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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과학 - 집파리에서 인공지능까지 우리가 하찮게 여기는 쓰레기의 모든 것
곽재식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6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처음 책에 관심이 간 것은 제목보다는 부제! 쓰레기 과학보다도 집파리의 생성에 대해 궁금했다. 없던 벌레가 어떻게 바나나만 사면 생기는지에 대한 답을 과학적으로 알 수 있을것 같았다. 이 책은 우리가 일상에서 버리는 쓰레기에 대한 과학적인 이야기도 다루지만 예상보다 훨~씬 재미있고 무엇보다 작가님이 정말 해박하시면서도 글을 맛있게 잘 쓰셔서 경외하면서 읽었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단순히 쓰레기의 종류나 처리 방법만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가 무심코 버리는 쓰레기 하나를 이야기하면서 그 안에 담긴 과학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의 역사와 지리, 지역의 특성까지 자연스럽게 연결해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쓰레기 이야기를 읽고 있다는 사실을 잊을 정도다.
특히 한국의 지역적, 지리적인 특징과 역사적인 이야기가 함께 등장하는 부분이 무척 흥미로웠다. 평소 역사나 지리에 관심이 있다고 해도 쓰레기와 연결해서 생각해 본 적은 거의 없었는데, 저자는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과 그곳에서 발생하는 쓰레기가 결코 별개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과거 사람들의 생활 모습부터 도시가 변화해 온 과정,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설과 공간에 관한 이야기까지 이어지다 보니 한 가지 주제를 읽으면서 여러 분야의 지식을 함께 얻는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이런 다양한 내용을 어렵게 설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학적인 내용이 나오면 자칫 딱딱하고 지루할 수 있는데, 저자는 재미있는 이야기처럼 풀어내서 자연스럽게 다음 내용을 궁금하게 만든다. 그래서 한두 페이지만 읽고 쉬려고 했다가 어느새 계속 읽게 되는 책이었다. (사실 내가 이런 비문학적 책을 빠르게 읽기는 쉽지 않다.ㅎ)
읽으면서 ‘쓰레기’라는 것이 단순히 버리고 없애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가 무엇을 소비하고 어떤 생활을 하는지에 따라 쓰레기가 만들어지고, 그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사회와 환경의 모습도 달라진다. 결국 쓰레기를 들여다보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들여다보는 일이기도 했다.
특히 책을 읽기 전에는 쓰레기를 굉장히 단순한 대상으로 생각했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하나의 쓰레기에도 과학과 역사, 기술과 사회가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새롭게 느껴졌다. 평소 아무 생각 없이 버렸던 것들을 한 번 더 바라보게 된 것도 이 책을 읽고 난 뒤 달라진 점이다.
어렵게 공부하는 느낌 없이 재미있게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여러 분야의 지식까지 얻을 수 있었던 책이라, 개인적으로는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재미있게 읽은 책이어서 소설에 지겨워진 분들이 있다면 다음 책으로 쓰레기 과학을 추천한다.
p.s 갑자기 서평을 쓰다가 엉뚱한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 조선시대에는 길거리에 쓰레기가 넘쳐나고 악취와 쓰레기 더미, 구정물 속에서 생활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하는데, 그때도 우리 조상들은 흰옷을 즐겨 입었다고 한다. 어쩌면 깨끗함과 단정함을 중요하게 여겼던 우리 민족의 특성을 보여주는 모습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지금 나고야 아시안게임을 보면서도 괜히 우리나라 사람들의 이런 특징이 재미있게 느껴진다. 뭔가 어떤 약간의 고집? 근성? 기개?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