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머캐스 R. 선스타인. 이기동 역프리뷰. 2009.법학자 캐스 R. 선스타인이 루머에 대해 쓴 얇은 책이다. 서술은 장황하지만 책 자체의 분량은 짧은 것을 보니 편집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저자가 독자를 사로잡는 것은 내용의 탁월함으로도 충분하다. 이 책의 매력적인 부분은 루머의 매커니즘을 설명하는 과정인데 문자만 나열된다는 단점이 있다. 도표를 그려 가며 읽기를 권한다.무리 속의 인간에게는 정보와 동조의 폭포수 현상과 중심 극단화 현상이 두드러진다. 이는 루머를 확산시켜 민주주의의 이념적 기반이 되어온 `사상의 자유시장`을 무력화한다. 즉 사상의 자유시장은 기존의 생각만큼 자유로운 시장이 아닌 셈이다. 인간은 진리를 추구한다고 자부하지만 본성상 거짓에 끌리는 경향을 지니며, 사상의 시장에는 독과점 사상들이 즐비하다.저자가 주의를 기하며 증명하는 인간상은 `이성적으로는 부정하지만 겉으로는 찬성을 표하는 사람`이다. 이는 지식인이 사회의 압력에 굴복한 모습이라는 점에서 인상깊다. 과연 사회적 압력이 나를 압도할 때,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내가 코페르니쿠스의 시대에 살지 않아서 다행일 뿐이다.루머는 이미 많은 연구가 이루어진 주제이다. 저자는 최신의 실험 결과(행동경제학의 편향)를 소개하는 데 멈추지 않고 법학자의 눈으로 새로운 지평을 바라본다. 루머가 어떻게 사회에 악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이를 최대한 저지할 수 있는지(위축효과)를 이토록 짧은 글에 종합해내었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느낀다.다시 초점을 개인에게 맞춰보자. 인간의 편향이 진리가 아닌 거짓을 따른다면 개인은 어떻게 해야 진리에 가까워질 수 있을까? 아마 해답은 간략한 문제해결 프로세스보다는 수많은 질문과 성찰의 연쇄에 가까울 것이다. 인식론적 파산이라는 아쉬움이 찾아오지만 인간의 한계는 어쩔수 없다고 본다.사상의 자유시장이 비록 독과점 시장일지라도 개인의 입장에서 이는 매우 강력한 이념이다. 단 하나의 이론으로 개인 혹은 사회를 환원해낼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하며 사상들 간의 치열한 접전을 회피하지 않아야 하지 않을까. 이는 매우 기초적인 원칙이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원칙 중 하나라 확신한다. 혹시 삶의 궤적은 원칙과 모순 사이에서 얼마나 균형을 잘 잡느냐에 따라 그 미적 수준이 달라지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