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이제 어디로 갑니까.”#왕과사는남자 의 시작에서 단종이 고된 얼굴로 조용히 묻는다.주변의 그 누구도 답을 해주지 못한 채 울음을 참는다.영화는 단종이 영월 청령포로 유배된 뒤의 삶을 보여준다.그로 인해 단종의 전체적인 삶까지 다시금 주목을 받게 된 듯하다.이 작품은 무려 백년 전 발표되었던 소설을 현대식 어휘로 보다 쉽게 바꾸어 다시 나왔다.따라서 읽는 데에 큰 무리는 없었다.수양이 기세등등하게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는 참 많이 봐왔다.근데 정작 기억에 남지 않았던 한 명.역사에 한 줄로만 남았던 조선 가장 어렸던 임금, 단종.태어나자마자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곧이어 할아버지 세종, 열두 살엔 아버지마저 돌아가신다.모두가 죽기 전까지도 단종을 걱정하며 부디 잘 부탁하노라 당부하고 돌아가셨건만.어린 단종 곁의 모든 이들을 잔혹하게 찢어 죽이며 숨통을 조이더니 그 외로운 영월 땅에서 기어이 죽여 강에 던져버리고 누구든 수습하는 자는 삼대를 멸하노라 엄포를 놓는다.여기에 우리 모두가 이번에야 알게 된 인물, 엄흥도가 등장한다.군사의 눈을 피해 밤마다 강을 건너 어린 임금의 말동무가 되어 준 이.그의 시신이 떠내려가지도 못한 채 강에 떠있는 것을 보고 세 아들을 불러 목숨을 걸고 시신을 모셔 산에 묻는다.그리고 그는 세 아들과 흩어져 모습을 감추었다고 전해진다.너무나 서글프고 짧은 인생이었지만, 마지막에 우리를 대신하여 누군가 한명은 그 어린 왕을 고이 묻어주었다는 사실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는 듯하다.그 시대를 직접 살았던 백성이라면 누구나 두려웠을 것이다.매일같이 사지가 여섯으로 찢겨 눈도 못 감은 목들이 걸리고 바닥엔 피와 살점이 넘치니, 감히 누가 나설 수 있었을까.그럼에도 역사에는 그 두려움을 뛰어넘은 의인들이 늘 존재한다.부디 그들이 어린 임금과 더 나은 세상에서 다시 만났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