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리다와 역사의 종말
스튜어트 심. 조현진 역
이제이북스. 2002.

데리다의 입장에서 철학적, 과학적 종말론을 배격하는 책이다. 장 프랑수아 리오타르, 프랜시스 후쿠야마, 장 보드리야르, 폴 데이비스. 비판 대상의 이론은 익숙하지만 데리다의 이론이 낯설어 페이지를 넘기기 힘들었다. 전에 철학사에 익숙하지 않았을 때 데리다를 회피한 대가다.

다만 데리다가 얼마나 매력적인 인물인지 단초를 잡은 것 같다. 그의 해체는 책에 숨어 있는 내용에 신선한 빛을 비추어 준다.

스튜어트 심 교수는 데리다의 해체를 이용하여 정치적 독해를 시도한다. 기존의 입장을 해체하여 적극적인 주장에까지 나아간다. 무엇이 아니다라는 논증을 이용하여 무엇을 해야 한다는 결론을 이끌어내는 논리가 흥미롭다.

다만 그 논증이 `경계에 경계를 더하며 교훈에 교훈을 더하며 교훈에 교훈을 더하되 여기서도 조금, 저기서도 조금 하는(이사야 28:10)` 것에 귀착하는 것 같아 아쉽다. 이는 해체의 한계라기보다는 절제의 지혜로 보인다. 해체의 논리가 종말을 선언하고 미래를 닫는 포스트모던을 논박하고 희미하나마 가능성을 열어놓는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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