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두(話頭) 아이온총서 1
박인성 지음 / 경진출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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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립문자(不立文字), 이심전심(以心傳心), 교외별전(敎外別傳) 그리고 염화미소(拈華微笑) 등의 방식으로 불법(佛法)의 진리를 전달하는 선불교(禪佛敎)에서 중생들이 세속에서 사용하는 언어(言語)를 통해 그 의미를 전달하려고 하면 이미 그 본질(本質)에서 동떨어지게 된다고 한다. 그렇지만 중생들에게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통하지 않고는 불법의 진리를 알려줄 방법이 없기에 할 수 없이 방편으로 언어를 사용하지 않을 수 없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번뇌(煩惱)와 망상(妄想)으로 가득한 어리석은 중생들을 깨달음에 이르게 하려고 임제 스님의 할()이나 덕산 스님의 방()이 필요했는지 모르겠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불경이나 여러 조사(祖師)의 논서(論書)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불교 용어가 많다보니 접근하기가 쉽지 않지만 선불교에서 사용하는 공안(公案) , 화두(話頭)를 보면 대체로 짧으면서도 수행자들로 하여금 깨달음의 길로 이끄는 힘이 있다. 현재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명예교수로 계시는 박인성(朴仁成)교수님의 저서 화두(話頭)읽어보면서 불교 경전이나 여러 조사들의 논서가 아닌 화두를 통한 깨달음의 방식을 소개하는 것도 의미 있겠다 싶어 이렇게 글을 올린다. 하지만 이것 또한 언어를 쓰지 않고는 독자분들에게 전달할 수 없어 완전한 의미 파악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미리 말씀드리지 않을 수가 없겠다.

 

   이 책 화두(話頭)는 고려의 혜심(慧諶) 선사가 편찬한 선문염송집(禪門拈頌集)에 실린 화두(話頭)들 중에서 마조 선사의 화두 7, 남전 선사의 화두 10, 조주 선사의 화두 82칙을 해독하여 완벽하지는 않겠지만 선사들의 깊은 사유를 체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특히, 현대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가 화두를 해석하는 방식을 언급하였으며, 책의 뒤편에 보론:들뢰즈와 무문관의 화두들을 별도로 수록하였으니 본문을 읽고 난 후 참고하거나, 그 부분을 먼저 읽고 본문을 읽는 것도 이해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저자는 화두를 해독하는 과정을 책의 여러 곳에서 설명하고 있다. 화두 혹은 공안을 해독하는 과정은 화두를 읽어갈 때 일어나고 사라지는 우리 마음의 변화를 관찰하는 과정으로 한 글자 한 글자 놓치지 않고 읽어가며 활구(活句)를 발견하여, 이를 사구(死句)와 관련지어 풀어간다고 한다. 활구는 평이하게 등장하는 사구들로부터 불현듯 돌출하기도 하고, 또 어떤 상황에서는 활기 없는 사구가 되어 불현듯 침잠하기도 하므로 독자 혹은 수행자들은 바짝 긴장해서 활구와 사구의 관계를 잘 살펴보아야 한다고 한다. 고도의 집중과 사색을 요구한다고 하는데 이 책에서도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조주 선사의 공안(화두)은 깨달음으로 가는데 방해를 하는 언어를 언어로써 해체시켜 언어를 통해 곧바로 깨달음을 얻게 해준다고 한다. 조주의 화두가 이런 기능을 행할 수 있게 된 것은 조주 선사가 언어의 본질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하며 심원한 철학적 사유를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처럼 조주 공안의 가장 큰 특징은 문답 상대자의 말이 싣고 있는 육중한 무게를 깨면서 말을 통해 문답 상대자를 깨달음으로 인도하는데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선문염송집(禪門拈頌集)에 실린 1,463칙 공안 중에서 99칙을 소개하고 있지만 공안의 해독 과정을 반복해서 참구하다 보면 흔히 말하는 1,700 공안들을 활연히 해독하는 날이 도래할 것이다. 하지만 단언컨대 이 책을 한 번 보고는 제대로 이해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리고 독학으로 깨달음에 도달하는 것은 더더욱 힘들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반복해서 읽고 공안을 해독하는 방법을 터득하여 선불교의 참선을 통해 깨달음의 길로 가는 계기는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화두(話頭)에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동참이 있기를 당부드리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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