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지수신 - 상
류정식 지음 / 물병자리H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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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로 오랜만에 역사소설을 그것도 총 700쪽에 달하는 두 권짜리로 된 역사소설을 집중해서 읽었다. 나당 연합군에 의한 백제의 멸망과정과 이후 유민들에 의한 끈질긴 항전을 다룬 백제 지수신 百濟 遲受信이라는 책인데,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한다는 것을 핑계 삼아 휴가 기간에 집에서 여유롭게 읽을 수 있었다. 저자는 해동증자(海東曾子)’라고 칭송받던 백제의 의자왕(義慈王)이 왜 한순간에 황음을 일삼은 방탕한 군주의 상을 가지게 되었는지, 백제를 마지막으로 지킨 무장은 계백 장군밖에 없었는지, 낙화암의 삼천궁녀는 사실이었는지와 같은 의문을 어린 시절부터 마음속에 품어 왔었는데 나이가 들어서도 이러한 의문을 버릴 수 없어 삼국사기(三國史記)조선상고사(朝鮮上古史)와 같은 문헌을 살펴보게 되었고, 계백처럼 우리들의 기억 속에 자리 잡고 있지는 않지만 백제부흥군의 주역으로 임존성의 성주 지수신(遲受信)에게 관심을 두게 된다. 지수신이라는 인물은 앞에서 언급한 삼국사기(三國史記)조선상고사(朝鮮上古史)외에도 남효은의 추강집(秋江集)부여회고(扶餘懷古)’와 안정복의 동사강목(東史綱目)에서 단편적인 내용만을 확인할 수 있어서 그의 성격과 행적을 조명하기 어려워 결국은 백제의 멸망과정과 백제 부흥운동의 과정을 되짚어보며 그의 행적을 소설을 통해 조명하고자 했음을 서론에서 밝히고 있다. 백제 부흥운동은 의자왕이 당에 항복한 660년부터 임존성이 함락된 663년까지 백제 땅 곳곳에서 벌어진 지수신, 복신, 흑치상지 등의 무장과 승려 도침 그리고 백제 유민이 함께한 저항운동이었다.

 

    역사는 사실을 기반으로 기록되어야 하지만 이 책은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진 역사소설이다 보니 몇 명의 가공인물이 등장하게 된다. 의자왕(義慈王)과 왕비 은고(恩古) 사이에서 태어난 백제의 공주 율()과 백제군의 수장이었던 좌평 흥수(興首)의 딸 선이 그들인데 이 두 명의 여인은 이 책의 주인공인 지수신을 흠모하여 읽는 이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하기도 한다. 책 앞부분에는 백제와 신라 그리고 당의 주요 등장인물들과 전투의 주요배경이 되는 지도를 수록해 두어 책의 이해를 도와주고, 뒷부분에는 참고문헌을 기재해 두어 역사적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하였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저자는 글의 전개과정과 등장인물들과의 관계설정이나 심리묘사 등이 전혀 어색하지 않고 마치 역사 드라마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템포의 강약과 극적 긴장감을 적절하게 배합한 필력으로 미루어 이 책이 그의 첫 번째 소설이라고는 믿을 수 없게 만든다. 고증 없이 역사적 사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까 염려하여 고심을 거듭한 끝에 10년의 세월을 구상과 퇴고를 반복하였다고 하니 저자의 그 동안의 노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겠다. 백제의 멸망과정과 부흥운동은 이미 독자들이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인지라 부연하면 사족일 것 같고, 지수신과 두 여인과의 로맨스는 언급하는 것 자체가 감흥을 깨뜨릴 것 같아 직접 읽어보시기를 권해 드린다. 다만 역사는 언제나 승자의 기록이었다.는 사실만은 이번에도 진실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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