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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사회 - 우리에게 한국전쟁은 무엇이었나
김동춘 지음 / 돌베개 / 200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50년만에 이루어진 남과 북의 이산가족의 상봉은 이미 말라가고 있을법한 통일과 평화에 대한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몰핀주사'인지도 모른다. 실로 다시금 민족의 화해와 협력의 분위기가 무르익는 즈음에 우리에게 잊을 수 없는 기억을 들춰내는 것은 불쾌한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도려내지 않으면 전체가 썩어버리는 상처를 치료하듯 김동춘의 글은 과감하지만 예리하다.

시작되었으나 끝나지 않은 전쟁에 대한 그의 글쓰기는 이미 남한지배층의 지식권력, 현실정치권력 그리고 기득권 재생산의 정신적기초가 되고 있는 6.25의 해석이면에 단순히 앎의 영역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받는 몸에 체현되어 살아 숨쉬는 압제받는 체험을 기록하고 있다. 그가 안내하는 전쟁을 경험하고 나면 전쟁이 할퀴고 간 우리 민중들의 역사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차가운 머리로 우리에게 6.25가 무엇이었는가? 무엇인가? 무엇일 것인가?를 동시에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그와 함께 전쟁을 경험한 후로 떠오르는 것은 '자신이 야수로 변한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체 보름날 밤, 연인과 함께 있는 늑대인간의 비극'이었다.

이승만의 무책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피난에서 저자는 오늘날 한국인들의 행동이 '50년 정 피난민들의 행동과 과연 얼마만큼이나 다른가?'라고 묻는다. 당시의 '피난사회'의 모습들은 단순한 과거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전쟁은 국가란 개인의 정신세계와 생명에 대한 애착의 마음까지 짓이기면서 자신에게 충성을 강요하는 무서우며 끊임없이 의심하고 변덕스럽기 그지없는 신이 연출하고 있던, 단테나 석가, 혹은 예수의 지옥보다도 더 참혹한 곳이었다. 전쟁당시 민중들이 진실로 두려워 한 것은 가까운 사람들간의 원한 관계였으며 믿었던 사람들이 체제가 바뀌면서 따라서 변신하는 것이라는 말은 깊게 기억해야할 것이다.

그는 이 책에서 전쟁에서 벌어진 잔인한 범죄에 대한 기억을 재생시키기 위해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이렇게 학살에 집착하는 것은 학살이 국가 탄생의 감추고 싶은 비밀, 그러나 일생을 지배할 수 밖에 없는 출생의 비밀이라는 점이다. 학살은 과거의 일이지만, 학살을 저지른 국가는 그 이후의 정치과정에서 민간인들에게 그러한 행동을 반복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야수로 돌변한 사실들을 정면으로 들추어내고 검토하지 않는 한 우리는 그런 반문명적인 사태를 또다시 맞지 않을 수 있다는 보장을 갖지 못할 것이며 한국전쟁 당시 발발했던 이 학살사건에 대한 역사적 진상규명과 책임자의 법적. 정치적 단죄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로 한국전쟁 때 국군이 자행한 학살 사실이 규명되지 않은 결과로 4.19혁명과 광주혁명에서 또 다시 그와 같은 '인간사냥'이 재발하였기 때문이다.

왜 그렇게 잔인한 학살이 한반도에서 발생하였는가? 이에 대해 저자는 대량학살은 분명 전쟁의 산물임과 동시에 독특한 역사적. 문화적 기반을 갖고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두 정권 모두 이러한 보복을 통제할만한 이념적, 도덕적 기반을 갖지 못하였고 최소한의 국민국가의 기초조차 갖추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여기서 덧붙여 저자는 한국전쟁시기의 대량학살은 바로 일제 식민지 지배의 직접적인 유산이라고 말하고 있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독특한 역사, 문화적 조건과 함께 당시 민중들의 증오와 감정을 통제할 그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았으며 이성이 철저하게 파괴되어 다시 없어야하는 잔인함과 처절함을 연출했다는 것이다. 이는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여기에는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논리가 적용하지만, 전쟁이 인간의 의도 혹은 의지와 무관한 '주체 없는 과정'은 아니며, 인간의 원죄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도 없으며 대량학살은 분명히 피할 수 있는, 피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작가는 마지막으로 '반쪽 국가가 과연 그러한 희생을 치르고서라도 건설되었어야 했는가?'라는 근본적이며 그만큼 위험한 질문을 던진다. 그것은 오늘날 말 그대로 50년이후 계속진행중인 전쟁과 피난을 살고있는 우리의 몫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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