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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런치 - 내가 낸 세금은 다 어디로 갔을까?
데이비드 케이 존스턴 지음, 박정은.김진미 옮김 / 옥당(북커스베르겐)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바보같이 몰랐다. 정말 몰랐다. 정부가 세금인하를 해서 서민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말을 순진하게 믿었다. 아담스미스식 자본주의에 따라 시장에서 경쟁할수록 소비자와 공급자 모두에게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공기업을 민영화하는 것이 비효율적이고 방만한 재정운용을 줄여줄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에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어들어갈수록 마음 속에 차 오르는 불편한 진실, 내가 너무 순진했었구나 하는 자책감과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최근에 정부가 잇따른 감세 정책을 발표했을 때 나는 내심 몇십만원 정도 줄어들지도 모른다는 세금이 일희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에게 몇십만원이 줄어든다는 것은 부자들에게는 몇백만원에서 몇천만원이, 기업에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십 수백억까지 세수가 줄어든다는 뜻이다. 결국 지금 당장 반짝 경기부양을 위한 감세는 수천억 수조원 이상의 세수감소로 이어질게 자명한데, 과연 이 부족한 세수는 누구에게서 거둬들인 것인가? 이 책은 바로 이런 의문점을 주요 타겟으로 파고 들어가 충격적인 분석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클레이 쎠키의 more is different라는 말이 있다. 규모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기 시작하면 거기에는 같은 규칙이 적용되지 않는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는 의미이다.
부자들에게 제공되는 막대한 세제 혜택, 국민들의 세금으로 기업활동을 지원하고, 적자가 발생하면 당연히 기업 책임으로 전가되어야 할 부분이 국민 세금으로 매꿔지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석유재와 같은 필수재들의 경우 경쟁할수록 가격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석유/가스/전기 회사들에게 공정경쟁을 유도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이 사실은 이들의 배를 부풀려주는 편법이었음을 깨닫는다는 것은 참으로 가슴이 쓰리다.
이것은 미국에 관한 이야기다. 그러나 절대로 미국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아마 책을 읽는 내내 머리속으로 교차되는 국내의 여러가지 사건들과 정책들이 여러분의 머리를 괴롭힐 것이다. 가진 자들은 더욱 가지기 위해 가장 가지지 못한 자를 쥐어짜내는 교활한 작전을 펼쳐낸다. 그러나 이들은 언제나 범죄와 윤리의 경계선상에서 활동하며 스스로를 정당화한다. 모두에게 이익이라는 명목으로 말이다.
그리고 4대강 사업(=대운하라고 모두 믿어 의심치 않는) 역시 왜 프리런치인지를 확실하게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4대강 사업의 진행 자체는 아무것도 아니다. 막대한 돈이 일부의 기업에 지원금으로 쏟아부어질 것이고, 진짜 문제는 건설이 끝난 뒤에 들어가는 유지관리 비용이라는 명목으로 영원히 지급될 엄청난 국민의 혈세가 눈에 어른거린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이 책은 우리가 정부와 국회에 무엇을 요구해야 할지, 우리가 개인과 시민사회 단체의 일원으로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에 대한 질문과 대책 역시 제공하고 있다. 내 돈 1억을 부풀리는 방법을 연구하기보다 그 돈이 허무하게 새어 나가지 않도록 (눈뜨고 당하는 형태로) 감시와 견제를 해야 함의 필요성 역시 통감하게 해 주는 책.
강력히 추천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