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몽의 변증법 - 철학사상총서
테오도르 아도르노 외 지음, 김유동 외 옮김 / 문예출판사 / 1995년 9월
평점 :
절판


저자들이 꽤 많은 부문을 할애해서 써나갔던 유태인의 항목을 보면, 계몽 자체가 지닌 파시즘의 징후는 확연히 드러난다. 서구 유럽에서 유태인은 골치 아픈 존재였다. 크리스트교의 오랜 전통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들만의 고유한 전통을 유지시켰고, 자신의 고유한 삶의 질서를 고수하려 했다. 그런 까닭에 그들은 한 곳에 정착하여 농경문화를 이루지 못하고 이곳 저곳을 떠돌며 유통업에 종사하게 된다. 유럽이 자본주의화되면서 상인은 수공업자나 농민들의 정치적 표적으로 변하였고 살아남기 위해 유태인은 정치권력에 빌붙을 수밖에 없었다. 사냥이 끝나고 개를 잡아먹듯, 유태인은 독일의 정치권력으로부터 버림을 받았고 민중의 엄청난 분노를 사기에 충분하였다. 유태인들은 자신들의 고유한 삶의 질서를 버리지 않았으며 그것은 지배질서의 '보편적 가치'를 상징적으로 훼손시키기에 충분했다. 다시 한번, 나처럼 생각하지 않는 것은 자유다. 그렇지만 오늘 이후 너는 우리들 사이에서 이방인이 될 것이다. 극단적인 보편성의 추구. 반성되지 않은 자기 유지, 파시즘.

이밖에도 이 책은 문화산업이 지니고 있는 파시즘과 자본주의에 대해서 경종을 울리고 이는 한편, 계층간의 갈등 및 산업사회에서 여성의 문제, 육체에 대한 정신의 지배 등 현대사회에서 제기해야할 문제들을 꼼꼼하게 다루고 있다. 50여년 전에 초판이 나왔음에 불구하고 이 책이 지닌 현대적 의미는 매우 각별하다. 왜냐하면 아무리 포스트 모던한 시대라고 해도 합리적 이성과 보편성의 극단적 추구는 현재에도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한국사회에 주는 교훈도 크다. 보편성의 추구 및 공공선을 위한 목적으로 유럽에서 '유태인'이 학살되었다면, 아메리카에서는 '인디언'과 '마야족'들이, 이스라엘에서는 '팔레스타인'이, 한국에서는 '빨갱이'들이 학살된 것을 상기해보라. 그것은 반성되지 않은 주체가 객체를 자기화하려는 잘못된 미메시스와 잘못된 계몽의 기획으로부터 시작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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