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블랙홀 - 욕망과 잘 사귀어 나가는 길 내일을 여는 지식 철학 22
조홍길 지음 / 한국학술정보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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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의 욕망을 다룬 1부는 미리 갈래를 정한 뒤 사상가를 분류한 것 같다. 1부의 큰 문제는 동서양의 욕망담론을 대표하는 사상가가 너무 적은 데 있다. 드넓은 서양 사상의 흐름을 몇 사람의 사상가로 추린 데다가 막상 면모를 살펴보면 플라톤, 에픽테투스, 데카르트, 헤겔에 20세기의 바타이유, 지라르, 들뢰즈 라캉을 더했을 뿐이다. 적다. 너무나도 적다. 허다한 중세 철학자들은 모두 생략되었을 뿐 아니라 헤겔 외의 대륙철학자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영미 철학자는 말할 것도 없다. 푸코를 위시한 프랑스의 쟁쟁한 거인들은 어디에 있는가.

동양 철학으로 시선을 돌리면 문제는 더 커진다. 동양의 욕망담론을 유교, 불교, 도교로 요약학 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인도철학은 동양이 아닌가? 그리고 일본과 한국의 철학은 어디에 있는가. 그런데 과연 여기에 호명된 인물이 각 사상을 대표하지도 않는다. 공자, 맹자, 순자에서 바로 성리학으로 이어지는 유교의 흐름에 다른 해석이 끼어들 여지는 없을까? 양명학조차 천대받는다. 양명학이 성리학의 금욕주의를 이어받았다는 한 문장이 전부다. 고등학교 윤리와 사상 혹은 생활윤리를 뛰어넘지 못하는 수준이다.

책에서 건질 부분이 있다면 2부에 있다. 바로 자본주의의 욕망을 분석하는 장이다. 그러나 그마저도 난관에 처한다. 역사와 사회성을 결여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자본주의에 욕망이 문제가 되는 순간을 포착하려 하지만 실패한다. 저자도 동의하는 바, 욕망은 실체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욕망의 윤곽을 드러내려는 시도가 있어야 하는데 저자는 이에 실패한 것 같다. 추상적인 단어 속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사실 이러한 함정을 피하고자 자본주의를 탐구한 학자들이 욕망을 보여주는 방식은 전형적인데, 바로 욕망에 빠진 군중의 행태를 보여주는 것이다.

2부의 두 번째 비판점은 주류 경제학이 아니라 마르크스를 통해 자본주의를 분석한 데에 있다. 주류 경제학의 위인들도 욕망에 대해서 할 말이 있다. 경제학 자체가 수요와 공급의 학문이지 않은가. 경제학을 자본의 논리로 치부하고 논의에 포함하지 않는 것은 지성인의 병폐라 볼 수 있다. 베커나 슘페터, 폴라니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케인즈와 보드리야르를 결합하기만 해도 더욱 풍성한 논의가 되지 않았을까.

사회와 역사가 결여된 논의는 3부에서 개인으로 수렴한다. 그러나 이는 우리가 먹고 마시는 식탁이나 떠들고 노는 노래방과는 관계가 없다. 논의는 곧장 신비주의를 향해 달려간다. 먹고, 떠들고, 땀흘려 일하는 바로 이 곳과 유리된 욕망 담론에 무슨 의미가 있는가? 아쉬움만 남는 책이다.


p.s. 이 책의 내용이 네이버 캐스트에 요약되어 있다. 압축된 내용이 훨씬 알차다.
http://navercast.naver.com/list.nhn?cid=2903&category_id=2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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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nxlady 2020-05-30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욕망에 관련된 좋은 책 추천해주실만한 것 있으면 추천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