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켜진 자들을 위한 노래
브라이언 에븐슨 지음, 이유림 옮김 / 하빌리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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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켜진 자들을 위한 노래]는 제목부터 으스스하다. 단편으로 22개의 글이 수록되어 있다. 2페이지의 짧은 분량도 있는데 이 글들은 거의가 무언가에 실제로 삼켜진 자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인간의 집착, 강박이나 어떠한 미지의 존재(그것이 무엇인지 지칭하는것이 어려움)에게 말이다. 앞 뒤 서사가 없고 불친절할만큼 독자에게 이야기를 그냥 던져놓는다. 하지만 작은 하나하나의 이야기에서 내가 느끼는 섬뜩함은 장편 소설 못지 않았다.

 

유령이나 모습을 바꾸는 괴물같은, 현실에 맞닿아있는 공포라기 보다 실체가 무엇인지 모르는 미지의 공포가 다가왔다. 환상 호러소설이라는 홍보 문구가 예삿문구가 아니었음을 읽으면서 깨닫게 되었다. sf같기도 한 이야기들이 흥미있었다. 독서 쪼렙인 나로서는 처음 겪는 장르의 공포소설이었다.

첫 번째의 이야기부터 매우 강렬하다. 얼굴없이 뒷통수만 가지고 태어난 아이. 이 이야기의 제목은 어디로 봐도이다. 딱 두 페이지의 짧은 내용인데도 이 책에 바로 몰입할 수 있게 만드는 내용이다.

 

새어 나오다에서는 인간의 몸과 정신을 빼앗아버리는 (과정이 무서움..울고싶어라) 존재처럼 미지의 존재에 대해서 상상하게 하며 정신을 쏙 빼놨다가, ‘자매들에서는 우주선에서의 이야기인가 싶게 sf장르를 보여주고, ‘룸 톤에서는 인간이 하나에 집착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가에 대해 담담히 그려낸다.

 

가장 신선했던 편은 트리거 경고인데 유일하게 마음 편히 재밌게(?) 느끼며 읽었던 편이었다. 이런 글은 처음이야!

 

현대 호러 소설의 종합선물세트인가 생각이 들 정도로 읽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다. 책을 덮고 나서는 진이 빠졌다고 표현해야 할 정도로 기운이 쑥 빠졌다. 그것이 바로 호러 소설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셜리 잭슨상, 월드 판타지 어워드 수상”, “뉴욕 타임즈, 워싱턴 포스트, NPR 선청 최고의 호러 픽션이란다. 호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읽어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브라이언 에븐슨]의 다음 소설집도 기대가 된다.

 

"가끔," 남자가ㅣ 이어서 말했다. "그 남자는 누군가의 안에 들어가서 한동안 그곳에 머무르지.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그냥 삼켜 버려." - P35

"누구세요?" "나?" 엄마가 그 아이의 목에 손을 가져다 댔다. 어떤 면에서는 내게 기억을 되살리는 모습이기도 했다." "왜 그러니? 엄마야. 날 못알아보겠어?"
이렇게 우리 가족은 넷에서 다섯이 되었고, 내게는 동생이 생겼다. - P95

목소리가 응답했다. 저는 당신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 모릅니다. 당신의 눈앞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만 알 수 있습니다. - P174

어쨌든 둘 중 한 명은 들어오게 할 것이다. 그는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그 한 명이 걱정해야 할 문제는 이곳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이곳에서 다시 나가는 것이리라. - P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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