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라도 시작하는 게 훨씬 낫지 - 80이 넘어 내가 깨달은 것들
메흐틸트 그로스만.도로테아 바그너 지음, 이덕임 옮김 / 미래의창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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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나이듦에 대한 새로운 시선


 - 늦게라도 시작하는 게 훨씬 낫지


 / 에세이 추천


할머니, 할아버지는 나의 많은 것들을 완성시켜주었다. 어린 시절의 할머니는 나에게 언제나 돌아갈 수 있는 쉼터같았다. 초등학생이 되어 모든 것에 궁금증을 가지던 내게 할아버지는 모든 것을 다 아는 척척박사셨다. 할아버지가 알려준 과학의 이론들이 많이 틀린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20대 후반의 지금에서도 그 이론은 생생하게 기억날 정도다. 머리가 좀 컸을 쯤, 박막례 할머니를 처음으로 만났다. 세상의 모든 것을 처음 본다는 듯이 신나하시는 모습에 그 분의 인생 절반만치도 살지 않았으면서 모든 것을 안다 생각한 내가 얼마나 부끄럽던지. 그 이후로 노년은 다양한 모습으로 나의 주변에 있었고 어떤 때에는 생각보다 가깝게 느껴지기도 했다. 오늘, 내가 만난 또다른 최고의 할머니를 소개하려 한다. 80이 넘어 깨달은 것들을 알려주는 독일의 키가 작은 할머니. 메흐틸트 그로스만의 [늦게라도 시작하는 게 훨씬 낫지] 이다. 


치열하게 살았던 순간들은 소중하다. 


그것이야말로 당신이 가진 가장 소중한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새롭게 행복의 순간들을 만들어내겠다. 지금 현재.


시험에, 여러 마감에, 일에 치여 한참을 미루던 책을 집어들었던 엊그제 밤, 나는 좀처럼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어떤 순간은 단호하게, 어떤 순간은 부드럽게. 하얗고 보드라운 머리카락이 느껴지는 듯 다정한 문체에 한순간에 매료되었다. 지쳐서 몇페이지만 읽어야지, 싶었는데 부드러운 이불 속에서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밤늦도록 읽어 내려가며 한참을 깔깔 웃고 훌쩍 훌쩍 울었던 시간이었다. 



나이듦이란 무엇인가, 25살이 되던 생일, 농담처럼 주변의 사람들이 말하는 '꺾인다'의 표현이 너무나도 싫었다. 26살 때 헬스장에서 만난 트레이너는 이제 곧 서른인데~ 라는 말을 했다. 나는 그 뒤로 그 트레이너를 본체도 하지 않았다. 이상했다. 시간이 가면 나이는 드는 거고, 그에 맞게 나는 또 매일을 새롭게 살아야 하는 것 뿐인데 왜 자꾸 그 시점 시점마다 무언가를 바라고 포기하기를 기대하는지. 솔직하게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에 대한 답을 속 시원하게 내려주는 할머니 저자의 글에 자꾸만 눈물도 나고 웃음도 났다. 


인생 최고의 시기는 노년에서 끝나지 않는다! 


어쩌면 노년은 단지 시작일지 모른다. 


무릎이 쥐어짜듯 아프건 말건 매일 아침 눈을 뜨면 크고 다채롭고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에 대한 기대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할머니의 조언은 삶의 모든 방면에 걸쳐 다정하고 부드럽게 , 유쾌하고 솔직하게 진행된다. 남편의 장례식에서 느꼈던 사람들의 온기, 그리고 데이트를 하는 손녀를 바라보면서 느끼는 솔직한 감정. 얼마나 입겠어, 망설이다 구매하는 코트에 대한 시원함이 모두 느껴진다. 재미있는 것은 그 모든 것을 20대의 나도 느낀다는 것이다. 나에 대해서, 그리고 부모님에 대해서. 감사하게도 아직 정정한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보면서 막연하게 생각했던 모든 것들을 유쾌하게 풀어내는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걱정했던 것도 더이상 무섭지가 않을 정도다. 코로나로 생각만 늘어나는 요즘, 가장 추천하고 싶은 책. 


느린 걸음걸이가 당신의 삶의 속도를 늦추고 순간 속에서 살도록 만든다.


나이는 등록할 필요가 없는 명상코스이다. 


메흐틸트 할머니의 매력은 그 모든 나이듦의 과정을 지나치게 미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허리가 아프다는 것도, 살이 늘어진다는 것도 모두 다 솔직하게 말하고 그것이 너무 좋다고도 하지 않는다. 다만 그런 노화의 과정들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전한다. 그런 글들을 읽다 보면 세상 사람들이 나에게 나이가 들었다고 하는 것도, 우리 엄마가 흰머리를 보며 한숨짓는 것도 모두 다 별일이 아닌 것으로 느껴진다. 시간이 가면 나이는 들고 몸은 변한다. 하지만 긍정적인 것은 세상도 변하고 나도 자란다는 것이다. 우리는 성인이 되고 나면 성장을 멈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80이 넘은 이 할머니도 마음은 20 그대로라고 말한다. 그러니 스물 몇의 내가 왜 나는 아직도 그대로인것 같지 하는 고민을 가지는 것도 웃기는 일이다. 긍정적으로 모든 과정을 받아들이며 때로는 신릴한 비판도 이어가는 할머니의 태도를 조금이라도 본받고 싶은 4월의 마지막날이다. 


징징거리는 게 내 삶이 행복해지는 데 도움을 주지는 않는다. 과거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이 제 그 모든 것이 얼마나 덧없는지 낱낱이 이야기 해봤자 일상의 멋진 순간만 망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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