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 콜드 블러드 ㅣ 트루먼 커포티 선집 4
트루먼 커포티 지음, 박현주 옮김 / 시공사 / 2013년 6월
평점 :
실제 일어난 일가족 살인 사건을 취재하여 소설의 형태로 바꾼 글이며, 인 콜드 블러드 라는 스산한 제목, 그리고 절제된 단어로 문장을 세련되게 구사한다는 트루먼 카포티의 명성을 생각했을때는 상당히 건조하고, 절제된 하드보일드 소설과 같지 않을까 선입관을 가졌으나 실제로 읽게 되니 초반부는 상당히 지루했다. 취재의 형식을 띠다보니 사건과 관련된 모든 인물들의 배경, 삶을 모조리 소설에 넣었기 때문에 이런 것까지 알아야 하나싶은 등장 인물들의 사정들도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살인이 일어나기 전까지 살해당한 일가족의 배경 상황을 읽을때까지는 글을 겨우 밀어 넣었으나, 살인이 일어난 뒤부터 긴박하게 사건이 진행되면서 소설에 재미가 붙기 시작했다. 살인이 일어난 뒤 마을의 상황, 진행되지 않는 수사, 범인들의 그 이후의 행적, 사건의 실마리가 나타나고 탄력이 붙는 수사, 검거, 사형 집행까지 과정은 몰입력이 있어서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긴 추석 연휴 내내 사건이 진행되기전 초반부를 읽는데 허비했다면, 사건이 일어나고 사형 집행까지는 하루만에 읽었을 정도이니 그 차이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장점은 사건이 일어난 과정을 있는 그대로 옮겼다는 착각이 들만큼 아주 상세하고, 자세하게 실어놓아 실제 사건을 담당한 보안관이 업무상 기록한 사건 수기를 읽는듯한 착각이 들만큼 내용의 충실감을 느꼈다는 점이고(하지만 저자가 녹음 테이프나 도움 없이 순전히 취재했던 기억을 통해 사건을 주관적으로 재구성한만큼 실제 사건의 진실성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감안하고 읽어야할것이다), 단점을 꼽자면, 살인사건이라는 핵심 줄기와는 다소 상관성이 떨어져 보이는 등장인물들의 인생 배경, 심리 묘사들까지 포함되어, 이것들을 읽을 때 지루하고 몰입도가 떨어져서 드문드문 스킵하고 읽었어야 했다는 점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저자가 사건에 대해서 그래도 다소 객관성을 유지하여, 살해당한 가족에 대한 동정이나 범인에 대한 분노에 빠지지 않고, 시종일관 냉정함을 유지하는 서술을 통해서 사건에 대해서 차분하게 이해할수 있었다는 점이다.
좋은 범죄 다큐멘터리 한편을 본 충만감이 있지만 별 하나를 뺀 것은, 범인 페리에 대한 다소 온정적인 시선을 유지한 저자의 태도에서 객관성에 의문이 들었기때문이고, 앞에 반복해서 언급한 좀 지루한 부분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