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의 영지순례 - 기운과 풍광, 인생 순례자를 달래주는 영지 23곳
조용헌 지음, 구지회 그림 / 불광출판사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의 여파로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집콕생활을 하고 있다. 작년 추석에 이어 올해 설날 명절도 질병관리청의 권유대로 친지나 친구들과의 모임을 자제하고 전화나 SNS를 통해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고 있는 상황이다. 곧 시작될 백신 접종의 효과로 인해 확산하는 코로나의 기세가 꺾여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기대해 본다. 아이들도 비대면 수업받느라 스트레스가 많았을텐데 아직은 다소 이른 감이 있으나 코로나가 종식되면 그동안 움추렸던 몸과 마음을 활짝 펴고 가족들과 가까운 곳이라도 여행을 다녀오고 싶다. 때마침 강호 동양학자이신 조용헌 선생님의 신간이 나왔기에 좌고우면하지 않고 책을 단숨에 읽어보았다. 이미 조용헌의 사주명리학 이야기를 시작으로 그림과 함께 보는 조용헌의 담화(談畵), 조용헌의 휴휴명당(休休明堂) 그리고 조용헌의 인생독법(人生讀法)을 읽은지라 흔히 하는 말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신간 조용헌의 영지순례(靈地巡禮)속으로 뛰어들었다. 2015년 여름에 출간된 조용헌의 휴휴명당(休休明堂)2020년 겨울에 출간된 이번 조용헌의 영지순례(靈地巡禮)를 비교해 보니 소개된 장소만 다를 뿐 구성은 거의 비슷하다. ‘도시인이 꼭 가봐야 할 기운 솟는 명당 22기운과 풍광, 인생 순례자를 달래주는 영지 23으로 바뀌었고, 고창 선운사 도솔암이 두 책에서 유일하게 겹치는 곳이다. 선운사와 도솔암은 몇 년 전에 다녀온 적이 있어 더욱 관심을 가지고 읽어보았다. 아울러 팔공산 갓바위는 본인이 사는 곳에서 멀지 않아 거의 매년 올라가는 곳이고, 특히 딸아이 임용시험을 앞두고는 더욱 자주 오르내려서인지 무척 반가웠다. 경주 문무대왕릉 역시 바다가 보고 싶을 때 자주 방문하는 곳인지라 낯설지가 않다. 두 책 모두 사진이 풍부하게 수록되어 있어 마치 직접 가서 본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진다.

 

   책은 3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장은 신령의 땅-그곳에 가면 힘이 솟는다.’, 2장은 치유의 땅-그곳에 가면 슬프지 않다.’, 그리고 마지막 3장은 구원의 땅-그곳에 가면 길이 보인다.’이다. 저자는 영지(靈地)’를 한국식으로 명당(明堂)이라고 규정하고 음()과 양()이 조화를 이루는 곳에서는 특별한 에너지가 솟으므로 이러한 공간에 머물면 땅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가 몸속으로 들어옴으로써 몸과 마음이 상쾌해지고 정신이 또렷해지므로 자기정화(自己淨化)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고 한다. 인법지(人法地), 즉 사람은 땅에서 배우고, 지법천(地法天), 즉 땅은 하늘로부터 배우고, 천법도(天法道), 즉 하늘은 도에서 배운다. 그리고 도법자연(道法自然)이라, 도는 자연으로부터 배운다. 자연은 우리에게 말 없는 가르침을 끊임없이 주고 있다는 것이다. 대륙에서 툭 튀어나와 삼면이 바다와 접한 한반도는 그 자체가 천하의 명당이라 할 수 있는데, 신라 말기 도선국사는 전국에 3,600군데의 명당이 있다고 말했으니 명당의 관점으로만 보면 우리나라는 하늘이 내려준 축복받은 땅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아울러 저자는 한국의 영지는 기운도 좋지만 그 풍광 또한 일품인지라 아름다운 풍광을 통해 치유의 효과가 있다면서 만사가 시들하고 허무하며 분노심이 들 때는 장엄한 풍광을 마주하라고 조언한다. 땅에서 올라오는 기운이 척추뼈를 타고 올라와 머리를 거쳐 얼굴의 양미간으로 흘러 내려오는 맛을 느끼면 분노는 차츰 사그라든다고 한다. 뱀이 물을 마시면 독이 되고, 젖소가 마시면 우유가 된다는 말이 있듯이 천지자연의 기운을 누가 받아 쓰느냐가 관건인데 쓰는 사람의 그릇과 기질, 목적에 따라 각기 달리 발현된다고 한다.

 

   전남 장성군에 있는 백양사(白羊寺)는 절 뒤쪽에 약간 흰색을 띤 거대한 암벽이 서 있는데 멀리서 보면 커다란 백학이 앉아 있는 모습 같아 백학봉(白鶴峰)이라고 부른다고 하고, 백양사 뒤쪽 산길로 가파른 고갯길을 올라가면 운문암(雲門庵)이 나오는데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 공부하기 좋은 이름난 수행터로 북쪽에서는 금강산 마하연을, 남쪽에서는 백양사 운문암을 양대 도량으로 꼽았다고 한다. 운문암의 바닥이 암반이어서 이 터의 강한 기운이 머리 회전을 빠르게 한다고 하니 각종 시험을 앞두고 있는 수험생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하다. 미국 애리조나주의 세도나(Sedona)도 기운이 강하다고 하지만 밀도와 에너지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산들이 결코 밀리지 않으며 사실 계룡산은 세도나 보다 더 기운이 강하고 좋다고 한다. 계룡산은 산 전체가 통바위로 되어 있어 기운이 강한 편이다. 계룡산 등운암(騰雲庵)은 암자 바로 머리 위에 연천봉의 정상이 있어 도사들의 영발 충전소라고 불린다. 휴대폰 배터리가 방전되면 충전기를 콘센트에 꽂아야 하듯이 연천봉 암반이 콘센트 작용을 하여 음력 보름날 전후에는 전국에서 모인 수많은 무속인들이 기도를 드리러 이곳을 찾는데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경쟁이 벌어진다고 하니 명당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하늘에 뜨는 달을 천중월(天中月)이라 하고, 산봉우리 위로 뜨는 달을 산중월(山中月)이라 하듯이, 물속에 뜨는 달은 수중월(水中月)이라고 한다. 하늘의 달이 물속에 비칠 때 이를 보는 것이 또 다른 묘미인데 충청도 서해안의 천수만 가운데 섬에 있는 암자인 간월암(看月庵)이 수중월의 진수를 보여준다고 한다. 저자의 견해에 따르면 저녁에 지는 석양을 보기에 좋은 지점이 땅끝마을 해남의 미황사(美黃寺)라고 한다면 달을 보기에 가장 좋은 장소는 간월도의 간월암이라고 한다. 간월암에서 보는 달은 고요하면서도 충만함이 느껴지므로 인생이 허무하다고 느끼거나 분노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은 간월암에 가서 달빛 바다를 한번 보기를 추천한다. 이외에도 전쟁이나 전염병을 피해서 목숨을 부지하기 좋은 10군데의 아주 좋은 피난터라는 십승지(十勝地)’, 누구나 한가지 소원은 들어준다는 팔공산 갓바위(관봉 석조여래좌상) 부처님, 동해안 최대의 무속 성지인 경주 감포 앞바다 문무대왕릉, 철원의 심원사(深源寺), 남해의 용문사(龍門寺)와 함께 조선의 3대 지장 기도처로 이름이 난 고창 선운사(禪雲寺) 도솔암(兜率庵), 바다 밑의 용궁에서 용왕이 쓰던 도장이라는 뜻을 가진 가야산 해인사(海印寺), 5만 불보살이 머무는 영지이자 산 전체가 거대한 사찰인 오대산(五臺山) 적멸보궁(寂滅寶宮), 고려시대 때까지만 해도 성직자로서 대우를 받던 승려들이 조선시대의 억불(抑佛) 정책으로 갑자기 천민 신분으로 격하되어 자생적으로 생겨난 불교의 비밀결사조직인 당취(黨聚)의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담긴 지리산 칠불사(七佛寺) 23곳의 영지가 영발, 글발 그리고 말발을 두루 겸비하신 조용헌 선생님의 맛깔스럽고 풍성한 해설을 통해 인생의 순례길을 떠난 우리 모두에게 치유와 감동을 얻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방전된 몸과 마음을 영지의 기운으로 충전하실 분들의 일독을 권하는 바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