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이 뭐라고 - 깨달음이 도대체 내 인생에 어떤 도움이 된다는 거죠?
고이데 요코 지음, 정현옥 옮김 / 불광출판사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지난 여름부터 이 시대의 최고 강백(講伯)으로 불리우는 여천(如天) 무비(無比)스님의 『화엄경강설(華嚴經講說)』읽고 있다. 『금강경(金剛經)』이나 『법화경(法華經)』 등의 다른 대승경전들과 달리 워낙 방대한 분량의 경전이라 읽어볼 엄두가 나지 않아 요약본이나 단행본으로만 접해 보았을뿐 작심하고 81권 완역본에 달려든건 이번이 처음이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나 ‘일미진중함시방(‘一微塵中含十方)’같은 화엄경에 나오는 구절들은 아마 불교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분들은 익히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마음과 부처와 중생, 이 셋은 차별이 없다.(心佛及衆生 是三無差別)’라는 구절도 같은 경전에 등장하는데 다만 ‘사람이 그대로 부처님’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는 대목에서는 사실 수긍하기가 쉽지 않았다. 부처님께서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으신 후 처음 설한 내용을 담은 경전이라 중생들이 듣고 이해하기는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고 해도 깨닫지 못한 중생과 깨달은 부처님을 동일선상에서 놓고 보는 것은 아무리 불교가 포용의 종교라 해도 너무 파격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그와 병행하여  ‘불교에서 말하는 깨달음이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의문도 들기 시작하였다. 그러던 차에 마침 나의 눈에 띈 책이 이번에 소개해 드릴 『깨달음이 뭐라고』이다. 그런데 책 표지로봐선 그렇게 심각하게 깨달음에 대해서 이야기할 것 같은 분위기는 아닌 듯해 보이고 코로나로 외출을 자제하는 시기와 맞물려 추석 연휴 기간에 읽기 안성맞춤일 것 같아 가벼운 마음으로 책장을 펼쳤다.

 

   저자는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라 불교미술, 정확하게는 불상의 매력에 빠져 점차로 불교를 사랑하게 된 고이데 요코(小出遙子)라는 서른 두 살의 일본 여성이다. 불상에서 시작한 그녀의 불교에 대한 관심은 불상을 넘어선 그 ‘무언가’를 찾기 위한 노력으로 이어지고 나름대로 여러 해 동안 노력한 끝에 불교의 한가운데에는 ‘깨달음’이라는 세계가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뜻밖에 인터넷 안에서만 존재하는 가상의 절 히간지(彼岸寺, www.higan.net)에 글을 연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고, 연재물의 타이틀은 〈열려라! 깨달음이여!〉였다. 이 지면을 통해서 저자는 내로라하는 스님들께 (당연히 일본스님들이다.) 깨달음이 무엇인지 한 분 한 분께 질문을 던지고 스님들은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엄격하게 자신들만의 답을 들려주게 되는데, 모두 여섯 회에 걸쳐 〈열려라! 깨달음이여!〉를 주제로 스님들과 인터뷰한 내용을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한 결과물이 바로 『깨달음이 뭐라고』이다. 여섯 분의 스님들 중에는 『생각 버리기 연습』의 저자로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고이케 류노스케(小池龍之介) 스님도 포함되어 있다.


   저자와 여섯 분의 스님들은 각각 수많은 문답을 주고받는 가운데에서 ‘깨달음’이라는 주제와 연관된 깊고도 폭넓은 대화를 나누게 되는데 그 내용을 여기에서 모두 담기도 어려울뿐더러 앞으로 읽을 분들에게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조심스러워 그 중에서 몇 분 스님의 말씀을 옮기는 것으로 대신하고자 한다. 이 글이나 이 책에서 언급된 스님들의 말씀이 ‘깨달음에 이르는 길’에 참고가 될지언정 ‘진정한 깨달음’은 본인 스스로 하는 것임을 분명하게 말해 두고 싶다. ‘깨달음에 이르는 길’이나 ‘진정한 깨달음’이라는 말 역시 실유(實有)일수도 가유(假有)일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우리는 모두 함께 커다란 기차에 타고 있는 것과 같다. 열심히 앞을 향해 나아가서 제일 앞 차량의 제일 앞에 타고 있건, 뒤 차량에서 빈둥거리고 있건 같은 시간에 같은 역에 도착하게 되어 있다. 열심히 땀 흘리고 있다고 해서 거드름 피울 것도 없고, 멍하니 있다고 해서 열등감에 사로잡힐 필요도 없다.”(p.73)

 

   “내가 추구하던 세상은 다른 어디가 아니라 바로 이곳에 있었구나! 그토록 찾아 헤매던 그곳과 지금 있는 이곳이 하나였구나!”(p.168)

 

   “당신은 처음부터 깨달음을 얻고 있는데 무엇을 좇고 있나요? 다툴 필요도 없고 비교할 필요도 없습니다. 모두 부처니까요.”(pp.20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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