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워커스 -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
성남주 지음 / 담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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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성년이 되기 전까지는 미래를 위해 교육을 받고, 성년이 되어서는 은퇴하기 전까지 직업 활동을 하며 노후를 대비하고, 은퇴한 이후에는 여행 등 여생을 즐기며 노후를 마감하는, 기존의 3단계 삶의 공식에 대한 사망을 선언한다. 구관이 명관이고, 옛말에 틀린 말이 없다고 했던가. 더불어 작가는 단호하게, '팔방미인은 박복하고 끼니 걱정을 한다'는 옛말에 대한 종식을 고한다. 감사한 말이다. 작가의 선언대로, 이제는 재주 많은 멀티플레이어들의 세상이다.

 

그간 100세 시대라는 말을 흘려 들어왔지만, <호모워커스>를 읽으며 그 말이 새삼 감사하게 느껴졌다. 한 가지 일에 만족할 수 없는 다방면 재능 보유자들은 한 평생을 하나의 직업 속에 몰아넣는 '한 우물을 파라'는 인생 격언에 다분히 반감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한 번 사는 인생인데 굳이 한 가지 일에 전 생을 바쳐야 하는가. 그 외에도 잘할 수 있는 일들이 얼마든지 있고, 설사 그곳에서 본래 직업 만큼의 성과를 올리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여러가지 일들을 몸소 느끼고 경험하면서 살아보는 것이 훨씬 가치있는 삶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다. 그리고 저자는 그들에게 '당신들이 옳았소'라는 격려의 말을 아낌없이 쏟아낸다.

 

책의 제목이 <호모워커스>라고 하니, 평생 일만하다 죽는 인간상을 그리는 사람도 있겠지 싶다. 그러나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다양한 일을 통해 발전되어가는 인간의 본성이다. 그것은 인류에게 주어진 시간이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길어진 점과 맞물려, 인간에게 주어지는 삶의 형태 역시 스스로를 통해 발전되어가는 다양성의 융합을 통해서만 가장 강렬한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은퇴 후의 삶이 직업 전선에서 내려와 휴양지에서 뒹구는 한가한 시기가 아닌 이상, 은퇴 이전의 삶 역시 현실을 만족시키고 노후를 미리 메우는 치열한 삶의 모양은 아닐 것이다. 하나의 직업으로 만들어가는 젊은 시절의 생활 역시 다양한 수단을 통한 자기만족과 여가와 공존해야 하고, 노후를 위해 소모적인 일상이 되어서는 안된다. 또한, 노후 역시 지금까지의 노후와는 달리, 또 다른 직업인의 활동 무대로서 가꾸어 나가야 한다. 결국 어린이의 시간, 젊은이의 시간, 그리고 늙은이의 시간이 모두 모호한 경계를 지나 흘러내려가는 거대한 강 줄기처럼 뒤섞여, 현실을 위하고, 과거를 늘 잊지않고, 미래를 소망하는 한 사람의 바다로 수렴해 갈 것이다.

 

작심 3일. 마음을 먹고 이루어가는 세 가지 일. 3일밖에 유효하지 않은 인간의 마음가짐이라는 뜻을 지닌 作心三日을 넘어, 작가는 한 사람의 하루를 구성하는 3가지 일을 마음먹기를 권한다. 그 세 가지는 나와 우리, 그리고 그들을 위한 일이다. '나'를 위해 충분한 시간을 사용하고, 나를 둘러싼 '우리'라는 소중한 울타리를 위해 가진 에너지를 아낌 없이 사용하며, 울타리 밖 타인의 불행에 공감하고 善意를 베풀 수 있는 사람, 이 시대를 살아가는 건강한 인간상, '호모워커스'의 등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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