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표지부터 주눅이 든다. 나의 말의 무게는 얼마일까. 가벼울래야 그보다 가볍기가 쉽지 않을 정도다. 다행스러운 일이라면, 요즘 육아휴직 중인데다 코로나19로 만나는 사람이 거의 없다보니, 그나마도 말의 무게가 예전보다 더 가벼워지는 참사는 이래저래 피하고 있는 참이다. 그렇다고 가족에 대한 말에 失言이 없다고도 하기는 어렵고, 주희의 <중용장구> 중 '계구신독 戒懼愼獨'이라 하여 혼자 있는 시간에 삼가야 하는 것 역시 말의 근원인 마음이라고 할 것이니, 결국 어려운 처지인 것은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다.
<말의 무게>는 주로 중국과 우리나라의 先人들이 남겨놓은 말에 대한 경계와 말의 올바른 사용법에 대한 고찰을 담고 있다. <고전이 전하는 말의 무게> 운 좋게도(?) 학창시절 '한문' 과목이 교과목에서 제외되었고, 때문에 교과서에 실릴 법한 기본적인 고사도 제대로 익혀볼 기회를 갖지 못한 채 청소년 시기를 지났다. 그러다 대학에서 필수과목 외 선택과목은 거의 다 철학과목을 수강하면서 난데없이 古事와의 어색한 同行이 시작되었는데, 그때 읽은 오래전 선인들의 지혜가 얼마나 꿀맛이던지, 얼마 뒤 사둔 고전전집은 여전히 이 글을 쓰는 컴퓨터 옆에 나란히 꽂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