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우지 않아도 삶에 스며드는 축복
정애리 지음 / 놀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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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애리, 그리고 작가 정애리. 잔잔한 물결 같은 저자의 글은, 작가가 직접 촬영한 사진 한 두장과 어우러져 꾸며내지 않은 삶의 언저리와 사람을 향한 따스한 시선, 그리고 이루고픈 작은 소망들을 이야기한다. 삶의 언저리에서 만나게 되는, 조금은 견디기 힘든 실패의 순간들, 그러나 다시 추스르며 현재를 덤덤히 살아낸 시간들에 보내는 작가의 작은 위로가, 여기까지 왔으니 그만하면 꽤 나쁘지 않았다며 토닥인다. 힘겹던 암투병을 마치고 다시 거울 앞에 선 날, 치료를 위해 짧아졌던 머리를 다듬고, 오랫만에 화장도 하고, 멋내어 웃어보는 배우, 그리고 작가 정애리. 그녀의 카메라를 향한 시선은, 오늘을 견디고 있을 또다른 이들의 고통에 함께하고, 그들을 위로하고, 함께 아물어갈 生의 기록이 되어준다.

 

사람의 수고가 닿은 곳곳에 무심코 던진 작가의 시선에서 시작된 글쓰기는,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땀방울에 대한 따스한 온기를 담고 있다. 그것은 쉽게 끝나는 수고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삶의 여기저기에 쉼표가 있기에 다시 힘을 내어 수고의 열매 맺기에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 그렇게 모든 사람의 정직한 노동의 댓가들이 모여 이루어가는 삶이라는 큰 그림 속에, 작가는 꽃 하나, 풀잎 하나, 그리고 감사의 마음 하나를 덧대기 위해 오늘도 글을 쓴다.

 

그렇게 매일 시를 쓰는 마음으로 적어내려간 글들은, 작가 정애리의 삶에 스며드는 작은 축복이자, 그녀가 이루고픈 소망들의 단초가 된다. 글 속에서 만나게 되는 작가의 인간애가 단순히 생각이나 글에서 멈추지 않고, 실제 현장에서 그 힘을 발휘하고 있기에 그녀의 글쓰기는 많은 이들의 마음을 두드리는 힘을 지닌 듯하다. 30년 이상 계속된 그녀의 사랑나눔은 노량진 '성로원'을 시작으로 '월드비전', '연탄은행', '생명의전화' 등 우리 사회 곳곳의 아물지 않은 상처들에 대한 덧댐을 이루고자 하는 끊임없는 활동들의 중심에 있었다.

 

소금과 황금 그리고 지금. 只今. 오늘도 고단한 허리를 맘편히 펴보지도 못하고 어깨에 한 짐 두른 채 퇴근길에 서있을 당신을 위한 글이다. 그리고 내게는, 칭얼거리던 아기를 재우고 겨우 한숨 돌리며 소파에 깊이 몸을 묻은 채 힘겨운 책장 한장을 넘겼을 때 읽었던 글이다. 지금.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자하니 잊고있던 오늘의 감사가 두서없이 머릿 속에 가득해져간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금을 적어도 두 개나 가지고 있음으로 인한 감사. 작가가 <채우지 않아도 삶에 스며드는 축복> 속에 담아놓은, 삶에 가득한 축복의 나눔으로 인한 비움의 기록들은 삶의 한켠에서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피어나는 꽃다지처럼, 뜻밖의 행운은 아니지만 늘 가득했던 행복들처럼 오늘을 가만히 메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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