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무심해도 괜찮아 - 세상에 쉽게 상처받는 초민감자를 위한 심리 처방
오라 노스 지음, 강성실 옮김 / 미래의창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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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한테 고민을 말하면 속이 좀 시원해지는 느낌이야". 친구는 술자리에서 이렇게 말하곤 했다. 단골 호프집에서 나누기엔 무거운 주제의 고민을 들어주며, 지대한 공감을 보내며. 진이 빠진 나는 속으로 생각하곤 했다. '넌 속이 시원한데 내 속은 무겁네.'. 공감을 잘 해준다는 말은 언제부터인가 칭찬 보다는 부담으로 다가오곤 했다. 그렇게 세상에 쉽게 상처받고, 남에게 맞춰주며 배려하는 것이 일상인 나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은 무심함이었을지도. 공감능력이 뛰어난 초민감자를 위한 심리 처방이 담긴 <조금 무심해도 괜찮아>에서는 그 무심함에 대한 이야기가 담겼다. 타인의 감정에 흔들리지 않고, 공감은 하되 나의 삶의 중심을 지키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는 6월의 심리학 도서. 


저자는 감정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상대방의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알아차리는 공감능력을 가진 사람을 "초민감자"로 칭한다. 관계 중심적인 우리 사회의 특징을 고려한다면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초민감자로서의 고민을 가지고 있을 듯 하다. 특히 몇년 전부터 화두로 떠오른 표현 "감정쓰레기통"이라는 표현에 빗대어지는, 남의 고민과 엄청난 감정을 습관적으로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사람들에게는 더없는 위로가 될 책일지도 모르겠다. 이 글을 적고 있는 필자 또한 20대 초반, 남의 고민과 감정을 어떻게 받아주고 처리해주는 지에 대해 미숙한 상태에서 나 자신을 제대로 돌보지 못해 답답함을 느꼈을 때가 있었다. 당시에는 어떻게 이 답답함을 해결해야 할 지 몰라 그저 모든 관계를 차단하곤 했었는데, 만약 이 책을 조금 더 일찍 만났다면 조금이라도 더 현명하게 그 과정을 해결할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아쉬움마저 남는 독서였다. 


우리 삶의 절반은 어둠 속에 있는데, 어떻게 항상 빛 안에만 머물 수 있겠는가? 하루가 끝나갈 때 밤은 필연적으로 오기 마련이다. 



우리는 모두 그림자를 가지고 있다. 


책은 초민감자, 혹은 공감능력으로 인해 오히려 고통을 겪는 이들의 특징을 살펴 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우리의 민감성으로 인해 마주하는 어두움에 대한 공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2장에서는 그림자를 이해하는 심리학을 함께 한다. 그리고 그 민감성의 시작, 감정을 올바르게 표현하는 감정 에너지의 분출방법과 공감능력으로 인해 감정의 주인을 찾는데에도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감정의 주인찾기를 심리학과 이어 설명한다. 


자신을 잘 알게 되기 까지는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 자신의 감정을 진정으로 파악하고 해결하려면 사람들과 떨어져 있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 사람들과 떨어져 있으면, 다른 이들의 에너지와 거리를 두고 자신의 에너지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다. 


이러한 감정의 주인을 찾았다면 나의 중심을 위한 너와 나의 경계선을 뚜렷하게 할 필요가 있기에 6장에서는 그 경계선에 대한 심리학을, 7장에서는 그러한 인간관계에서 나의 에너지를 지키는 법을 함께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러한 민감성과 공감능력을 정말 나의 장점이자 능력으로 바꾸기 위한 조언이 담겨있다. 모든 과정에서 초민감자를 위한 실천리스트가 함께 하고, 실제 상담가로 활동중인 저자가 겪은 다양한 상담 사례가 담겨 있어 모든 과정은 쉽고 재미있게 다가온다. 


당신이 자신의 경계선을 존중할 떄 느끼는 만족감과 힘은 일시적 죄책감보다 훨씬 크다. 



나를 위한 선택을 허락하라. 


책의 표지에는 "남에게 맞춰주다가 내 인생을 끝내고 싶진 않아"라는 말이 적혀있다. 올해 초, 습관적으로 남의 고민을 들어주다가 지쳐 버렸던 내가 스스로에게 되뇌였던 말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긍정의 에너지는 바닥을 쳤고, 남의 고민을 들어주는 것 자체가 부질없이 느껴지곤 했다. 들어주고, 공감을 해주는 것은 너무 쉬운 일이었는데. 언제부터 그 과정이 고통으로 다가왔던 것일까. 그런 과정에서 나는 나 스스로의 고민에도 지쳐버리곤 했다. 그런 내게 많은 책과, 사랑하는 사람들은 기꺼이 거리를 두라고 조언했다. <조금 무심해도 괜찮아>에서 또한, 내 인생에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이고, 내가 건강하고 아름다울 때 비로소 남에게 행하는 공감이 빛을 발한다고 말하는 듯 하다. 그러니 오늘도 아직 조금은 지쳐있는 나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길. 나 부터 생각해도 괜찮다고, 조금 무심해져도 나는 그저 나일 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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