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 넘치는 생각 때문에 삶이 피곤한 사람들을 위한 심리 처방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크리스텔 프티콜랭 지음, 이세진 옮김 / 부키 / 202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정신적 과잉 활동인 (surefficience mentale) 에 대한 분석과 그들의 심리적 특수성으로 인한 고충들을 살핀 후, 그들에게 적합한 생존 전략을 제시하는 책이다.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책 제목만으로는 생각이 많은 사람들과 묻어 둘 수밖에 없었던 생각을 나누며, 그래도 지금까지 잘 지내왔으니 힘들어도 앞으로 잘 될 거에요, 식의 위로와 따스한 말 한 마디를 남기는 수필 정도로 생각했는데, 다소 놀라운 발견을 할 수 있었던, 전문 심리학 서적이다. 저자 크리스텔 프티콜랭은 프랑스 심리치료 전문자로, 20여년간 현장에서 심리 치료를 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환자들 사이에 발견하게 된 일정한 루틴을 파악하고, 그들의 정신적, 심리적 활동 상태를 '정신적 과잉 행동'으로 규정한 다음, 그들의 심리양식과 행동 방식을 하나의 커다란 심리학 분야로 끌어와 전문적인 분석과 치료가 가능한 영역을 명쾌하게 해석해내고 있다.

 

'정신적 과잉 활동인'은 한 가지 일에 몰두하기에는 꼬리를 무는 정신적 활동의 왕성한 자극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전형적인 우뇌형 인간을 뜻한다. 그들은 대부분 과민하거나 까탈스럽다거나 지나치게 감정적이라는 식는 부정적인 주위의 반응으로 인해 스스로의 정신 상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 길들여진 채 '스스로가 되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며 살아온 불행한 사람들로서, 저자 크리스텔 프티콜랭에 의하면 이들은 인류의 무려 약 15~30%에 해당한다. 그러나 그들의 과민성은 순전히 신경 회로의 문제일 뿐이고, 남들과 다를 뿐 전혀 '나쁘지 않은' 심리적 특성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왕성한 정신적 활동의 결과물을 통해 이루어낼 수 있는 것들 또한 인류 역사상 매우 긍정적이었다는 점에 대해 역사적 실례를 들어 설명하기도 한다. 그리고 덧붙이기를, 스스로도 역시 정신적 과잉 활동인 중 하나라고 말한다.

 

저자는 스스로의 정신 세계가 남들과 다른 점에 대해, 심리 전문가로서 일찍부터 인식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과정에서 수많은 환자들을 대하던 중, 그들의 고민들 역시 자신의 것과 매우 흡사한 부분에 대해 알게 되고, 스스로가 자신의 정신적 과잉 활동적 특성을 활용해 오히려 남들보다 나은 성과를 올리고 있는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환자들뿐 아니라, 자신과 직접 만날 수는 없으나, 같은 고민을 가지고 스스로를 학대하고 있을지 모를 심리적 과잉 활동인들에게, 잘못된 자존감에 대한 재건과 그들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깨우침을 책으로나마 담아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저자의 바람대로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는 전 세계 17개국에서 출간되고, 프랑스 아마존 베스트셀러가 되었을 뿐 아니라 한국에서는 7년전 초판 발행 후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하며 강연차 초대를 받아 한국에 방문하기도 하였다. 이번에 2021년 한국어판 서문을 수록하여 재발행된 개정판이 이 책이다.

 

저자의 분류에 따르면, 필자는 전형적인 좌뇌형 인간이다. 좌뇌형 인간은 전 인구의 70~85%를 차지하고 있다는 저자의 설명대로, 표준형, 즉 '표준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 normopensant' 이기 때문에 이 책의 필요성이 다른 뇌신경회로의 소유자들, 즉 정신적 과잉 활동인에 비해서는 조금 덜 할지 모른다. 그럼에도 이책은 반드시 전인류가 한번쯤 읽어보아야 할 책이라고 단언하고 싶다. 책을 읽으며 몇번이고 생각나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에 대한 섣부른 그간의 판단이 어쩌면 알게 모르게 그들의 '표준에 맞추어 살아가려는 몸부림'에 장애가 되었을 것임을 깨달았다. 그들은 애당초 맞추어 살아가야 할 사람들이 아니었다. 있는 그대로의 상태를 존중받았어야 마땅하고, 그들의 다른 사고방식이나 행동패턴에 대해서도, 유별나지 않은, 그냥 특별한 것일 뿐이라고 바라봐주었어야 했다. 그렇게 하였다면 그들은 자신의 자존감에 대한 올바른 판단을 하고, 자신의 심리상태를 본성과 다른 방식으로 맞추어 가야할 세상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내어 분명 덜 힘든 시간을 보냈을 것이고, 어쩌면 스스로의 특성을 십분 활용한 성과물도 세상에 자랑스레 내놓았을 것이다. 이제는 우리가 노력해야 한다. 그들은 지금까지 너무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우리의 정신세계를 파악하고 맞추어 가는 데에 소비했다. 이제는 우리가 그들의 이야기를 읽고, 깨닫고, 인정해야 할 시기이다. 인류 중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하는 정신적 과잉 활동인들이 충분히 정신적 활동을 쏟아내면서도 함께 공존할 수 있을 날을, 조금은 앞당길 수 있을 소중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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