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말라 - 자유교육의 선구자 프란시스코 페레 평전 프로그래시브 에듀케이션 클래식 2
박홍규 지음 / 우물이있는집 / 200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학생들에게 우리말을 가르친지 다섯해가 지나가고 있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막 교편을 잡았을 때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또 어떤 사람을 길러내겠다는 교육적 소신도 갖추지 않고서 아무런 반성없이 혹은 단순하고 무지한 열정만으로 아이들에게 폭행을 가했던 부끄러운 일들이 기억난다. 성급한 젊음이 행여 푸른 새싹을 짓밟아버리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보면 가슴은 한없이 저려온다.

박홍규님의 '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말라'. 스페인의 자유교육의 선구자 프란시스코 페레의 평전은 타성과 억압, 폭력으로 만연된 우리교육의 모습을 반성하기에 더없이 좋은 책이었다. 교직을 단순한 직업으로 삼고, 밥벌이 이상으로 생각하기 힘든 시절, 교사는 나쁜 버릇이나 행동이 개선되길 바란다는 선한 명분으로 아이에게 폭력을 들이대는 시절, 국가의 도덕성이나 집단의 도덕성에는 아무런 문제제기도 없이, 부당한 국가권력에 저항도 없이 무작정 중앙정부가 승인한 교육과정을 고스란히 전달해야만 하는 시절. 페레는 쓸모없는 백과전서식 교육으로부터, 의자로부터, 종교로부터 아이들을 해방시킨다.

스페인하면 프랑코 정권과 더불어 생각나는 것이 극우 파시스트들이다. 페레가 살아 교육활동을 벌인 것도 또한 파시스트와 교회가 스페인을 장악해들어가기 시작한 때였다. 페레는 우연히 자신에게 희사된 재산을 전부 '모던스쿨'을 개교하는 데에 투자한다. 그는 교육과정 속에 정부를 비판하고 스페인을 지배하는 카톨릭을 비판하고 과학과 합리, 그리고 자유를 가르치게 된다. 결국 스페인 정부로부터 반란수괴라는 엉뚱한 누명을 쓰고 죽음을 맞이하게 되지만 그가 보여준 교육운동의 성과는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페레의 교육철학은 매우 현대적이었다. 무엇보다 그는 아이를 자유롭게 할 것, 남녀를 평등하게 교육할 것, 위생과 청결을 유지하며, 편견으로부터 벗어나며, 상벌이 폐지되고, 체벌이 없는 교육, 무엇보다도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교육을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들은 2000년대에도 여전히 현대적이며, 그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이는 섬머힐로 페레의 철학을 이어간다.

사람들을 만날 때 정말 당황스러운 질문 중에 하나는 '학생들을 때려보았느냐'는 말이었다. 그만큼 우리 교육 현장에서 폭력이 일상화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하니 입가가 쓰다. 학생 때 아이를 잔인하게 체벌한 것을 마치 전과를 크게 올린 군인과 같이 늘어놓을 때 정말 역겨웠던 기억이 있다. 행여 지금의 나는 그렇지 않을까. 교사가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깨달음과 생각의 씨앗을 심어주는 것이 아니라 생각의 싹을 뽑아내는, 폭력을 휘두르는 깡패같은 존재가 국어 선생 나가 아니었을까...

지식을 돈을 주고 팔아먹는 매판 지식인. 페레의 치열하고 따뜻한 사람의 이야기는 내가 과연 '무엇을 가르쳐야 하며, 또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 또 어떤 학생들을 길러야 할 것인가'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하게 해준 좋은 가르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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