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의 초판본 이야기 - 우리 책의 근원을 찾아가는 즐거운 독서 여행
김기태 지음 / 새라의숲 / 2022년 9월
평점 :
절판


   사람마다 독서나 음식의 취향이 다르니까 일률적으로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김치나 와인처럼 시간이 지나 숙성된 것을 선호하는 것과 같이 통상 자신이 읽을 책을 고를 때는 세월이 어느 정도는 흘러서 세인들의 평가가 괜찮은 책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방식이 아무래도 책을 구입하고 나서 후회할 가능성을 낮추어 주는 경험에서 나오는 태도인 것 같다. 필자도 그런 편에 속하는데 책의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그렇지만 신간이 나오자마자 구입했다가 오탈자가 범벅이 되어 내가 지금 책을 읽는 건지 교정을 보는 건지 혼란스러운 경험을 여러 번 한 적이 있어서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0810일 초판 1쇄 발행된 삼인출판사의 김대중 자서전2011411일 초판 1쇄 발행된 불교서적을 전문으로 출판하는 모 출판사의 한 권으로 읽는 법화경이었다. 김대중 자서전의 경우에는 이메일로 출판사의 편집장께서 직접 감사의 글을 보내오기도 하였다. 이런 저런 인연으로 여러 출판사나 저자로부터 출간을 앞둔 책의 교정과 교열 의뢰가 심심찮게 들어온다. 이번에 소개하려는 책 역시 초판본에 관한 내용을 다룬 책이다. 세명대학교 인문예술대학 디지털 콘텐츠 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신 김기태 교수님의 김기태의 초판본 이야기가 바로 그 책이다.

 

   우리 책의 근원을 찾아가는 즐거운 독서 여행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에서 저자는 1990년대 중반에 시간강사를 하면서 먼 지역의 대학에 강의를 가는 길에 비는 시간을 활용해서 그 지역의 헌책방을 들렀는데 우연히 들른 서대전역 인근 헌책방에서 창비시선 초판 1쇄본을 발견한 이후로 광주 송정역 인근 헌책방에서, 대구 대학가 헌책방에서, 인천 배다리 헌책방 골목에서 그리고 신촌로터리 인근 헌책방 등에서 초판본을 찾아다닌 시절을 회상하며 안도현 시인의 첫 시집 서울로 가는 전봉준, 도종환 시인의 대표적인 시집 접시꽃 당신초판 1쇄본을 발견한 일과 비교적 최근에는 아들과 함께 부산 보수동 헌책방을 뒤지다가 1980년대 초반 큰 인기를 끌었던 현암사판 어둠의 자식들꼬방동네 사람들초판 1쇄본을 구했던 기억이 새롭다고 말한다. 저자는 초판 1쇄본뿐만 아니라 정기간행물 중 첫 번째로 발행된 창간호에도 관심을 기울인다고 말하니 가히 의지의 한국인의 전형적인 모습이라 하겠다. 그러다 보니 지난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모은 단행본 초판 1쇄본이 약 5만여 종, 신문, 잡지, 기관지, 사보와 같은 정기간행물이 약 15천여 종이 된다고 한다. 이 많은 책들을 보관할 장소도 부족해 컨테이너에 의지하는 처지에 이렇듯 많은 초판 1쇄본이나 창간호를 수집하는 이유를 단행본 초판 1쇄본이나 정기간행물 창간호는 이제 막 어머니 뱃속에서 세상에 얼굴을 내민 순간의 존재처럼 가장 먼저 독자들과 만난 존재이기 때문에 저자나 편집자가 잡아내지 못한 오류를 비롯해서 의도하지 않았던 기록들과 창간 당시의 시대적 배경과 관련 인물들이 고스란히 드러나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저자는 서문에서 초판 1쇄본과 창간호를 발견과 앎의 기쁨을 주는 매체라고 말한다.

 

   이 책에서는 19511121일에 발행된 김소월 시집 진달래꽃에서부터 19891120일에 발행된 박완서 장편소설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까지 15권의 초판 1쇄본이 소개되고 있는데 젊은 층에서는 다소 생소할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그 중에는 국어 교과서에 수록된 작품도 있어 한국문학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저자나 책의 이름은 들어보았으리라고 본다. 한 작품 한 작품 상세하게 책의 표지나 속표지 그리고 발간()에 따른 기록()을 담고 있는 지면()’이라는 뜻의 간기면(刊記面)’을 실제 초판본의 사진을 곁들여 설명함으로써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소월 전문가로 알려진 구자룡(具滋龍) 시인의 조사에 따르면 대중가요로 작곡되어 불린 소월의 시가 59, 노래를 부른 가수도 원곡 가수와 리메이크 가수를 포함해 320여 명에 이른다.”고 하여 김소월 선생님의 작품을 읽을 때는 유튜브를 통해 노래를 들으며 읽었고, 이 책에서 소개된 작품이 집의 책장에 있는 경우엔 꺼내서 함께 읽다 보니 완독하는데 예상외로 시간이 소요되었으나 입체적으로 접하다 보니 훨씬 책 읽는 맛이 배()가 되었다. 이 책에 수록된 1권 초판본은 다음과 같다. 김소월 시집 진달래꽃, 김윤식 시집 영랑시선, 노천명 시집 사슴의 노래, 최인훈 장편소설 광장, 김승옥 소설집 서울 1964년 겨울, 김병익 문화론집 지성과 반지성, 법정 수상집 서 있는 사람들, 김성동 장편소설 만다라, 피천득 시집 금아시선, 이동철 장편소설 꼬방동네 사람들, 김지하 시선집 타는 목마름으로, 최인호 장편소설 고래사냥, 김대중 저() 김대중 옥중서신, 도종환 시집 접시꽃 당신, 박완서 장편소설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이다. 저자는 서문 말미에서 발터 벤야민이 말했던 아우라(Aura)’가 무엇인지 느끼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번 기회에 초판본과 창간호를 찾아보라고 일러주고 싶다.”라고 밝혔다. , 김기태 교수님이 쓴 이 책도 202298일에 초판 1쇄 발행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오자가 몇 개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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