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신세계 범우비평판세계문학선 31
올더스 헉슬리 지음, 이성규.허정애 옮김 / 범우사 / 199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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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멋진 신세계>에서 보여주는 미래 사회의 정신적 모토는 '공동사회, 동일성, 안정'이다. 세계는 포드 기원으로부터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하게 되며 다양하고 복잡한 인종, 계층, 성차이, 지역간 불균형 등은 자취를 감추게 된다. 과학기술은 놀랄만큼 성장하며 이제 인간은 어머니 뱃속이 아닌 인공 수정란을 통해 태어난다. 알파, 베타, 감마, 엡실론. 이는 수정란을 통해 수적으로 알맞게 출생하여 배양과정 동안 행동특성이 단계적으로 습득된다.

알파는 고등정신능력을, 엡실론은 막노동과 잡일을 담당하는 부류로 고정되는 것이다. 사랑으로 인한 고통과 번민, 인간에 대한 철학적 성찰 등은 소마정을 통해서 진정되며 부모나 가족은 극히 혐오스러운 원시집단으로 규정된다. 뿐만 아니라 세익스피어나 성서 등 인류문화의 고전은 금서로서 절대 보아서는 안될 책으로 묶여진다. 동요는 발생하지 않으며 불안과 긴장 역시 사라진 멋진 신세계가 눈앞에 펼쳐지는 것이다.

이와같은 안정된 공동사회에서 내부로부터 문제가 발생한다. 알파급 버나드가 수정란에 있는 동안 불순물이 들어와 성장과 의식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버나드는 공동사회, 동일성, 안정이라는 정책에 회의를 느끼며 인간적인 자유에 대한 연민에 빠지고 만다. 그는 문명과는 대척되는 원주민 거주지역을 여행하고 싶어하며 레니나와 함께 그곳을 여행하게 되고 원주민 거주지에서 때어난 베타급 인간 새비지를 문명 속으로 데려오기에 이른다. 새비지는 처음부터 문명인들에게 주목을 받기 시작하다가 마침내는 구경거리로 전락하게 되고 문명생활에 적응하지 못한채 고립된 삶을 마감한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과학기술이 가져다 준 문명의 진보에 대한 허망함을 풍자적으로 그려놓고 있다. 또한 현대사회의 '동일성, 안정'을 모토로 한 막강한 국가권력, 혹은 민족주의의 파시즘적 담론에 진지하게 흠집을 내려 했던 것이다. 현대사회는 첨단 정보시스템과 과학의 발전으로 인해 인간의 속깊은 사생활까지 감시할 수 있는 기술을 창조하기에 이르렀다. 뿐만 아니라 유전자 지도가 조만간 작성되어 앞으로 세계는 우성형질을 지닌 또다른 인류로 점차 개량되어질지도 모른다. 만약 생물학적인 개량이 불가능할 경우 기계를 활용한 인간개량도 서슴지 않고 이루어질 수도 있다. 우성형질을 지닌 소수의 인간이 다수의 열성 유전자를 지닌 이들을 지배, 통치하는 것 역시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인류 진화의 꿈! 그러나 그 멋진 신세계가 과연 현재의 인류에게 디스토피아가 될 것인지 유토피아가 될 것인지는 아직 그 구체적 전망이 서지 않았다. 이와같은 상황 파악이 이루어지지 못한 가운데 과학기술과 정보시스템이 계속 첨단화될 경우 그 오용 가능성은 한층 더 커질 것이며,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는 반성과 성찰 없이 진보만을 추구하는 오만한 과학기술사회에 제동을 건 빼어난 작품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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