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인문학 - 25년차 대입 논술로 풀어보는 인문학 쟁점들
조진태 지음 / 주류성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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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즈음은 대학입학 전형이 너무 세분화되고 복잡해서 일반인들은 이해하기가 어렵지만 학력고사 세대인 필자가 대학 입학할 당시에는 시험을 먼저 보고 난 후 배치표에 기재된 대학교와 학과를 자신의 시험점수에 맞춰 지원하는 방식이라 의외로 간단하였다. 하지만 지원 마감날까지 혹여 상위권 대학의 인기학과에 미달이 없는지를 확인하려고 온 가족이 총동원되어 마감시간 직전까지 소위 눈치작전을 벌이는 해프닝도 심심찮게 일어났고 매년 언론에 보도되기도 하였다. 그런데 하필 필자가 입학할 때 지금과는 여러모로 다르지만 어쨌든 논술전형이 추가되어 부담이 되었던 기억이 난다. 그 후 거의 30년이 다 된 2014년에 딸내미가 수시 논술전형으로 대입을 응시하여 수학능력시험 공부와 병행하여 논술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고 그 당시가 떠올랐다. 이번에 ‘25년차 대입 논술로 풀어보는 인문학 쟁점들이라는 부제가 달린 논술 인문학을 읽게 되었는데 이제까지 각 대학에서 출제된 논술 문제의 난이도가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논술은 단순한 글짓기가 아니라 저자의 표현을 인용하자면 사고력이며, 이는 개인의 지적 체험과 비례하는 것이었다. 20여 년 동안 현장에서 논술을 지도하면서 논술 시험의 순기능과 한계를 동시에 목격한 저자는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사색할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논술은 입시의 한 수단으로 전락하여 논술고사의 본래 취지가 상당 부분 훼손은 되었지만 논술 고사에 담긴 지문 속에서 학생들이 나름대로 생각을 해서 글을 쓰게 한 공로는 인정하여 매년 양질의 지문을 선별하고 고민해서 치열한 지적 사유를 제공한 대학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한다. 그리고 대학에서 공유되는 인문학적 고민들을 묶어 기록하고 싶은 욕구로 이 책을 기획하였다고 머리말에서 밝힌다.

 

   목차를 보면 자본주의와 삶의 방향’, ‘개인과 사회’, ‘문화변동과 동서양의 만남’, ‘인간과 경제 기구’, ‘급변하는 현대 사회’, ‘언어와 지식, 그리고 역사’,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문학과 전복(顚覆)적 사고’, ‘부연9개 단원으로 분류하여 32개의 인문학적 쟁점들을 몇 년도에 어느 대학교에서 출제되었는지를 기재한 다양한 제시문과 함께 사진이나 도표 등을 활용하여 독자들의 이해도를 높이고 있다. 흔히 문사철(文史哲)’이라고 불리는 문학, 역사, 철학과 관련된 지문들이 제시되어 사실 지문을 읽고 이해하는 것조차 힘들 수도 있겠다 싶다. 실제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지나치게 넘어섰다는 비판도 제기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제시된 지문 하나하나에는 대학의 치열한 지적 설계가 담겨있어 인간과 사회를 둘러보는 다양한 사유를 이해하는 이정표이자 인문학적 물음들의 보고(寶庫)라고 말하며, 일방적인 논술 해설서나 자습서가 아닌 저자가 대학과 학생 사이를 오가며 느낀 고민을 정리해서 지적 성찰과 기록이라는 인문학적 관점으로 접근했다고 한다. 소설처럼 휘리릭 읽고 책장을 넘길 성질의 책은 분명 아니었다. 모르는 용어나 인물, 그리고 역사적 사실들을 검색하며 읽다 보니 생각 외로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그렇지만 인문학에는 정답이 없다는 저자의 표현대로 딱 떨어지는 무엇을 얻을 수는 없지만 여러 각도에서 사유하는 지적 체험의 소중한 경험은 분명하게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논술을 준비하는 수험생뿐만 아니라 학부모를 포함한 일반인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요긴해 보이므로 읽어보시기를 권해 본다. 책의 말미에는 각 대학이 요구하는 서술의 방법들을 수록하여 자신이 지원하는 대학이 어떤 서술법을 요구하는지 미리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는 만큼 읽고, 읽은 만큼 쓸 수 있다는 저자의 인식에 백 번 공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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