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여자이원우. 김태훈, 권혜석 감수청출판. 2013.예쁜 여자에 대해 저자가 고찰한 내용이다. 아름다움은 영혼을 사로잡는다. 심지어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는 `백치`에서 미쉬낀 공작의 입을 빌려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다˝라고 찬사를 보낸다. 아름다움이 거룩함(聖)에까지 이르는 것이다. 이러한 아름다움을 천성적으로 타고 난 이들이 있으니 바로 예쁜 여자다.이원우는 예쁜 여자의 인간성에 주목하며 예쁜 여자를 우상(idol)의 자리에서 내려오게 한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아름다움에서 구원의 가능성을 엿보지만 그것은 땅에 사는 인간의 영역이 아니다. 오히려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미적 자산은 비극의 물결로 바뀐다. 인간은 모두 자신만의 비극에 출현한다. 금수저에게 금수저만의 고민이 있듯 예쁜 여자에게도 그들만의 고통이 있다. 불안, 파괴, 고독, 죽음이 바로 그것이다. 이것들이 인간의 보편적인 질병이라는 점이 재미있다. 저자는 보편적 비극에 아름다움을 채워 넣어 예쁜 여자의 심리를 그려낸다.저자는 연애 서적을 쓴 경력이 있다. 전작의 흔적인지 예쁜 여자의 고통을 이야기하면서 이런 여인의 마음을 차지할 방법을 슬쩍 언급한다. 예쁜 여자의 비극을 다룬다는 점에서 가벼운 연애 상담서의 범주를 넘어선다만 이 책에서 유혹의 기술을 전수 받으려는 사람은 인간이 그렇게 단순한 존재가 아님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복잡다단하게 얽혀 있는 인간의 심리를 이 얇은 책 한 권으로 통찰할 수는 없다. ˝예쁜 여자˝에서 주목할 점은 유혹의 기술이나 연애 전략이 아니라 미인의 삶이 왜 비극적인지에 대한 저자의 관점이다. ˝예쁜 여자˝를 음식에 비유한다면 저자가 바라보는 인간 문제의 실태를 읽는 것이 주식이요, 이를 예쁜 여자에 적용하는 것이 맛있는 반찬이라 할 수 있다.저자는 ˝예쁜 여자˝에서 인간이 겪는 보편적인 문제를 전제로 삼고 아름다움이라는 자산을 가진 예쁜 여자 역시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성장기에 아름다움이라는 자산을 누려오면서 보통 사람과는 다른 모습으로 이러한 문제에 직면한다. 아쉽게도 아름다움을 경쟁적으로 좇는 현대에 예쁜 여자의 비극이 새롭지만은 않으며, 저자의 논리가 역사 속에 보편적으로 적용되지도 않는다. 이 책은 대한민국의 광기에 대한 스냅샷이라고 할 수 있다. 페이지마다 예쁜 여자라는 테마를 중심으로 현대 사회의 병폐가 공전하고 있다. 독자는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보다는 재치있는 단상을 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