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전보다 불안하지 않습니다 - 회사 밖에서 다시 시작
곽새미 지음 / 푸른향기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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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공감 에세이 - 퇴사 전보다 불안하지 않습니다. 


2년전, 첫 직장에 들어간 나는 꼬박 5개월 뒤 사표라는 것을 처음 썼더랬다. 기안서 목록에 위치한 나의 사직서를 보는게 어찌나 설레이고 무섭던지. 퇴사 즈음 터진 코로나 덕분에 여행은 조금 덜했지만, 퇴사를 선택한 지금의 나는 확실히 더 행복하고, 어쩌면 덜 불안하다. 외국계 대기업을 박차고 나와 500일간의 세계여행을 선택한 작가가 써내린 솔직한 에세이에서 직장인이라면 으레 느낄만한 감정과 퇴사를 선택하고도 행복할 수 있는 비법이 담겼다. 


정답은 없지만, 지금은 있으니까. 


우물 안에서 사는 개구리처럼 바닥까지 치고 내려간 자신감을 되찾고 퇴사를 마음 먹는데만 2년이 넘게 걸렸다. 지금 있는 우물을 나와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쌀로 남아있는 것보다는 낫다는 사실은 내가 몸소 겪어봐야만 알 수 있다. 


나를 시작으로 몇몇의 친구들이 퇴사를 선택했다. 어떤 친구는 꿈에 그리던 도시로 향했고, 어떤 친구는 꿈에 그리던 직업을 가지게 되었다. 뭐가 더 낫다, 뭐가 답이다 라는 것은 없었다. 그저 모두, 나를 위한 선택을 한 것이라는 대답으로 귀결되었다. <퇴사전보다 불안하지 않습니다>의 시작도 비슷했다. 직장인이라면 으레 공감할 소재와 솔직한 전개가 퇴사를 고민하던 시절의 나와 오버랩되면서 울컥도 하고, 마침내 마주한 세상에서 자신감을 찾아가는 여정을 함께 하며 용기도 얻었던 독서. 퇴사를 고민하고 있는 직장인이라면 용기의 끝자락을 보여줄 수도 있을 법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대로 전해져 온다. 


이번 역은, 퇴사 입니다. 다음 역은 꽃길?


안정적인 내 집단을 벗어나보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불안은 비로소 해소된다. 


영원이 머물 수 있는 안전지대 같은 건 없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이 여행이 무엇을 바꿔 놓았냐는 질문에 늘 불안했던 나를 불안으로부터 구원해주었다고, 그것이 여행에서 얻은 가장 큰 선물이다. 


퇴사 후 500일동안, 남편과 세계를 누빈 작가는 다양한 지역에서 뜻하지 않았던 경험을 통해 자신감을 기르고, 원했던 경험을 통해 행복을 느낀다. 퇴사를 했다고 마법처럼 장밋빛 인생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하지 않고, 퇴사를 위해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과정이 마음에 와닿았다. 그저 나를 위해 살고 싶었을 뿐이고, 지금 비로소 나를 위해 살고 있다는 작가의 말을 통해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인생의 길이 있고 나는 나의 길만을 갈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마음 저리게 깨달을 수 있었다. #직장인 000 이라는 해시태그에서 기꺼이 소속감을 지워냈을 때 느낄 수 있는, 그 소소하지만 확실한 해방감을 위해. 내 길은 이제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그 부담감에서 시작하는 인생의 주체성을 위해. 솔직하고 담백한 저자의 이야기가 여행의 사진과 어우러져 부담스럽지 않게 다가온다. 


아직도 갈 길이 구만리, 지금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하기


퇴사를 꿈꾸는 많은 직장인들이 "내가 하고 싶은 걸 할거야"라고 하지만, 정작 퇴사를 저지르지 못하는 이유는 "내가 하고 싶은게 뭔지도 몰라서"가 아닐까? 나 역시 그랬다. 회사 화장실에서 하루에 2번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우는 상황이 싫었고, 주눅들어 움츠러든 나 자신도 싫었다. 부모님 확인이 필요한 것도 아닌데 몇번을 물어보기도 했다. 


회사를 나와서야 어떤 환경이 나를 춤추게 하는지 알게 되었다. 싫은 건 적게, 좋은 건 자주 하다보면 결국 가장 자기다운 일을 하게 된다고 믿는다. 


저자는 퇴사 후의 장점으로 내 시간을 내가 쓸 수 있다는 것을 꼽았다. 오랜 세계여행을 끝내고 돌아와 또다시 나를 위한 여정을 떠난 작가는 이제 자신에게 최선의 선택을 해내고 있는 듯 하고, 그런 여정을 함께 한 <퇴사 전보다 불안하지 않습니다>는 여전히 흔들거리는 나에게 괜찮다는 위로를 보내준다. 


다만 내가 오래 고민하고 발을 동동거릴 때, 


손에 쥔 것을 놓아도 큰일 안난다, 고 말해줄 누군가가 필요했기에 책을 썼다. 


나중에, 언젠가 할 거라면 지금도 괜찮다 말해주고 싶었다. 


내가 너무도 오래 고민하고 걱정해와 혹여 누군가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이의 고민 시간을 단축해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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