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부르는 노래 : 바가바드기타 인도 정신문화 총서 1
배해수 편역 / 지혜의나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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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가바드기타는 고대 인도의 대서사시 마하바라타의 제6권에 포함된 약 700편의 시문(詩文)으로 이루어진 신이 부르는 노래로 알려진 힌두교의 경전이다. 베다, 우파니샤드와 함께 힌두교의 3대 경전으로 기원전 2세기에서 기원후 5세기 사이에 성립되어 8세기경에 상카라(Shankara), 11세기경에 라마누자(Ramanuja)의 주석에 의해 전해지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번역본이 출간되었으나 일반인들이 읽고 이해하기에 난해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는데 이번에 고전 작품의 시각에서 벗어나 현대인들이 사용하는 언어로 표현하여 지금 시대에서 공감하게 하려는 의도로 출간하게 되었다고 밝힌 배해수 박사님의 ()이 부르는 노래-바가바드기타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은 본격적으로 바가바드기타의 본문에 들어가기 전에 워밍업 차원에서 인도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하고 특히, 종교문화의 다양성에 관해 상세한 해설을 해놓아 바가바드기타를 처음 접하는 초심자들에 대한 배려가 눈에 띈다. 아울러 바가바드기타의 이해를 위해서 그 배경이 되는 마하바라타의 내용을 정리한 점 역시 읽고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 것 같다. 바가바드기타18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판다바스 다섯 형제 중에 셋째인 아르쥬나와 인간의 모습으로 화현하여 아르쥬나의 마부 역할을 맡은 크리쉬나 신()과의 문답형식으로 전개되어 간다.

 

   바라타 왕국의 후계문제로 인해 쿠루쿠쉐트라 대평원에서 카우라바스 형제들과 사촌들인 판다바스 형제들과의 전쟁이 벌어질 무렵 아르쥬나는 상대편 진영에 도열한 사촌들을 포함한 친족들을 바라보며 회의와 고뇌를 느끼며 동족을 죽이고 왕국을 차지하는 것보다 오히려 그들의 손에 죽는 것이 고통을 벗어나는 길이며 차라리 모든 것을 버린 수행자의 삶을 원하지만 크리쉬나 신()은 아르쥬나에게 의무를 다하는 싸움에 임하라고 준엄하게 꾸짖는다. 아무리 전장이라고 하지만 신이 친족들을 죽이라고 부추기는 것은 인간의 윤리와 도덕적인 기준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아닐 수 없다. 크리쉬나는 전쟁 수행이 전사에게 부여된 의무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피할 수 없는 인과 관계를 설명하고 있다. 그 가르침의 본질은 전쟁을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부과된 의무와 책임을 회피하려는 나약한 의지를 확고하게 정립하려는데 있다. 아르쥬나의 망설임과 우유부단함을 확고한 의지로써 당당하게 받아들이기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크리쉬나와 아르쥬나의 계속된 대화는 인간의 내면에 감추어진 나약함을 드러내고 존재의 이유와 궁극의 진리에 대한 갈증을 대변하는데 인간 세상에서 일어나는 여러 모순과 갈등을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을 공간적 배경으로 삼아 육체를 가지고 태어난 모든 존재들이 풀어야 할 과제로 설정한 것이다. , 내면에서 치열하게 일어나는 번뇌와 갈등 속에서 올바른 길을 선택하고 실행함으로써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크리쉬나는 그 실천적인 방법으로 요가라는 길을 제시하는데 이 요가의 가르침은 형식적인 제의나 무지에 의한 집착을 버리고 분별의 지혜를 획득하여 영혼의 불멸성에 이르기를 강조한다.

 

   『바가바드기타에서는 세 가지 요가의 길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것은 분별하는 지혜, 실천적인 삶 그리고 신에게 헌신하는 길이다. 첫 번째, 분별하는 지혜는 말이나 논리가 아닌 직접적인 경험을 통하여 영원한 것과 덧없는 것에 대한 구분을 의미한다. 수행자는 육체, 마음 그리고 자아라는 의식까지도 진정한 진아(眞我)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한다. 두 번째, 실천적인 삶이란 덧없는 논의의 이어짐이 아니라 분별하는 지혜로써 흔들림 없는 의지를 가지고 진리를 향하는 삶의 태도이다. 요가 수행자의 행위는 무조건적인 포기가 아니라 행위의 결과에 대한 집착이 없는 욕망의 단념이라고 강조한다. 세 번째, 헌신의 요가에서 귀의자의 태도는 신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다른 방편보다도 우월하게 깨달음의 자각으로 이끄는 길이라고 가르친다. 그것은 신분이나 계층, 지식의 구분 없이 순수한 영혼에 이르는 가장 확실한 구원의 길로 제시된다. 이 세 가지 요가의 길은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어느 길을 선택하더라도 연결되어 있는 수행자의 길이다. 지혜가 없으면 무지한 행위를 반복함으로써 카르마의 과업을 낳게 된다고 말한다. “바가바드기타의 주요한 주제는 죽어서 다시 태어나는 윤회인가, 살아서의 해탈인가 하는 안내서라고 저자는 말한다. 5행위의 실천에 나오는 아르쥬나와 크리쉬나의 문답을 인용하는 것으로 이 글을 마무리할까 한다. 불멸의 영혼에 이르는 길을 찾고자 하는 분들에게 일독을 권하는 바이다.

 

아르쥬나가 묻기를,

크리쉬나여! 당신은 행위의 포기를 높이 평가했고, 또 다시 행위의 요가(Karma yoga)를 따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지금 이 둘 중에 더 나은 하나가 무엇인지 제게 명확하게 말씀 해 주십시오.”

 

크리쉬나가 대답하기를,

행위를 포기하거나 행위를 수행하는 것이 자유를 얻기 위한 것이라면 두 가지 모두 좋으 나, 행위를 회피하는 것보다는 행위를 실천 수행하는 요가가 좋다. 대립되는 어떤 것을 혐 오하지도 어떤 것도 갈망하지도 않는 굳은 신념을 가진 사람은 어떤 대상에 대한 욕망도 증오도 포기한 귀의자이다.”(p.151~p.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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