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의 아주 짧은 역사 - 충돌하는 역사 속 진실을 찾아서
일란 파페 지음, 유강은 옮김 / 교유서가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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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의 아주 짧은 역사

추천: 가자지구에 대해 정확히 알고 싶은 분들께 추천!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이 아직도 지속되고 있는 건 알지만 우리는 우리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먼 나라의 이야기라는 이유로 잘 알려고 하지 않는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해 아는 사람은 대부분 교과서에 나오는 몇 줄 정도의 수준으로만 알고 있다. 나도 이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이 분쟁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알게 되었다. 짧은 분량의 책이지만, 읽어내는 데 조금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 가득해서, 그걸 소화시키는 데 시간이 걸렸다.

팔레스타인이라는 나라에 유대인들이 살고 싶어하면서, 강대국들이 모여 시온주의자들의 손을 들어준 데에서부터 이 분쟁은 시작한다. 까놓고 이야기해서 아무 상관도 없는 나라가 우리 나라에 외국인들이 들어와서 살게 하는 걸 허락하는 게 이해할 수 없는데, 전 세계의의 평화를 위해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영국이 한 짓을 보면 정말 화가 났다. 심지어 이스라엘인들이 기존에 살고 있던 팔레스타인인들을 식민지인 취급하면서 ‘종족 청소‘를 한 부분을 읽으며 머릿속에 물음표가 가득했다. 이게 나치가 한 짓과 다를 게 뭐인지 알 수가 없었다. ꖶዞ 사람이 사람을 ’청소한다’는 표현을 쓰며 죽이는 것이고 굴러온 돌 주제에 이전에 우리나라였으니 이제 내놓으라고 하는 심보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거기에 이익을 챙기려는 영국과 미국의 행태를 보며 환멸나기 그지없었다.


책에서 이 분쟁에 대해 다른 나라는 관심이 없다는 문장이 나왔는데, 그게 참.. 마음에 걸려서 넘어가질 않았다. 내 치부를 들킨 것 같기도 하고, 애써 모른 척 하고 있던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 같기도 했다. 많은 이들이 이 분쟁에 대해 비슷한 의견을 가질 것이다. 잘 모르긴 한데, 우리랑 먼 나라의 이야기이고 직접적인 피해는 없으니까 괜찮은 거 아닐까, 하는 안일한 생각. 이란-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전쟁 정도로 전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닌데 다른 나라의 분쟁까지 알아야 할까, 하는 태평한 생각. 이런 생각들이 모이면 나 하나쯤은, 하는 태도를 보인다. 내가 안다고 뭐가 달라지나. 그러나 달라진다. 일단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된 이상, 세상이 이전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관련국들의 행동에 이유가 있음을 알게 되고, 보이지 않던 이익구조가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세상을 보는 해상도가 높아진 이상, 흐린 눈을 하던 이전과 같은 삶을 살 수는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해야 한다. 책을 읽고 다른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몰랐던 사실을 알리는 데에서부터 시작이다.

21세기에 아직도 일상에서 전쟁이 존재한다는 게 믿을 수 없지만, 내가 믿을 수 없다고 해서 없는 사실이 되는 건 아니다. 아직도 세계 곳곳에서는 그런 삶이 존재한다. 이 책을 읽으며 올해 1-2월에 본 연극 ‘벙커 트릴로지’와 연극 ‘더 헬멧‘이 떠올랐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올리는 연극들인데 아직도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니. 무력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누군가는 남의 나라 일인데 뭐 그렇게까지 분개하고 열심이냐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남의 나라 일이라 하기 전에 같은 인간으로서 겪지 말아야 할 일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마르틴 니묄러‘의 시인 ’침묵의 대가’ 시구를 인용해서 말해주고 싶다.

나치가 공산주의자들을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으니까.
(중략)
그리고 그들이 나에게 왔을 때
나를 위해 말해줄 이는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우리가 잘 모른다는 핑계로 외면하면서 알고 싶지 않았던 건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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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더 메가처치 - 2026 일본 서점대상 1위
아사이 료 지음, 송태욱 옮김 / 은행나무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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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더 메가처치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추천: 다양한 생각을 나눌 수 있는 독서모임용 책으로 추천!
’관계‘에 대해 다정한 위로를 받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

아사이 료 작가님의 글은 항상 사회적 문제를 담고 있다. 사회적 문제를 다루면서 사람들이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는데, 문제는 그 시선들이 마음을 자꾸만 콕콕 쑤신다는 것이다. 인 더 메가처치 역시 사회적으로 대두되는 문제들을 담았는데 이번에는 ‘관계‘를 다루고 있다. 사회적 관계, 나 자신과의 관계 등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다양한 관계를 맺는다. 1부에서 요시히코는 딸 유학비와 생활비를 대는 아버지로서의 정체성과 이혼을 했지만 가족과의 관계를 놓치 못하고 있다. 2부에서 스미카는 대학을 다니며 해외 유학을 준비하고 있지만 사실은 실패할까봐 두려워하고 더불어 인간 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가족에게는 말하지 않는다. 가족들이 바라보는 나는 영어와 팝 음악을 좋아하고 해외 유학을 가기 위해 노력하는 스미카니까. 3부에서는 아예 다른 사람이 등장하고 내가 읽은 가제본은 5부까지만 나와 있다.

인 더 메가처치에서는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을 어떤 사람이라 규정하면서 ’관계‘에 대한 서로 다른 생각을 늘어놓는데, 수록된 모든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는 말이 떠올랐다. 우리는 필연적으로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어하고, 어떤 집단과의 공통점을 갖고 싶어한다.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나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워 반발심을 안고 읽었는데, 덕질하는 이의 관점을 읽고 간파당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누군가를 좋아함으로써 얻는 행복감도 좋지만, 그를 좋아하는 다른 이와 대화를 나누며 서로에게 동질감을 느끼는 것. 그것이 덕질을 더 활기차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덕질을 한 사람이라면 그 동질감과 유대감을 모를 수가 없다.

자신을 소개할 때 MBTI를 말하거나 퍼스널 컬러를 찾는 등, 요즘은 나를 정의하기 위한 말들이 가득하다. 그러나 진짜 나를 정의하는 건 뭘까. 내 취향, 내가 좋아하는 음식, 내가 좋아하는 취미는 분명히 내가 정한 것인데 인 더 메가처치를 읽은 뒤 그게 어떤 집단에 속하기 위해서 좋아하는 것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특히 나는 취미를 다양하게 가진 사람인데, 내 취미의 시작이 누군가와 더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시작이 중요할까. 시작은 그럴지라도 지금 좋아하는 마음은 거짓이 아닌데. 그리고 그 마음이 거짓이라 할지라도 누군가와 가까워지고 싶어서라는 이유이기에 너그럽게 넘어갈 수 있는 것 아닐까 싶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혼란스러워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 어렵고 험난할지라도 지금 내가 하는 건 가짜가 아니다. 그것까지가 나를 규정하는 것이다.

아사이 료 작가님의 작품 중 ’생식기’, ‘정욕‘을 읽어보았는데 이번 작품이 감히 최고라고 말할 수 있을 듯 하다. 가장 마음에 남는 문장이 많았고, 평소 어렴풋하게 생각하던 주제를 담은 소설이라 더 허를 찔린 듯한 기분이 들어서기도 하다. 이번 작품인 ‘인 더 메가처치‘에서는 갑자기 신라면이나 참이슬 등 한국 음식 이름이 나와서 작가님과의 거리감이 더 좁혀진 것 같기도 하다. 이 작품을 읽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지는 책이라 독서 모임을 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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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피의 계산에 대하여 1
솔베이 발레 지음, 손화수 옮김 / 은행나무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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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피의 계산에 대하여 1』
#도서협찬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은 뒤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 한 줄 평: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포기하지 않고 탈출하려 애쓰는 주인공의 사변소설

🤔 사변소설이란?
세상에 없는 것을 다루는, 비일상적인 소재를 다루는 SF 소설, 판타지 소설, 호러 소설 등까지 확장됨.

📌 이런 분들께 추천드려요:
- 부커상 최종후보 작품이 궁금하신 분
-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 나만 늙어가는 걸 느끼는 주인공이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지 궁금하신 분
- 내 하루가 반복된다는 걸 말해도 의심하지 않고 믿어주는 사랑을 보고 싶은 분

🖋 서평
평범하기 그지없는 11월 18일을 보낸 타라는 자신의 11월 18일이 반복된다는 걸 깨닫는다. 나만 알고 있는 시간의 반복 속에서 남편 토마스에게 자신이 겪는 일을 말하고 토마스는 이를 의심없이 믿어주며 함께 18일을 빠져나가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18일이 끝나려는 순간, 17일로 원상복구된 채 돌아가는 토마스와 다른 이들의 시간을 보며 타라는 자신의 시간만이 부서졌음을 깨닫는다. 자신이 먹은 양파는 사라지지만, 토마스가 먹은 음식은 다시 돌아오고 자신의 반복되는 하루를 말할수록 토마스의 불안이 커져가는 걸 보며 고민하던 타라는 토마스와 같은 시간선을 공유하기 위해 손님방으로 들어가며 자신의 존재를 숨긴다. 토마스가 더이상 불안해하지 않고 이질감을 못 느끼게 하기 위해서.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 조금씩 다른 것들이 타라의 눈에 들어오고, 이전에 보지 못하던 걸 보며 타라는 17일의 자신과 달라진다. 그러면서 타라는 18일의 반복이 1년이 지난다면 19일로 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반복되는 18일 속에서 길어진 머리카락, 긴 손톱을 느끼며 366일을 보낸 타라. 타라는 과연 11월 18일을 지나 19일로 나아갈 수 있을까. 그리고 부서진 시간의 틈새를 메꿔 토마스와 같은 시간선으로 흘러갈 수 있을까.

매일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한 것들을 나만 기억하고 그이의 기억 속에서는 사라진다는 걸 극복하기란 매우 어려울 것이다. 타라도 결국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18일의 반복이 150일이 넘어가는 어느 날 손님방으로 들어가서, 토마스에게 자신의 존재를 숨긴다. 사랑하는 이에게 나의 고민도 털어놓지 못하고 오롯이 혼자서 고뇌하며 외로워하는 것도 사랑이라 할 수 있을까. 함께 보낸 시간이 한 사람에게만 남는다면, 그건 더이상 함께한 것이라 말할 수 없지 않을까. 연결되지 않은 사랑과 시간에 깊이 사유해보게 되는 책이다.

타라의 일기같은 이 소설은 상황 자체는 적응하기 힘들 정도로 충격적이고 무력감에 빠지기 쉬운 상황인데, 문체는 매우 덤덤하다. 그래서 오히려 타라의 고독함을 잘 느낄 수 있다. 타라가 얼마나 힘든지, 반복되는 18일 속에서 타라가 얼마나 성장하고 달라졌는지. 담담하게 써내려갔지만 고독함을 잘 보여줘서 마음에 콕 박힌 문장들이 많았다. 책을 읽기 전, 제목이 왜 ‘시간의 계산에 대하여‘가 아니라 ’부피의 계산에 대하여’인지 궁금했는데 책을 읽으며 타라의 문장을 눈으로 좇다 보니 깨달았다. 타라의 시간은 하루가 반복되고 그 하루들이 쌓여서 밀도가 높아져 다른 시간‘선‘과 달리 부피가 있기 때문에 시간이 얼마나 쌓이냐에 따라 부피가 달라져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타라가 실험한 대로 1년간의 18일이 쌓여 만들어진 시간의 부피는 결국 사라를 19일로 흘러갈 수 있도록 계산이 성공했는지 궁금하다. 어서 2권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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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썸머 에디션)
이디스 워튼 지음, 민지현 옮김 / 머묾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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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한 줄 평: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고 후덥지근하면서 푸르른 색감의 나무들이 가득한 여름에 걸맞는 사랑을 한 채리티의 이야기.



채리티는 로열 씨가 산 위에서 데려온 아이다. 세월이 흘러 채리티는 결혼 적령기인 나이가 되었고, 로열 씨는 몇 해 전 아내를 잃어 혼자인 몸으로 채리티를 키워냈다. 마을 사람들은 채리티에게 늘 로열 씨가 널 키웠다는 걸 잊지 말라고 말하고, 채리티는 그걸 유념하며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다. 이런 둘 사이의 유대감은 컸지만 로열 씨가 외로움을 핑계로 한밤중에 채리티의 밤에 들어오려 한 이후로 채리티는 마을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기 위해서 채리티는 도서관 사서로 일을 하며 돈을 번다. 그러던 중, 마을에 ‘하니‘라는 젊은이가 오는데 채리티와 하니는 서로에게 호감을 갖고 데이트를 하지만 하니는 확실한 말을 하지 않는다. 로열 씨는 채리티와 하니의 관계를 질투하며 자신과의 결혼을 종용한다. 모든 게 혼란스러운 채리티는 하니와 밤을 보내고, 하니는 뉴욕으로 돌아가며 돌아오리란 말을 한다. 하니가 돌아오리란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자신이 임신했음을 깨달은 채리티. 과연 그녀는 어떤 선택을 할까?



여름에 읽어야 할 책 중 하나라고 꼽히는 이디스 워튼의 여름. 머묾 출판사에서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이번 기회에 읽게 되었는데, 고전인데도 불구하고 무척 술술 읽히고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는데 거리낌없는 채리티를 응원하며 읽었다. 이디스 워튼의 ‘여름‘이 유명한 건 알았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읽고 너무 충격을 받았다. 고전을 읽었는데, 이게 무슨 결말이지 하면서 머릿속에 물음표만 가득했다. 처음에는 채리티의 선택을 정말 이해할 수 없었는데, 채리티의 입장을 생각해보면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고 혼란스러움이 가득한데다 지친 상태라 이런 선택을 한 게 아닐까 싶었다. 책을 읽었는데 읽은 감상이 악플만 가득한 책은 또 처음이라 당황스러웠다. 사실 제인 오스틴 작품같은 느낌을 기대하고 읽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결말로 끝맺어서 더더욱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당시의 시대상을 생각해보면 여성들이 주체적으로 배우자를 선택하고 자유롭게 연애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이라 여겨지고, 그런 여성은 사회적으로 비난받던 현실을 생각해보면 욕망을 드러내는데 스스럼없던 채리티가 대단하다고 생각된다.

불나방같은 사랑을 하던 채리티가 하니와의 만남이 거듭될수록 자신과 그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계급 간의 격차가 존재함을 인지하고 점점 현실에 순응하는 게 안타까웠다. 현실을 알게 되고, 사람들의 눈을 의식하게 되다 보니 그런 선택을 했나 싶기도 했다. 소설이기에 채리티가 좀 더 행복할 수 있는 선택을 했으면 했지만, 그것까지도 채리티의 선택이니까. 충격적인 선택이지만 그걸 선택하는 것까지가 채리티의 자유이고 자신을 위한 선택이라 생각한다. 누구를 위한 게 아니라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선택. 아쉬운 점이 있다면 진정 그게 채리티를 위한 선택인지가 의문이다. 채리티가 좀 더 교육을 받았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책을 읽으면서 한여름의 후덥지근하고 뜨거운 열기가 가득한 여름의 이미지가 그려졌다. 그런 여름에 어울리는 사랑을 한 채리티의 이야기이기에, ‘여름‘이 아닌 다른 제목은 상상하기 어렵다. 이번 여름에 이디스 워튼의 ’여름’을 읽은 다른 사람의 감상이 궁금해서 읽고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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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피의 계산에 대하여 2
솔베이 발레 지음, 손화수 옮김 / 은행나무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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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피의 계산에 대하여 2

 

 

시간 속에 갇힌 타라는 결국 11월 18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 시간선을 떠돈다. 자신이 이 날에 갇혔다는 걸 받아들이고, 순응하며 계속 이동하며 떠돈다. 그러다 가족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그 날을 기점으로 타라의 18일은 계속 변한다. 18일 안에서 사계절을 찾아가며 계절을 수첩에 기록한다. 그러던 어느 날, 가방을 도둑맞고, 자신의 계절들이 기록된 수첩을 찾지 못하자 상실감에 빠져 있다 1권에서 선물로 샀던 동전을 다시 발견한다. 그리고 타라는 동전을 바라보며 자신의 상황이 고대의 그 찬란했던 옛 로마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멈춰버린 시간선이 이미 정지한 역사 속 로마의 한 장면과 유사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1권에서 사왔던 ‘그 동전’을 통해 로마의 역사를 탐구하게 되었고, 로마인들은 모든 것을 무언가 담을 수 있는 ‘용기’로 여겼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타라가 깨달은 사실을 보며 뭔가 신기했다. 외국어라서 다른 나라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무언가 담을 수 있는 ‘용기’와 힘을 내야 하는 ‘용기’가 우리나라에서는 동음이의어인데 타라가 둘 다를 느낀 게 아닐까 싶었다. 뭐든지 담을 수 있으면서도 힘낼 수 있는 용기. 타라도 나와 같은 걸 느껴서 18일 속에 갇혀 있으면서도 계속 무언가를 시도한 게 아닐까. 타라가 처한 상황이 뭔가 이방인이 되었을 때의 나를 떠올리게 해서 계속 타라를 응원하게 되었다. 말은 통하지만, 소외감과 고립감을 느껴서 이 시간을 버티기 위해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고 다른 곳으로 도피하려 했던 시간들. 타라도 18일에 갇혀 있으면서 자신의 상황을 끊임없이 토마스에게 말했지만 토마스에게 불안감만 증폭시킨다는 걸 깨닫고 토마스를 떠나 자신의 상황을 끊임없이 변화시킨다. 18일에 갇히지 않았다면 생각하지 않았을 18일에서의 가족이 보낸 일상, 타라가 여행하며 부유한 도시들에서 타라는 계속 이방인이며 끊임없이 소외된다. 그러나 타라가 로마의 역사에 대해 파고들게 된 것도, 사계절에 대한 힌트를 얻게 된 것도 결국 사람 덕분이었다. 결국 그 시간을 버티게 한 건 사람이었다.

 

타라의 이야기를 읽으며 최근에 봤던 뮤지컬 ‘더 라스트 맨’이 떠올랐다. 수많은 상처들로 인해 스스로 고립을 선택했지만 결국 사람에 대한 희망을 가진 채 다시 방공호를 벗어나려 하는 생존자처럼, 타라도 계속 18일을 부유하고 외로워하지만 회피하지 않고 자신과 닮은 역사를 발견하며 이 상황을 타개하려 한다. 타라도 그 힘든 시간을 버텼던 생존자처럼 자신과 닮은 이를 통해 혹은 스스로의 힘으로 18일이 아닌 다른 이들과 같은 시간선을 살아갈 수 있을까? 타라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었는데, 다음 이야기는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하다.

 

이 책이 7부로 예정되어 있고 5부까지 출간되었다고 했는데, 3부~5부를 어서 은행나무에서 번역하여 출간해줬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타라의 기록을 눈으로 좇아가며 열심히 책을 읽다 마지막에 반전이 담긴 문장으로 읽으며 소리질렀다. 2권의 마지막이 이렇게 끝났는데, 더 이상 새 책이 없다니 믿을 수 없어.. 어서 다음 이야기를 주세요. 그래서 타라와 그가 어떻게 될지 저도 함께 알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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