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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이 자본이다 - 류지연의 에니어그램 특강
류지연 지음 / 타래 / 2020년 10월
평점 :
인간의 타고난 성격은 쉽게 변하지 않으므로 '성격은 운명을 결정한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 책은 변하지 않는 인간의 성격자원을 어떻게 관리, 개발하고 인생 자본으로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라고 할 수 있다. - 본문 중
에니어그램(Enneragram) 다소 생소한 용어다. 성격분석과 아무런 관련이 없고, 성격진단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도 없을뿐 아니라, 크게 관심도 갖은 적 없는 사람이기에 더욱이 그렇다. 자칭 에니어그램 전도사이자, 에니어그램에 '미쳤다'라고까지 자평한 저자에게는 꽤 실망스러운 독자다. 그래도 적잖은 사람들이 같은 입장일거라 생각했는지, 저자는 에니어그램에 대해, 그리고 직접 창안해 내고 특허까지 받아낸 '성격자본 性格資本, Personality Capital'에 대해 상당한 페이지를 할애하여 설명하고 있다.
에니어그램(Enneagram)의 어원은 그리스어 '에니어(Ennea)'라는 숫자 9와, '그림, 점'을 뜻하는 '그라모스(Grammos)'의 합성어로 9개 점으로 이루어진 그림을 뜻한다. 성격분석학적 관점에서 보자면, 에니어그램은, 간단히 말해, 인간의 성격 및 행동유형을 9가지로 분류한 이론이다. 먼저 인간의 성격을 3가지 힘의 중심(머리Head, 가슴Heart, 배Body)로 나누고, 각 중심의 의존점(머리는 사고Think, 가슴은 감정Feel, 장은 본능Instinct)에 반응하는 방법(순응, 억제, 부인)을 따라 각 3유형으로 다시 세분화한다.
아무리 에니어그램의 어떤 유형별 특성에 관해 주의깊에 읽어보아도, 나의 성격을 분석하는 한 유형에 다가서지 못했다. 상황에 따라, 대상에 따라, 목적에 따라 각각의 유형을 여러차례 옮겨가며 해당하는 모습을 밝견했을 뿐이다. 작가의 분석에 따르면 첫 분류 기준인 힘의 중심 안에서 하위 3유형은 성격건전성의 정도에 따라 오갈 수 있다는 것인데, 아무리보아도 힘의 중심조차 상황이라 목적, 대상에 따라 변동되는 듯 보인다. 인간의 성격을 기준에 따라 분류하는 것이 대인관계 형성이나 자아발견, 심지어 마케팅이나 설득작업에서 매우 효과적인 요건을 제시한다 할지라도, 그 분석 자체의 대상이 되는 인격체가 변화무쌍한 존재라면, 어느 정도까지 그 효율성을 주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성격은 자본이다>는 에니어그램 외에 성격자본이라는 용어를 창시한 과정과, 그 의미 및 구성요소 등에 대한 설명에도 주안점을 둔다. 성격자본은 개인의 고유한 특성, 즉 성격이 자본이 된다는 것인데, 결국 성격을 자본으로 인식하고 자본화해 생산적인 결과물을 창출한다는 뜻이다. 성격이 능력이고 경쟁력이 되는 사회. 충분히 설득력 있다. 어느 때보다도 개개인의 성격이 깊숙이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나비효과의 강렬함이 극에 달했던 시기는 없는 듯 하다. 善으로든 惡으로든 역사에 획을 그을만한 업적을 남긴 몇몇 사람의 성격만이 폭발적 영향력을 미치던 과거와는 달리, 평범한 한 사람의 행동이 막강한 사회적 반향을 일으킨다. 그것은 분노의 근원이 되기도 하고, 새로운 법제정의 계기가 되기도 하고, 누군가의 생명을 손쉽게 앗아가기도 한다.
예민하고 민감하여 대하기 힘든 사람, 4차원인 사람이라고 손가락질 받던 작가가, 어느 날 에니어그램 속에서 발견한 자신의 성격유형을 보고, 자신의 성격은 단순히 많은 성격 중 한 유형으로 그냥 그렇게 태어났을 뿐 이상한 것이 아님을 알게 된 그 순간부터, 에니어그램을 통해 세상을 바꾸어보고자 하는 시도는 멈춤없이 계속되었고, 이 책은 그 장대한 기록의 첫 작품에 불과하다. 이제 막 한 기둥을 올린 것일 뿐이다. 작가가 꿈꾸는 사회 회복이라는 대변혁의 城에 살게 된 사람들에게는 더 이상 성격으로 인해 상처받거나 주눅드는 일이 없기를, 누군가에 대해 오판하거나 정죄하지 않기를. 작가가 그 大業의 길을 가는데 지금처럼 넘치는 열정이 가득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