속에 남는 감명이야 남다른 것이 되었습니다.
여행을 갈 때....그냥 유명한 곳이라서 한번 가보는 것이 아니라 그 곳이 낳은 유명한 문학가의 흔적을 느끼고 싶어 찾게 된다면 가는 길의 돌 한 조각, 나무 한 그루가 예사롭지 않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결국 우리는 책을 많이 읽어야 하고 읽은 다음에는 찾아가야 하는 것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