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테오도르 W. 제닝스 교수는 시카고 신학대학에 재직하고 있다. 책의 소개에 의하면 성서신학 및 구성신학을 가르치고 있다고 하는데 비전공자로서 그의 전문분야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힘들다. 그는 이 책에서 퀴어 신학을 전개하려 한다. 퀴어 신학은 1990년대부터 전개되었다. 2000년에 달하는 기독교 전통 안에는 퀴어에 친향적인 해석이 들어있지 않다. 즉 퀴어 신학은 매우 새로운 전통인 셈이다.

1997년에 나온 리처드 헤이스의 `신약의 윤리적 비전`에는 `진지한 신약학자들은 퀴어 신학을 주장하지 않는다`고 짧게 언급되어 있는데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급진전된 동성애자의 인권을 (그리고 꾸준히 명맥을 이어온 듯한 퀴어 신학을) 고려할 때, 기존 기독교 전통 측은 성서에서 퀴어 신학을 해석해 내려는 시도에 응답하는 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차정식 교수는 `바울신학 탐구`에서 바울과 테클라를 엮어 동성애를 건드리는 데 그치는 반면 테오도르 제닝스 교수는 예수 전승을 곧바로 건드린다. 역시 해방신학을 전공으로 하기 때문에 이토록 전투적인 걸까? 그런데 바울은 로마서에서 동성애가 죄(의 결과)임을 명시하지 않았나(참조할 만한 글 http://mimoonchurch.com/?p=1579)? 그래서 바울을 우회하면서도 직접적으로 예수에 대한 해석에 도달한 것일까? 호쾌하면서도 아슬아슬하다.

제닝스 교수는 서문에서 그가 착수할 작업의 목표를 제시한다. 예수의 성애적 집착을 예수 전통에서 공정하게 추론해 낸다는 것이다. 왠지 `전문가용, 매우 어려움`을 돌려서 말한 것 같다. 비전문가에다 심지어 해당 전공의 진입장벽을 뚫고 들어갈 만한 제반지식이 없는 나로써는 이 책을 읽고 비평할 엄두가 안 난다만 내가 속한 보수적 기독교의 지평 밖을 살펴볼 좋은 기회라고 본다.

무엇보다 새로운 전통(과 공동체)이 생겨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어서 즐겁다. 동양의학과 한의학의 현대의학에 대한 분투에 눈길이 가는 것 처럼 이 새로운 신학에 주목하게 된다.




"이 책에는 예수 전승들에서 공정하게 추론할 수 있는 동-성애적 관계들 쪽으로 예수의 성애적인 집착과 태도에 대해 무언가를 시사하고 있는 복음서 텍스트를 조심스럽게 그리고 끈질기게 탐색하기 위한 시도가 담겨 있다. 젠더와 오늘날 `결혼 및 가족 가치`라 불리는 것을 비롯하여 다른 남자의 애인으로서의 예수에 대한 `위험한 기억`과 그러한 관계를 향한 예수의 태도에서 드러나는 증거는 현대의 이성애주의heterosexism 및 동성애혐오homophobia와 양립할 수 없다. 나는 이 연구가 교회와 사회에서 게이, 레즈비언, 트랜스젠더 그리고 양성애자의 긍정을 위하여 중요하면서도 영속적인 변화를 낳기 위한 계속되는 시도에 도움을 주기를 바란다."(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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