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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스터 맥그래스의 역사신학 - 기독교 사상사 개론
알리스터 맥그래스 지음, 조계광 옮김 / 생명의말씀사 / 2022년 2월
평점 :
알리스터 맥그라스의 “역사신학”을 읽고
교회사와 역사신학 학습의 중요성
나는 설교자이다. 매일 성경을 가지고 씨름한다. 본문 주해를 위해 늘 곁에 주석을 둔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내일 새벽 설교 준비로 마음이 조금 분주하다.
그런데 이렇게 자주 설교하는 나는 정말 성경을 깊이 이해하고 있는 걸까?
자신 있게 대답하기 어렵다. 솔직히 말하면 어떤 날에는 “잘 때웠다.” “문제없이 넘어갔다.”라고 생각하며 안도할 때도 있다. 놀랍다. 매일 주석을 읽고, 공부하는데 나는 참으로 표피적이다. 아직 한참 멀었다.
무엇이 문제일까? 신학교 시절을 돌아본다. 오히려 그때의 설교가 더 풍성하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신학교 재학 중과 졸업 후에는 아직 따끈따끈한 4중 신학의 샘에 몸을 적시고 있었다. 4중 신학은 성경신학, 조직신학, 역사신학, 실천신학을 의미한다. 단지 성경만 공부한 것이 아니었다. 교회의 역사와 교리, 목회학에 대해 전반적으로 살펴보았다. 두루두루 섭렵한 것이었다. 자연스럽게 균형이 맞추어진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눈앞의 불을 끄기 바쁘다. 그러니 편식을 하게 된다. 빨리 끝내는 방법을 택하게 된다. 그런 시간이 길어질수록 설교의 깊이는 얕아지고, 성도들은 배고프게 될 것이다. 맥그라스의 역사신학은 그런 면에서 나에게 경종을 울려 주었다.
이 책은 신학교 교재로도 안성맞춤이다. 사실 책의 내용을 보기 전까지는 선입견이 있었다. 맥그라스는 이미 이런 책을 여러 권 출판하지 않았나? 책의 내용을 재탕한 것은 아닐까? 그런데 막상 책을 읽어나가면서 이런 의심은 눈 녹듯이 사라져 버렸다. 맥그라스는 수업을 충실히 준비하는 선생님임에 틀림없다. 그는 개론서를 썼다고 했는데, 내가 아는 다른 개론서에는 없는 내용이 많다. 그래서 풍성하다. 여러 수업에서 테스트하고 입증된 내용이 책에 담긴 만큼 탄탄한 논리는 기본이다. 번역도 무난하다. 밑줄을 치며 탐독했다. 어버이날을 맞아 부모님 댁에 가는 기차 여행을 하면서도 읽었다. 교회사와 역사신학의 차이에 대한 설명은 명쾌하다.
이 책은 설교자인 나를 살렸다. 역사신학은 성경 본문의 이해를 증폭시킨다. 주석책만 보며 절절매던 나에게 바른 방향을 알려주었다. 당장 써먹을 내용이 아니라, 필요한 내용을 매일 두루 공부하는 것이 설교자의 책무이리라. 이 책이 둔 도전을 마음에 담고, 매일 사중신학을 편식하지 않고 섭렵할 것을 다짐해 본다.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