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오디세이 - 고통과 치유의 이야기
김송연 지음 / 살림 / 2021년 3월
평점 :
절판


BTS. 이름은 커녕 얼굴조차 모른다. 이상하게 생각할런지 모르지만, 어린시절 서태지와 아이들이 1집 활동을 마친 다음에서야 비로소 그들에 대해 알게 되었다면, 조금 이해를 구할 수 있지 않을까. TV를 켜는 일이 거의 없었기에 어린시절 친구들과의 대화는 외계어에 가까웠다. 어른이 되니 조금 나아졌다. 같이 모르는 것이 많아지는 것이 안도감을 주었다. 그래도 BTS는 좀 그런거 같다. BTS 보유국에 살아가는 터라 의무감으로라도 알아야지 싶다. 그렇게 책을 펼쳐들었다. 아이돌 그룹으로 고통의 치유를 겪었다는 이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으로 첫 대면을 여는 것이 어떨지 조금은 망설이면서.


 

<BTS오디세이>를 통해 BTS를 더 알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다. 책을 넘기며 저자가 감격해 하는 루트를 따라 BTS 곡의 제목을 검색해서 노래도 처음 들어보았다. 몇몇 곡은 '나조차도' 멜로디가 익숙한 부분이 있는 것을 보니, 메가 히트곡이 맞는가 보다. 그러나 그들과 사랑에 빠지기에는 오래도록 다듬기를 멈추어 무게를 더욱 견디기 어렵게 되어버린 녹슨 문이 버겁다. 그러나 의도와 달리, 저자 김송연의 글에는 반해버렸다. 특히 융의 철학과 묘하게 접점을 찾아가는 BTS 현상의 분석은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다. 처음이라고 했던가? 이 책이 저자가 글을 쓴 첫 도전이었다는 건가. 그에 대한 설명을 더 듣고 싶었다. 젊은 시절 자신을 고갈시키던 세상을 떠나, 프랑스인 남편을 만나 도피에 가까운 프랑스 이주를 했다는 저자는, 그곳에서 듣고 말하지 못하는 이방인이 되어 고립된 채 아이를 기르고, 이해받지 못한 채 자신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녀가 오래도록 발산하지 못하고 있던 창조성에 대한 갈구는 쓰러져가는 그녀의 마음을 불교 철학과 융의 사상으로 아슬하게 붙들고 있는 형국이었다.

엄청난 광기에 휩싸인 것도 아니다. 지나친 열병에 걸린 것도 아니다. 그저 저자는 BTS로 위로받고 있는 40대 아줌마였다. 그들의 노래와 춤을 듣고보며 지금의 고통에서 벗어나고, '그들처럼' 가진 모든 것을 하나를 위해 집중하고 싶다는 생의 소망을 다시 품게 된 평범한, 자아를 잃어가던 한 사람이었다. 그러던 저자에게, BTS는 상처를 치유하고 위로하는 존재였을 뿐 아니라, 그 동안 누구와도 공감할 수 없고, 누구로부터도 자신 스스로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은 적 없던 고독의 땅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그녀의 국가에 대해, 그녀가 알고 있는 것들에 대한 관심을 받게 된 계기가 되어준다. 엄마를 부끄럽게 생각했던 딸아이와 함께 BTS 음악을 듣고 따라 부르며 춤도 춰보고, 한국말을 한다는 이유로, BTS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는 이유로, 조카들이나 딸의 친구들, 심지어 BTS 현상에 끝내 흔들려버린 콧대 높은 프랑스인들로부터 선망의 시선을 받게 되는 꿈 같은 일을 경험하게 된다.

 

이제 저자는 예전만큼 BTS에만 매달려 오늘을 살아갈 이유를 찾는 일은 없다. 물론 여전히 BTS 극성 팬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토록 절절한 그들을 향한 찬양을 담은 <BTS오디세이>를 책으로 내지 않았겠는가. 그러나 그녀는 이미 고통에서 치유가 된 회복자이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고통과 치유의 경험에 대해 가감없이 세상에 내어놓았다. 처음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수려한 글솜씨도 함께 말이다. 그녀의 낯선 걸음이 바람대로 대지의 별에 닿게 되기를, 누군가에게 다시 꿈꿀 이유가 되어 주기를. 자신에게 BTS가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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