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만 웅크리고 있을게요
정예원 지음 / 푸른향기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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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송라이터 정예원의 가사집 - 잠시만 웅크리고 있을게요 / 서평 


너무 뜨거워 다 타버린 우리의 어제에는


늘 살고자 하는 뒤척거림이 있었다.


자주 통화하는 친구와,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우리 언젠간 고민 없이 살 수 있을까?"


인생을 알기엔 짧았다고도, 인생을 알기에 충분하다고도 느껴지는 20대의 한복판에서 내린 결정은 "고민은 평생 하는 것 같다." 였다. 다만 조금 무뎌지는 구석도 생길 것이고, 이따금은 대처해본 일이라 쉽게 처리할 수도 혹은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 조심하면서 피해갈 수도 있겠지만 인생의 모든 순간에는 그 단계와 상황에 맞는 고민이 늘 존재한다는 것이 우리의 결론이었다. 그렇게 매 순간 나름대로 치열하게, 뜨겁게 고민하고 결정하다보면 스치는 바람에도 지치는 날이 온다. <잠시만 웅크리고 있을게요>에서는 지친 날을 어루만져주는 따듯한 시와 가사가 담겼다. 손에 힘도 들어가지 않는 가을의 시작, 잠시만 웅크리고 있을 수 있는 여유를 이 책과 함께 할 수 있었다.


짧은 글은 때때로 큰 울림을 준다. 많은 의미가 꾹꾹 눌러담아진 글을 읽다 마음의 문을 쿵 하고 때리는 문장을 만나면 모든게 와르르 무너지는 경험을 한다. 그런 때에는 그 한마디로 하루를, 이틀을 한달을 살기도 하고, 몇달을 고민했던 문제를 풀기도 한다. 그렇게 시집을 안고 훌쩍 훌쩍 우는 맛이, 나에게는 시집을 읽는 맛이다. #효리네민박 의 세남매 중 싱어송라이터로 등장했던 #정예원 님이 펼쳐낸 이 책에는 그런 문장들이 많았다. 내가 이렇게 지쳐있었나 싶었는데, 책의 끝자락에 적힌 글을 읽고 그래서 그랬구나, 싶었다. 


열 한살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그의 몫까지 몇배로 더 행복하게 살겠노라 다짐했는데, 세상에는 '내일이 안 왔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깨달았어요. 


평범한 사람 중에 가장 평범한 사람으로서, 


오늘 하루를 힘겹게 견디는 이들에게 '살자, 우리 같이 살아보자'라는 마음을 건네는 노래와 시를 쓰고 싶어요. 


따스한 마음으로 써내린 시와 가사들의 온기는 사람간의 거리가 멀어진 요즘, 그리고 마음도 멀어지기 쉬운 계절의 우리를 안아준다. 잠시 웅크리고 있어도 절대 큰 일이 나지 않을 것이라고, 그리고 우리 같이 내일을 기다리자고 말하는 시와 가사를 읽어 내리다 보면 그 자체로 행복할 수 있는 삶을 너무 버겁게만 느껴왔던 건 아닐까 하는 반성과 함께 마음의 짐을 조금이라도 내려놓을 수 있을 듯 하다. 


내일 아침 그대가 활짝 필 생각을 하니 


나의 계절은 영원토록 봄입니다. 


지치는 날에는 책 한쪽 펴기도 쉽지가 않다. 활자들은 날카로워 보이고, 담지 못할 지식들에 먼저 부담스럽고, 인물에 공감하는 것도 버거운 날도 있지 않던가. 음악을 들어도, 문화 생활을 해도 몸은 지쳤는데 머릿속에서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생각의 굴레를 끊기 힘든 날도 있다. 그럴 때, 조금은 멈추고 싶을 때. 가만히 웅크리고 앉아 머리를 비우고 싶을 때 <잠시만 웅크리고 있을게요>는 따뜻한 차 한잔 같은 여유를 전한다. 어떤 것으로도 머릿속이 복잡할 때에는 몇 자 되지 않는 시를 곱씹고 또 되뇌이며 천천히 소화 시킬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시와 가사를 읽고 난 뒤 일기를 적어내리는 새벽이라면, 내일을 기다리며 살자, 살아보자, 하는 마음도 들 것이다



맞아 조금 고된 하루였네


살짝 포기할 뻔 했지만 


울자 차라리 힘있게 울고 


살자 살짝 덜 아물어도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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