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탄흔
데라오 데쓰야 지음, 김소희 옮김 / 드롬 / 2026년 9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초반에 읽기 너무 힘들고 어렵다기 보다는 이해가 안가서 버거웠는데, 1/3 지나자 잘 읽히기 시작했다.
처음 읽으면서 당황하시는 분이 있다면, 꼭 고비 넘겨보시라고 말하고 싶다.
탄흔이라는 제목처럼 책일 잃고 나니 어떠한 흔적이 마음 한쪽에 남은 것 같다.
대만과 미국을 배경으로 성공을 향해 달려나가는, 일반인들의 세계가 아닌 초천재들의 삶을 여과없이 볼 수 있는데,
초반에는 아주 난해하고 갈수록 기괴한 소설이다. 엘리트 중심으로 각 단편 이야기들이 이어지고, 그들의 욕망과 좌절 외로움, 그리고 자기혐오와 인생에 대한 허무를 볼 수 있어서 새로웠다. 나같이 삶을 오래 즐기고 잘먹고 잘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과는 다른 삶이다 ㅋㅋ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각각의 독립된 단편처럼 보이는 이야기들일지라도 인물과 사건이 아주 잘 완벽하게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그에 따라 바라보는 시선이 이야기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기도 하고, 다른 인물의 이야기를 읽고 다음 챕터로 넘어가면 또 다른 방향으로 공감가기도 한다.
너무 적나라한 묘사들과 기괴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갈수록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인간의 욕망과 선택의 본질을 생각해 볼 때 충분히 그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단순히 누군가의 행동이 옳고 그르다 라고 판단하는 범위를 넘어선다.
중간에 한국 바독 황제 조훈현과 그의 제자 이창호 이야기도 실명 그대로 나오는데, 조훈현 스승과 그의 아내 입장에서는 썩 유쾌하지 않은 내용을 이렇게 책에 그대로 서술해도 문제가 없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전에 다 허가를 받았겠지?ㅎ)
나는 책 p 258~259 딱 2페이지가 이 책을 다 설명한다고 느꼈는데 이를 공유하며 서평을 마치려 한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다.
모든 사람을 이겨봤자 아무 의미가 없어. 모두를 만족시킨다 해도 아무 의미가 없다고.
그거 알아? 엉클은 이 세상에 태어난 걸 아주 후회해.
예전에 샤오화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건물에서 뛰어내리는 바람에 짓이겨진 고깃덩어리가 됐어.
자살하고 싶었는데 실패한 거야. 엉클은 샤오화가 부러웠다.
왜냐하면 이제 앞으로 십수 년을 제정신인 채로 살 필요가 없으니까. 만약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서 그때의 나를 만날 수 있다면, 엉클은 이렇게 말해줄 거야. 네 의지와 상관없이 넌 구겨버린 폐지처럼 너 자신을 포함해 모든 사람을 망 가뜨리고 말 거라고. 미래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아. 기대할만한 일 따위는 단 하나도 없지. 앞으로 더 좋아질 리도 없을 뿐더러 이 기나긴 시간을 견디는 건 그저 헛된 고통일 뿐이야 헛된 고통
나는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러니까 엉클이 가르쳐줄게. 지금 당장 이 모든 걸 끝내. 너희 집이 5층 이상이라면, 창문을 열고 그냥 뛰어내리면 돼. 수건이나 침대 시트로 줄을 만들어서 아빠 엄마가 안 계실때 샹들리에 위에 걸고 목을 집어넣어도 돼. 아니면 빨간 불이 켜졌을 때, 도로 한복판을 달리는 커다란 트럭을 향해 뛰어드는 거야. 지금 당장, 알았어? 아직 모든 게 행복할 때 모든 걸 끝내야 해. 헛되이 고통받지 말고.
이것은 내가 인간 세상에 남기는 마지막 선의였다.
그날의 화상 통화는 매니저가 돌아와 큰 소리로 우는 아 들을 허둥지둥 달래다가 끝났다. 나는 공식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일에 대해서도, 그리고 내 인생에 대해서도.
참고로 위의 말을 주인공은 고작 5살 아이에게 해주는 장면인데, 설정이 참 잔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