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투 삽질여행 - 알아두면 쓸데 있는 지리 덕후의 여행 에세이
서지선 지음 / 푸른향기 / 2020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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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세이 추천 - 웰컴 투 삽질 여행 / 서평


코로나로 인해 하늘길은 막혀버렸지만, 우리의 여행에 대한 열망은 타오르고 있다. 휴대폰이 2년전, 3년전에 찍은 사진이라며 보여주는 앨범에는 여행의 추억이 가득하고, 지치는 일상에서 힘이 되어주고 목표가 되어주던 여행이 그리운 것은 어쩔 수가 없나보다. 여행 사진을 돌아보고 있노라면, 기진맥진해서 들어왔던 숙소의 바스락대는 이불의 감촉과 낯설지만 맛있었던 음식과, 유난히 시원하고 달게 느껴진 맥주의 맛도 떠오른다. 하지만 결국 마지막에 생각하는 것은 이 여행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었는가에 대한 고찰이 아닐까. 아이러니 하게도 나를 성장시키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도록 도운 것은 여행의 #삽질 이었다. 여행에서 마주친 모든 삽질의 순간을 담아낸 <웰컴 투 삽질여행>에서 그리웠던, 사서 고생하는 여행의 매력을 다시금 느껴볼 수 있다.



다들 즐겁게 누리는 여행의 방식을, 나만 못 누리고 죽으면 내 삶이 너무 억울하지 않겠는가.


여행 사진은 대게 하이라이트만을 남기기 마련이다. 맛있는 외지의 음식 사진은 낯선 곳에서 배고픔을 참아가며 맛집을 찾아내가는 과정을 축약한다. 뜨겁고 어지러웠던 발리의 더위와 기념품 가게는 다 들어가봐야 하는 친구의 콜라보가 낳았던 냉기서린 싸움은 사진에 담기지 않는다. 눈부신 파리의 전경이 담긴 사진은 곤니치와와 니하오로 범벅된 파리의 거리를 담지 못한다. 그렇지만 그 모든 것이 여행. 여행 에세이가 흔히 담는 평화로운, 그리고 여유로운 여행 이야기가 아닌 온갖 삽질과 고난과 역경이 담긴 이야기가 나를 사로잡았다. 사진 한장 없는 여행의 이야기, 그렇지만 공감하지 않을 수 없고 웃음을 참을 수가 없는 이야기들이 사랑스럽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고, 


언제나 '첫'이 들어가는 글자는 설렌다.


<웰컴 투 삽질여행>의 저자는 100여개국 여행하며 때로는 패키지로, 때로는 자유 여행으로 다양한 문화를 경험한다. 여행을 자주 다니다보면 때로는 떠난 이유 그 이상을 얻어내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의 수확을 얻어낼 때도 있다. 불문과로 4년 내내 보고 듣던 파리의 에펠탑을 택시 안에서 처음 봤을 때, 그 때 나의 파리 여행의 목적은 달성되었던 것 같다. 그렇게 여행은 모든 "처음"의 순간을 선사한다. 이틀에 한번 꼴로 먹는 라면도, 이탈리아에서는 처음 먹는 라면이니까. 솔직하고 귀여운 이야기가 가득 담긴 <웰컴 투 삽질 여행>에서는 그야말로 삽질의 이야기가 담겨 공감을 자아낸다. 



유럽에서 아시안 여자로서 으레 당했을 캣콜링, 예상하지 못했던 더위와 추위로 황태가 되는 경험을 하는 것은 예삿일도 아니다. 패키지 여행을 떠나면서 가이드님과 코드가 안맞은 경험을 한 사람이 얼마나 많겠는가. 그동안은 그저 헤프닝으로 남겨뒀던 이야기를 이렇게 읽어내리고 있자니 그 어떤 순간보다 여행이 그리워졌다. 그게 비록 삽질일지라도, 여기에서의 삽질은 처음일 테니까.


코로나가 터지고 나는 여행에 대한 컨텐츠를 아예 차단해버렸던 것 같다. 가지 못하는데 평화롭고 여유로운 여행의 사진들을 보자니 배도 아프고, 여행을 안다니는데 쌓이지 않는 통장의 잔고 사정도 한몫하리라. 그런데 의외로! 삽질을 가득 담은 이 책이 나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가져다 주었다. 아마 진짜 여행의 모습은 숱하게 저지르는 이런 삽질을 바탕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패키지는 물론 자유여행과 어학연수 등 다양한 모습을 담은 이야기는 여행에 대한 마음 깊은 애정과 누구나 했을 법한 실수에 대한 공감을 보내게 한다. 일상조차 조금은 지치고 버거운 요즘, <웰컴 투 삽질여행>을 통해서라면 2년전의 사진을 보며 마냥 아쉬워 하기 보다는 즐겁게 지난 여행을 떠올려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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