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창업을 한다
권민 지음 / ByUnitasbrand(유니타스브랜드)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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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창업을 한다 (불쑥 창업하겠다는 아내를 위해 만든 브랜드 컨설턴트의 창업 매뉴얼)
권민
UNITASBRAND. 2011. 
 
최근 마케팅이 회사 전체와 동일시되고 있다. 마케팅 팀은 제품의 기획 단계부터 참여하기 시작하며, 제품을 제품으로 남지 않고 소비자의 경험(UX)으로 승화되도록 제품을 설계한다. 탁월한 UX를 가진 회사는 오랜 시간을 견뎌내며 하나의 브랜드로 성장한다. 이 책 ‘아내가 창업을 한다’는 처음 창업하는 사람이 어떻게 브랜드를 건설할지를 다룬다. 
 
여타의 창업 ‘무작정 따라하기’ 류의 책과 비교해보면 이 책의 기획을 엿볼 수 있다. 다른 책이 프랜차이즈나 현재 유행하는 업종을 따라가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반면 ‘아내가 창업을 한다’는 오히려 새로운 카테고리를 창조해 내라고 강조한다. 창업은 일률적인 모방이 아니라는 사실을 생각할 때, 이러한 기획의도를 칭찬할 만 하다.
 
책이 진행하는 방식도 독특하다. 권민 편집장은 창업의 최종 목표를 브랜드 런칭으로 정의한 뒤, 무엇이 창업이 아닌지를 보여 나간다. 저자는 현재를 보여주는 수치를 전혀 제시하지 않으면서 오로지 기존의 브랜드에 대한 일화를 가지고 창업 철학을 소개한다. 
 
그러나 여기서 책의 한계가 드러난다. 저자의 주장은 어떤 통계나 조사로도 증거를 내세우지 못하는 이론에 불과하다. 수치를 통해 객관성을 확보하지 못했으니 제대로 된 프레임워크가 있을 리 없다. 책에 등장하는 컨셉 노트, 시장조사 노트, 독서 노트는 마치 전가의 보도처럼 제시되나, 실제로는 더 적합한 프레임 안에서만 작동할 수 있다. 
 
숫자로 지지하지 않는 논증, 성공한 사례의 공통점만을 (단지 저자가 본 관점에서) 추려낸 정리, 부실한 프레임워크는 베스트셀러로 잘 팔리는 자기계발서나 얄팍한 수준을 자랑하는 교양서의 특징이다. 이 책도 그러한 오명을 씻지 못하리라 본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책에 제대로 된 배경 설정이 없기 때문이다. 기업의 활동에서 마케팅이 중요해지게 된 이유는 (경쟁자가 너무 많아졌기도 하지만) 미디어의 발달로 인한 소비자의 힘이 커졌기 때문이다. 또한 소비자의 구성이 다채롭기 때문이기도 하다. 소비자의 힘이 강력해졌기 때문에 그들을 억지로 끌어당기기보다는 자발적으로 제품을 찾도록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전략이 되었다. 
 
정확한 배경 설정을 회피하니 브랜딩에 대한 정의가 모호해지고, 창업이 온전히 예술에 속하는 듯 떠받들어진다. 저자는 ‘브랜드가 더 이상 경영학이 아니라 신학’(83)이라는 예리한 통찰을 가지고도 더 이상 진전을 보이지 못한다. 사실 이 책 전체가 위의 명제를 맴돌 뿐이다. 이러한 처참한 실수는 브랜드에 대한 저자의 이론을 현재(2010년대)에 제한된 이론이 아닌 시간을 초월한 경전이 되도록 하려는 부질없는 의도 때문이리라 생각한다. 
 
유니타스 브랜드는 브랜드 실무자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 매거진이다. 저자는 해당 매거진을 발행하는 출판사의 편집장이다. 아마 이 책의 부실한 기초와 공허한 깊이는 마케팅 전문가가 생소한 분야에 억지로 진출하려는 과정에서 생긴 결과일 것이다. 
 
저자의 말대로 창업의 목표는 브랜드 런칭이라고 (단, 회사를 고객으로 하는 B2B 창업을 제외한다면) 할 수 있다. 또한 브랜드의 철학이 창업의 중요한 시발점이라는 지적도 좋은 지적이다. 그런데 어째서 브랜딩을 그토록 신화화하는가. 왜 이 책은 객관성을 버리고 덧없는 자기계발서로 머무는가. 저자의 기획 목적과 메시지에 공감하는 독자로써 매우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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