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사업가입니까
캐럴 로스, 유정식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2014.

사업가를 꿈꾸는 이를 위한 체크리스트다. 대개 창업가들은 자기 스타트업을 최고로 여기기 때문이다. 거리를 걸어가는 사람들이 모두 자신의 고객들로 보일 테다. 이 책은 그러한 환상에 찬물을 끼얹는다. 나도 맞아봤는데, 아이스버킷 챌린지인 줄 알았다.

지금이야 창업의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퍼졌겠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창업을 만만히 보는 분위기가 다수였다. 물론 결과는 완전경쟁시장에 가까운 치킨집을 봐도 알 수 있다. 저자는 말한다. ˝창업가는 준비되어야만 한다.˝

만일 창업을 고민하고 있다면 가까운 서점에서 이 책을 들춰보길 바란다. 먼저 2부 8장을 읽어보자. 취미와 사업은 다르다는, 외면하고 있던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 챕터의 `컨닝 페이퍼`를 재빠르게 살펴 보자. 찬란했던 망상을 찌르는 칼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이 책의 미덕을 꼽자면 창업의 위험을 낱낱이 보여준다는 점이다. 보물지도가 아니라 위험지도인 셈이다. 어디를 걸어야 보물을 찾을 수 있는지는 알려주지 않지만, 어디를 밟으면 안 되는지를 알려준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실패하지 않아야 한다.

우연에 사업을 거는 도박을 피하려면 우선 이 책이 경고하는 분야에 대책을 마련하자. 덧붙여서 사업을 시작하는 곳이 어딘지도 생각하자. 보통은 헬조선(!)이 아닐까. 계약자를 등쳐먹는 대기업과 성공의 기미가 보이면 전방위에서 달려드는 경쟁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젠장.

역자 후기를 살피면 역자 자신도 창업자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역자가 컨설팅 사업을 시작한 뒤 고통을 겪으며 얻은 화두를, 이 책을 번역하며 풀어냈다는 고백이 담겨 있다. 사업은 취미가 아니라는 결론과 함께.

보물지도를 보고싶다면 같은 역자가 번역한 ˝디맨드˝(에이드리언 슬라이워츠키, 칼 웨버)를 읽어야 한다. 고객의 수요가 곧 보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은 ˝당신은 사업가입니까˝가 가져올 부작용을 중화해준다. 과감히 창업을 시작하려는 용기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모든 위험을 피하려면, 이불 속으로 도피하는 수 밖에 없다.

수요에 대한 책을 한 권으로 끝낼 수는 없다. 고객은 실전이기 때문이다. 보물지도와 위험지도가 있어봤자 실행하지 않으면 관상용 지도에 불과하다. 다음에 읽어볼 책으로는 ˝린 스타트업˝(애시 모리아)이 있다. 이 책은 실리콘 벨리에서 유행하는 린 스타트업 운동의 각론이다. ˝디맨드˝는 수요에 대한 넓은 시야를 제시하고, 린 스타트업은 수요의 디테일을 가로챌 무기를 제공한다. 준비된 창업가가 되기 위한 최소 요건이랄까. 하, 그래도 부족할 뿐이다.

역자의 책 중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 책은 ˝착각하는 CEO˝다. 그는 이 책에서 경영과 조직에 대한 수많은 미신을 심리학으로 검증한다. 아쉽게도 최근 심리학의 재현성 문제가 대두되어 반박할 빌미가 생겼다만, 이 책의 가치는 크게 변하지 않는다.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던 통념을 직시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눈을 가리던 환상을 걷어낸다는 점에서 ˝당신은 사업가입니까˝와 같은 장점을 가지고있다.

결론 : 친한 사람이 창업을 고려한다면 슬며시 추천해주는 책이다. ˝이런 건 주갤럼이나 하는 거에요. 인생을 지는 도박(...)에다 몰빵하면 못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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