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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 (물방울 에디션)
김지윤 지음 / 팩토리나인 / 2026년 6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처음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이라는 제목을 봤을 때, 솔직히 말하면 큰 기대를 하진 않았다. 사실 그냥 무난한 뮤지컬 제목 같아서 서점에 베스트셀러 올라와 있어도 관심이 없던 소설이다. 그냥 잔잔한 힐링 소설이겠거니, 가볍게 읽기 좋은 이야기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책을 덮고 나니, 예상과는 다르게 마음 한쪽이 묘하게 따뜻해지고, 동시에 조금은 먹먹해지는 느낌이 남았다. 마치 막 건조기에서 꺼낸 이불을 덮었을 때처럼 포근한데, 그 온기가 오래 남는 그런 이야기였다.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빙굴빙굴 빨래방’은 단순히 빨래를 하는 공간이 아니다. 이곳은 사람들이 잠깐 들렀다가 가는 장소이면서도, 각자의 이야기를 내려놓고 가는 일종의 ‘마음의 쉼터’ 같은 공간이다. 누군가는 현실에 지쳐서, 누군가는 관계에 상처받아서, 또 누군가는 미래가 막막해서 이곳을 찾는다. 그리고 그들은 빨래를 돌리는 동안 노트에 자신의 고민을 적는다.
이 설정이 굉장히 인상 깊었다. 사실 우리는 일상에서 누군가에게 속마음을 털어놓는 일이 쉽지 않다. 괜히 부담을 줄까 봐, 혹은 이해받지 못할까 봐 말을 삼키게 되는 순간이 많다. 그런데 이 빨래방에서는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에게 조심스럽게 마음을 건넨다.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 글에 답을 남긴다. 익명이라는 거리감이 오히려 진솔한 대화를 가능하게 만든다는 점이 현실적이면서도 따뜻하게 느껴졌다.
등장인물들의 사연도 현실적이다. 삶이 뜻대로 풀리지 않는 사람들, 관계에서 상처받은 사람들, 자신을 탓하며 괴로워하는 사람들까지. 특별히 극적인 사건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서 더 공감이 갔다. 특히 “사는 게 왜 이렇게 힘드냐”라는 질문은 누구나 한 번쯤 마음속으로 되뇌어봤을 말이라서 더 와닿았다.
그리고 나도 그 세탁소에 있는 초록색 다이어리에 내 이야기를 적고 답을 구하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소제목도 어쩜 이렇게 귀여울까?
토마토 화분을 두드려 보세요라니..
그래서인지 제일 마음에 들었던 이야기이다.
이 작품에서 인상 깊었던 건, 누군가가 완벽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신 “괜찮다”, “시간이 필요하다”, “당신 잘못이 아니다” 같은 말들이 조용히 건네진다. 어떻게 보면 너무 당연하고 흔한 말인데, 그 말들이 상황 속에서 자연스럽게 등장하니까 오히려 더 진심처럼 느껴졌다. 현실에서도 사실 우리는 대단한 해결책보다, 이런 말 한마디를 더 필요로 하는 순간이 많지 않나 싶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건 ‘식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부분이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작은 화분일 뿐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하루를 버티게 해주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매일 조금씩 자라는 식물을 보면서 ‘나도 이렇게 다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점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나 역시 요즘 키우고 있는 식물들이 떠올랐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그런 작은 존재들이 생각보다 큰 위로가 된다는 걸 다시 느꼈다.
사실 그 식물이 토마토라서 나에게 더 와닿는 이야기가 되어주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 토마토 키우기이고, 또 열심히 키우고 있으니까 말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