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가는 십우도 여행
오강남.성소은 지음, 최진영 그림 / 판미동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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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나로 살고자 하는 이들에게 보내는 한 통의 따뜻한 편지입니다. 지금까지의 날 말고, 오래전부터 나를 기다리는 '또 다른 나'를 만나고 싶다면 주저하지 말고 길을 나서기 바랍니다. 본문 중

 

 

십우도 十牛圖 열장의 소 그림이다. 다만, 그 그림들 속 주인공은 '소'라기 보다는 그 소를 발견하고 길들여 끌고 집에까지 돌아왔다가 스스로만 남은 채 다른 이와의 관계를 위해 다시 길을 나서는 한 '인간'이다. 찾아야 할 보람되고 의미 있는 그 무엇을 십우도에서는 '소'로 상징한다고 한다. 그러나 결국 그 '소'란 진정한 자신, 즉 본래 내 안에 있었지만 자신의 무명 無明과 미망 迷妄으로 인하 지금껏 의식하지 못한 채 살아온 '스스로의 무한한 가능성'이라고 작가는 평한다.

불도 佛道 . 이 책은 선불교 전통에서 내려오는 십우도 이야기를 통해 참된 나를 발견하고, 그것을 타인과 나누는 生의 眞味를 다루는 것으로, 불교적 색채로 도색된 책이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기독교인이고, 그 정도를 스펙트럼 1~10으로 표현해보자면, 10도 맨 끝쪽에 자리를 틀고 앉을 만한 골수 기독교인이다. 우습게도 작가는 한 때 본인 역시 주일예배를 목숨처럼 드리던 기독교인이라고 소개한다. 그 후 기독교 안에서 발견하지 못한 진실된 모습을 불교에서 발견하고, 그것을 연구하는 일에 몰두한 결과 지금은 그 분야의 저명한 학자가 되었다고 소개한다.

십우도 역시 그런 맥락에서 아주 즐거운 여행길을 제시한다. 자신의 참된 모습을 찾아 나서고(1장 심우 尋牛), 그 자취를 발견하고(2장 견적 見跡), 이내 마주보게 되고(3장 견우 見牛), 그것을 나의 일부로 만들어(4장 득우 得牛), 나 자신과 합일이 되도록 노력하며(5장 목우 牧牛) 스스로에게 집중하고(6장 기우귀가 騎牛歸家), 그러한 후에 나와 너의 경계를 허문(7장 망우존인 忘牛存人)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고(8장 인우구망 人牛俱妄), 이어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본 후(9장 반본환원 返本還源) 세상에 나가 자신의 깨달음을 나누고자 한다는 것(10장 입전수수 入鄽垂手).

 

모르는 마음을 쫓다 보면 어느 모퉁이에선가 견적 見積, 내 본성의 자취를 볼 수 있다. 보름달 같은 둥근 앎이 떠오를 때까지 '오직 모를 뿐(Only don't know).'

본문 중

 

책의 묘미 중 하나로 삽화를 빼놓을 수 없다. 초록색의 다소 신비스러움을 드리운 牛. 그 위에 올라타 평안한 표정으로 쉬고 있는 소년의 모습은 어머니의 품에 안긴 아이처럼 걱정을 잃은 듯 보인다. 진정한 자신을 만나, 그와 하나가 된 후에야 느끼는 안정감. 소우도 10장의 단계 중 어디쯤에 왔을까. 자신의 자취를 만나 그 등에 올라타기 위해 노력하는 단계 정도일까. 되돌아가 그간의 여정조차 다 잊고, 훌훌 털고 나와 타인과 함께 나눌 수 있는 모습쯤은 生의 발자취를 정리하고 있을 법한 오랜 후의 언제쯤이나 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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