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로 가난해서
윤준가 지음 / 미래의창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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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대체로 가난해서,


오늘치의 행복만을 위한.


Poverty charges interest.


가난에는 이자가 붙는다.


언젠가 SNS에서 본 이 문구만큼 가난을 잘 설명한 한마디가 있을까 싶다. 올 해 치아검진을 받을 돈이 없거나, 혹은 치아를 잘 관리할 여유가 없다면 내년에는 임플란트의 비용을 부담해야 할 지도 모른다. 오늘 좋은 매트리스를 살 돈이 없다면 언젠가 허리 수술를 결정해야 할 날이 올지도. 가끔은 낭만적인 분위기를 준다는 이유로 미화된 가난의 모습, 상대적으로 가난해서 느껴지는 박탈감부터 일상적으로 가난해서 겪을 수 밖에 없는 씁쓸함,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치의 행복정도는 누릴 수 있다는 소신이 담긴 에세이. [대체로 가난해서]에서는 그 모든 가난의 모습을 만나 볼 수 있다.


겉보기에 더럽고 너저분하다고 손가락질 하기 전에,


혹은 너무 빨리 판단해버리기 전에


조금만 더 넓은 마음으로 생각해주면 어떨까.


더러워서 가난한 것도,


가난해서 더러운 것도 아니고


더러워보일 수 밖에 없는.


그런 어쩔 수 없는 일들이 세상에 있다.


돈은 있는대로 써야 직성이 풀렸던 20대 초반의 대학생 자취 시절, 돈은 언제나 없었다. 그러다 뜬금없이 돈까스 소스에 볶아진 볶음밥이 너무나 먹고 싶었다. 그런 메뉴가 있는지도 몰랐는데 그냥 막연하게 몇날 몇일 생각이 나기에 마트에 가서 장을 보는데 문득 돈까스도 없이 돈까스 소스만 사면 자주 가는 동네 마트에서 왠지 "가난해보이는" 애가 될까 무서운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어이없는 고민인데, 사는 품목이 즉석밥과 돈까스 소스만 있을 예정이라는 것을 고려해주길.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일부러 먼 대형 마트에 가서 이것 저것 들을 구매하고 자그마한 돈까스도 구매하면서 장을 봤던 기억이 난다.


나에게 "가난한 적이 있었던가"를 물어본다면 선뜻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가난을 두려워하는가"를 물어본다면 망설임없이 그렇다는 대답이 나온다. 가난은 사람을 주눅들게 하니까. 취향을 없애고 꿈을 없앨 것 같으니까. 가난해서 포기하는게 있게 된다면 너무 비참하잖아. 라는 어린 생각은 언제나 가난을 무서워하게 만들곤 했다.


그런 나를 부끄럽게 만들듯, 작가는 "가난"에 대해 소소한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가난해서 슬펐던 기억, 가난해서 그렇구나를 깨달았던 기억. 가난함에도 불구하고 행복했던 기억. 그리고 가난을 딛고도 행복해질 다짐. 그런 담백하고 솔직한 글들을 읽어내리다 보면 가난은 두려워 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안고 가야 하는 존재임을 느끼게 되는 듯 하다. 누구와 비교해서 가난하다고 느끼고 부유하다고 느낄 것이 아니라 인정해야 할 것이 아닐까.



결혼과 함께 내가 받은 숙제는 가난한 삶을 어떤 방식으로 부모님과 다르게 돌파해나가는지 보여드리는 것이다.


더 산뜻하고,


되도록 행복하게.


최대한 덜 힘들이며 살아나가고 싶다.


가난이 이렇다 저렇다 하면서 마음을 무겁게 하지 않는 [대체로 가난해서]는 우리네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흔하게 마주할 수 있는 선택지에서 저자가 "대체로 가난하기 때문에" 내려야 했을 결정을 따라가도록 한다. 그 선택 과정에서 저자는 자신의 취향을 위해 결혼식은 "싼" 웨딩식장 에서 하지 않고 교회를 선택하기도 하고, 때로는 그정도를 감당할 여유는 없기 때문에 PT를 받지 않기도 한다. 살아가면서 그정도 고민 안한 사람이 있으랴, 싶겠지만 "대체로"가난하기 때문에 내리는 결정들이 대체로 신선하기도 하고, 가끔은 울컥하기도 할 정도로 공감이 간다.



여행에 대해 이야기 하기 시작하면 그건 돈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과연 어떤 사람은 전세 보증금을 들고 세계 여행을 떠났고, 어떤 사람은 통장에 100만원만 모이면 바로 여행 계획을 세운다고 했다.


나는 그런 용기도 열정도 없었다.


그러니까 남들이 애를 써서 다니는 여행에 대해 열등감을 느끼거나 불평할 자격도 이유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가난을 이제 두려워하지 않기로 했다. 만약 가난해서, 상대적으로 여유가 없어서 무언가를 포기하게 될 상황이라면 가난을 탓하기 보다는 기꺼이 끌어안을 배포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가난해서 포기한 게 아니야. 그냥 교통사고 처럼 우연하게, 가난하고 유난히 여유가 없는 순간에 그런 선택지를 마주했으리라.

그러니 너무 큰 미래를 위해 오늘의 행복을 불평하고 무시하기 보다는,


오늘치의 행복을 살기 위한 적당한 정도의 가난을 안고 살아갈 수 있길 바래 볼 수 있었다.


누구에게 비교한다면 어느 누군들 가난하지 않으랴. 그저 "대체로 가난하기 때문에" 내릴 수 있는 최선의 결정을 통해 오늘치의 만족과 오늘치의 행복을 충분히 즐길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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