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판에 딱 붙은 아이들 난 책읽기가 좋아
최은옥 글, 서현 그림 / 비룡소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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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쪽

교실은 다시 조용했다. 복도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종종 눈에 뛰었다. 세 아이는 칠판에 두 손이 붙은 채로 서로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봤다. 이렇게 가까이 서로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는 건 처음인 것 같았다. 눈 두 개, 코 하나, 입 하나, 맨날 보던 그 얼굴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딘지 다르게 느껴졌다. 다른 아이들보다는 서로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그렇지도 않았다. 서로 터놓지 않았던 속마음을 알아서일까? 세 아이는 어쩐지 서로에게 더 가까워진 것 같았다. 기웅이, 동훈이, 민수는 소리없이 빙그레 웃었다.

 

말하지 않고 쌓인 오해들은 그 틈이 점점 더 커져갑니다. 다 알고있는 가까운 사이에서 더더욱 말이죠. 이 이야기의 결말은 처음 예상 그대로입니다. 서로 오해하고 싸우던 아이들의 손이 칠판에 딱 붙어버리게 되고 여러 우여곡절 끝에 오해를 풀고 화해와 함께 사건은 해결되지요. 알고보면 참 쉽고 간단한 이야기인데말입니다. 그게 우리의 삶에서는 잘 안되는 것 같습니다. 이 뻔한 이야기에 양념이 되는 것은 중간중간 우리를 뜨끔하게 하는 어른들의 모습입니다. 권위를 내새우고, 다른사람의 의견을 무시하고, 무조건 소리지르고 화내고... 사건의 본질을 보려하지 않고 겉모습만 자극적으로 포장하고... 각자 자기만의 세계에 푹 빠져 있는 모습이 그대로 잘 드러나 있습니다. 최근의 사태와 딱 맞물려 ‘보건당국’의 이야기도 풍자해 냅니다.

 

126쪽

지금부터 뉴스 속보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곳곳에서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여기저기 붙어서 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중략)..그런데 특이한 점은 절대 혼자서 붙어있는 사람은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더 이상한 점은 몸의 다른 부분이 아니라 모두 똑같이 손바닥이 붙었다는 것입니다.

 

 서로의 마음을 말하지 않고 오해와 미움의 불씨를 키우고 있는 사람, 손바닥을 붙이고 풀어나가야 할 사람이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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