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주 특별한 사진수업 - 사진가 주기중이 알려주는 좋은 사진 찍는 법
주기중 지음 / 소울메이트 / 2014년 7월
평점 :
품절

9월의 두 번째 서평 책. 책과 사진에 대한 기대감에서일까 표지의 디자인도 예사롭지 않게 느껴졌다. 흔히들 말하는 '여백의 미'가 보인다고 할까? 첫 장의 주기중 작가의 소개 사진을 보며 '사진작가답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사진은 사람의 마음을 반영한 것으로 치유와 소통의 매체'라는 그의 주장이 어떠한 문체와 사진으로 표현되어 나에게 가르침을 주게 될 것인지 첫장을 설레는 마음으로 펼쳐 본다.

작가는 피사물과의 교감을 중요히 하고 있다. 김춘수 시인의 '꽃'을 좋아한다는 사진작가. 생각해보면 뜸금없다 싶을 수 있는 생각이였지만 '꽃'이라는 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작가의 생각을 헤아릴수 있다.'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피사물도 찍기 전에는 아무런 의미도 없이 덩그러이 놓인 사물에 불과하지만 작가와의 감성적인 교감 끝에 '결정적인 순간'을 내보이며 작가만의 시각으로 표현되어지는것을 보면 말이다. 그래서 사진은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끼며, 머리로 설계하고, 발로 찍는것이라 말해 놓았나 보다.
어떤 형상의 작은 부분이 전체와 닮은 현상을 가리키는 프랙탈 이론과 사람의 눈은 부분보다는 전체를 보며 '전체는 부분의 총합 이상' 이라는 게슈탈트 이론(뺄셈의 미학)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있는데 사진을 찍으며 이런 이론을 접목해서 찍는다는 사실이 좀 놀랍기도 했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이는 세상이다

작가의 설명을 듣고 그 처럼 '포토아이'를 상기하며 피사물과의 교감을 갖고 찍었던 사진이 있었나? 한참을 뒤지다 위의 사진을 찾게 되었다. 한여름에 순천정원박람회에 참석해서 이리치고 저리치이다 길가에 피어있는 한송이 해바라기를 보고 마음에 들어 이리 찍어 보고 저리 찍어봤던 기억을 상기하며 슬며시 미소를 머금어 본다. 지금 이렇게 보니 뺄셈의 미학도좀 보이는것 같고, 나만의 착각이려나? 하하
다른 장에선 사진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 나만의 느낌을 담는 작업이라는 가르침을 주고 있다. 카메라를 들고 뭔가를 찍겠다고 마음먹고 길을 나서면 세상이 달라 보인다는 말에 무한 공감을 하였다. 분명 어제와 같은 길, 같은 사람, 같은 사물들인데 무언가 또 다른 세상에 와있는듯한 느낌 가져본적 있는것 같다. 그것이 작가가 말하는 피사체와의 교감이고 모든것에 나만의 느낌과 의미를 담아서일것이다.

작년 강천산에 등산 갔을 때의 사진이다. 목표로한 산행을 마치고 하산하는 길의 시냇가에 알수 없는 탑들이 정성스레 쌓여있는 모습을 보며 단순한 돌탑들이 아닌 쌓은 사람의 마음이 느껴지는 듯해 나도모르게 카메라 셔터를 눌렀었다. 단순한 돌무더기로 바라볼 수도 있지만 하산길의 기쁜 마음이 투영되어 나만의 기쁨으로 다가왔을지도 모르겠다. 지금 이렇게 사진을 보고 있자니 작가의 말에 무한 공감을 해본다. '사진은 생활속에서 느끼는 발견의 기쁨을 카메라에 기록하는 것이다'

작가의 사진 중 가장 내 마음을 끌어당기는 두 장이 있다. 첫번째는 울산의 진하해수욕장에서 찍은 낙조 때의 모습인데 사진에서 황금빛 바다와 안개가 몽환적이기도 하면서 머라 형용하기 어렵게 가슴이 벅차오르는 사진이다.

두 번째는 고창 청보리밭의 해바라기들 사진이다. 작가가 원하는 색상을 나타낼 수 없어 포토샵으로 색감을 조정한 뒤 유치환 시인의 '소리 없는 아우성'을 빗댄 작품이다. 사진을 보고 있지나 내안의 열정이 끌어오르는듯 하다.
그리고, 특별한 사진수업의 글을 읽으며 좋았던 점과 아쉬운 점이 몇가지 있다.
책의 전반에 걸쳐 참신한 표현들이 가득해서 읽는 즐거움이 있었다. 몇 가지를 나열하자면 '포식자의 사냥 장면은 사진을 찍는 과정이 비슷하다.','사진은 생활 속에서 느끼는 발견의 기쁨을 카메라에 기록하는 것이다.'.아픔은 때로 이렇게 흔적으로 남는다.','히든싱어의 모창가수처럼 독창성이 없는 사진은 생명이 없는 껍데기일 뿐이다'등이다. 그리고 생소한 이론들을 사진과 접목시켜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 해놓고 상식도 넓힐수 있어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된다.
못내 아쉬운 한가지는 사진이 있는 페이지에 각주로 설명을 첨가 했으면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사진만을 감상하려는 배려로 볼 수도 있겠지만, 꼭 책을 다 읽지 않아도 펼쳤을 때 그 부분의 사진만을 보고 가르침을 받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듯 해서 이다.

작가가 몇 십 년을 걸쳐서 공부하고 습득한 노하우들을 이렇다 저렇다 평한다는 자체가 우습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아주 특별한 사진수업을 읽으면서 카메라를 대하는 자세와 피사체와의 교감, 마음가짐, 빛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할 수 있었으며 사진에 대한 나만의 색을 조금은 찾을수 있었던것 같다. 평면으로 표현되는 사진 한장으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공명을 불러올수 있는 능력. 그것을 갖고자 꾸준히 노력하리라 다짐하며 마지막으로 내가 좋아하는 사진 한장 올리며 주기중 작가의 아주 특별한 사진수업을 마무리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