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
도노 하루카 지음, 김지영 옮김 / 시월이일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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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있다. '요스케'. 법학부 대학 졸업반인 그는 운동으로 잘 다져진 근육과 열정적인 삶을 살아가는 여자친구 '마이코'를 가진, 그리고 공무원시험 준비 중임에도 불합격에 대한 걱정은 그리 하지 않는, 부러울 것 없는 남자다. 아마도 책 표지에 얼굴의 중앙부분이 생략된 채 독자를 바로 보고있는 듯한 남자의 얼굴이 요스케의 것일 듯 하다. 같은 옷을 입고 같은 배경 앞에서 찍은 사진 같은 모습. 그런데 특이한 점은 중앙의 상당한 부분이 가리워진 양 옆으로는 얼굴선, 귀, 그리고 머리카락 정도가 보일 뿐인데도, 분명 양쪽에 나타난 남자의 얼굴은 너무도 다르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짙게 드리워진 그늘, 다듬어지지 않은 머리카락, 그리고 날선 듯한 근육의 미세한 긴장감에서 읽혀지는 오른쪽의 그는, 다소 소름끼치게 일그러진 표정을 짓고 있는 듯 하다.

<破局> 책의 이름을 보니, 비극적인 결말이다. 별다른 어려움 없이 모든 것을 소유하고, 누군가에게는 우상과 같은 선배였을 그가 파국에 이르게 된 원인을 찾고자 바삐 책장을 넘겨본다. 또 한 명의 여자가 등장한다. '아카리'. 이제막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인 그녀는 숨바꼭질을 즐기고, 아직은 놀이터에서 미끄럼틀을 탄대도 우스워보이지 않을 앳된 외모를 가졌으며, 남자를 경험해본 적이 없고, 요리에 기막힌 재주를 가지고 있을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요스케에게 먼저 접근해 온, 또다른 즐거움이 되어 줄 여자다. 이제 그들이 삼각관계가 되는 것은 너무 뻔한 스토리인가. 그들은 모두의 예상대로 그렇게 얽힌다. 다만, 세 명의 주인공 모두가 깊은 감정의 골을 오고가는 난잡한 감정의 분출을 드러내지는 않는다. 젊은 세대답게 쿨하게, 다만 다소 받아들이기 힘든 나름의 방식을 통한 이별 의식에 따라 상황을 정리해간다.

그 과정에서 마이코가 요스케에게 들려준 하나의 이야기는, 마이코가 한 남자에게 쫓기던 기이한 날의 이야기인데, 그것이 꿈이었는지, 결말은 어떻게 된 것인지가 분명하지 않다. 수업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이야기를 마치지 못한 채 자리를 떠버리는 마이코. 그녀의 이야기는 다시금 기이하게 소설의 마지막까지 뇌리에 남는다. 매일 같은 꿈을 다른 결말로 꾸게 된다는 그녀의 이야기는, 빠른 속도로 치닫는 요스케의 파국 현장에서 묘하게 겹쳐 보인다. 책은 쓰여지는 순간부터 독자의 것이라고 했던가. 그렇다면, 용기를 내어 소설의 결말에 관한 나름의 분석을 덧붙이려 한다. 요스케가 맞은 결말은 어느 순간부터는 그의 꿈속에 반복되는 장면 중 하나의 결말이다. 그 결말은 매일 다를 테지만, 소설 속의 결말은 아카리가 이별을 고하고, 아카리를 좇던 중 가로막는 남성을 가격하자 그가 사망하게 되는 사고가 발행하고, 결국 알수없는 사람들 무리에 둘러싸여 경찰에 연행되어 가는 破局이다. 아카리가 이별을 고하게 되는 날 아침, 요스케는 잠에서 깬 순간부터 냉정을 잃고 잦은 두통과 어지러움, 성욕, 식욕의 극한 감퇴를 호소한다. 대부분 요스케의 시선을 따라 냉정한 어투로 쓰여지던 소설은, 그 순간부터 흩어진 정신세계와 현실세계의 교차를 서술하기에 바쁘다. 요스케의 모호한 꿈 속의 시선을 따라가기 때문으로 보인다. 꿈은 잠재된 현실로, 다가올 현실과 맞닿아 있다. 꿈 속의 결말은 다소 모호하거나 여러갈래로 나뉘어 반복된다. 그 중 어떤 하나를 현실의 결말로 맞이할지는, 지금의 현실을 살아내는 사람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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