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살고 싶은 시간
신민경 지음 / 책구름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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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의 글을 읽다가 책을 덮고 잠시 방안을 서성인다. 삶에 주어진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음을 선고받은 누군가의 신변정리 글에 마음을 담아볼 여유가 있는가 고민한다. 더구나 저자는 스펙과 학업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대부분의 시간을 쪼개며 살아온, 제대로 그 쌓은 것들을 사용해볼 기회조차 얻지 못했던, 서른살 중반의 청년이다. 누군가의 비극을 보고, 그래도 나는 살아있으니 감사하다며 책을 덮는다면, 저자의 글은 세상에 뿌려졌다 그냥 흩어지는 글자일 뿐이다.

 

고통 속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 쓴 글. 저자가 세상에 진 빚을 갚는 방법은 그가 살아온 방식과 닮아있다. 누군가는 좌절을 하고, 저주를 하고, 하루하루 고통 속에 채념을 하기에 이를, 말기암 환자의 치료과정을 겪어내는 저자의 방식은, 살아있음에 감사함을 느끼게 하기보다는 오히려 미안함을 갖게 한다. 누군가의 하루는 별뜻 없이 반복되는 일상 중 하나로 시작될 터이지만, 저자의 하루는 더 살고 싶다, 살게 해주세요,로 시작되는 간절한 구원의 갈구이다. 제대로 하루를 살았다고 보기도 어려운 고통스러운 항암치료의 연속인데도, 뼈만 앙상한 팔에 또다시 종일 주삿바늘을 꽂고 있어야 하는, 마약성 진통제의 힘을 빌어서만 쪽잠이라도 들 수 있는 하루이지만,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그간 미뤄왔던 진정 하고 싶던 일들을 하나 하나 해나가고 있는 작가의 모습을 지켜본다.

 

시작 부분에서는 아직은 스스로 밥도 지어 먹고, 빨래도 하고, 분리수거도 한다며 스스로를 대견해했던 작가의 글쓰기는, 후반부로 갈수록 죽음과 닿아있다. 몸을 일으킬 힘도 없이 체중이 줄어, 뼈가 자꾸 부딪히는 통에 그 동안 사용하던 의자에는 걸터앉기가 어려워져 푹신한 일인용 소파 하나를 구입했다는 작가는, 새로 산 노란색 의자 하나가 너무도 마음에 드니 하루만 사용하면 아깝다며 다음 날도 꼭 살아있게 해달라는 연명의 기도를 한다. '살고 싶다, 살고 싶다, 살고 싶다...' 때론 쿨하게 죽음을 이야기하고, 때론 가까운 사람들의 마음을 살뜰히 챙기며 자신의 사후를 준비해가는 작가이지만, 늦은 밤을 지나 동이 터올 무렵에는, 다시 시작되는 그 하루를 살고 싶다는 간절함이 여과없이 담겨나온다.

 

2020년 12월 말부터 2021년 1월 말까지 적어내려간 글을 엮은 책, <새벽 4시, 살고 싶은 시간>은 2021년 2월 1일 발간되었다. 작가는 오늘 새벽에도 병을 이겨내기 위해 기도를 하며 눈을 떴을까. 작가의 바람대로 생사生死를 궁금해 하지 않고, 그저 언제나처럼 최선을 다해 어디선가 살아있을 사람이라고 믿어본다. 그리고 독자讀者의 하루 역시, 오늘도, 내일도, 그렇게 작가가 살아낸 하루의 가치에 뒤지지 않을 시간이 쌓아지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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