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다섯, 출근하기 싫어졌습니다 - 회사에 영혼 갈아넣다 번아웃 맞은 모든 삼십대를 위해
재키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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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애쓰지 말고 현명하게, 직장생활 조언


- 서른다섯 출근하기 싫어졌습니다.


뭣도 모르고 알바인 줄 알고 지원해버렸던 20대 초중반의 논술학원. 원장선생님은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강의를 하곤 했던 나에게 퇴근시간 마다 늘 "애쓰셨어요." 라는 인사를 하셨다. 덜컥 달게 된 "선생님" 이라는 직책에 질려버렸던 건지, 내 위로는 40대 선생님들 뿐인 작은 학원에서 마음 둘 곳을 못 정해 외로웠던 건지. 그 "애썼다." 라는 말이 너무 싫더랬다. 그 이후로도 "애썼다."라는 말은 한참이나 부정적인 느낌으로 다가와 알량한 자존심을 들쑤시고는 했다. 업무든, 생활이든 어떤 시점에 다다르면 이 "애" 라는 걸 쓸 수도 없을 때가 있다. 애를 쓰고 기를 써서 노력해봐도 무엇도 나아지지 않는 것 같은 진흙탕에 빠진 느낌. 공회전하는 바퀴를 보며 애라도 쓸 수 있으면 얼마나 다행이겠니 하는 때를 마주한 2020년의 마지막 날에 <서른 다섯, 출근하기 싫어졌습니다.> 는 직장생활 그 이상에 대한 조언을 건네주는 듯 하다.


글로벌 제약사의 팀장 까지 오르며 승승장구를 달렸다는 작가는 서른의 중반, 지독한 매너리즘에 빠졌다고 한다. 엄마로서의 역할도, 팀장으로서의 역할도 해내고 있지 않은 것 같은 느낌, 그 어떤 것에도 예전처럼 열정과 사랑을 퍼붓기 어려운 것 같은 순간이었다고. 사표를 던지고 도망치듯 나와 보니 30대 중후반의 많은 #워커홀릭 여성들이 본인과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조금 더 좋은 팀장이 되어 볼 걸, 이라는 후회로 시작한 여성 대상 컨설팅은 때로는 언니처럼, 때로는 선배처럼 건네는 조언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결국에는 여성을 위한 여성 리더십 프로그램 '원더우면 프로젝트'의 코치로 활동하며 다양한 환경에서 애로 사항으로 힘들어하는 여성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 실행 하고 있다.



삼십대 중반의 그녀가 마주한 매너리즘은 사실 20대 중반의 내가 직장생활에서 마주쳤던 슬럼프와 다르지 않다. 여성 직장인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아마 결국 적합한 #롤모델 을 찾기 어렵다는 것 아닐까? 나는 힐러리처럼 대통령이 되고 싶은 것도 아니고, 그저 일을 정말 열심히 해내며 지금 내게 괜한 용심을 부리는 저 남자 과장님보다는 더 좋은 상사가 되고 싶은 정도인데. 어찌된 일인지 회사는 물론이고 회사에서도 그 롤모델이자 멘토를 찾기가 정말 어렵다.


직장생활을 멋지게 해 나가며 나의 커리어와 바닥난 열정 사이에서 고민하는 삼십대의 #워커홀릭 은 물론 시작부터 벽을 넘어야 하나 싶은 사회 초년생 까지 저자 재키는 직장을 바라보는 태도와 여성으로서 직장 생활의 똑똑한 관계를 이루는 법,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커리어 설계와 결국 이 모든 것을 바쳐주어야 할 체력과 재테크까지 다루며 다정한 조언을 건네준다.


물론, 여성의 시선으로.



뭔가 잘못 되었다는 느낌은 일이 아니라 삶과 일을 바라보는 태도를 바꾸라는 신의 메시지 였다. 그것은 소유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의 문제였다.


딱히 큰 문제가 없는 삶을 사는데도 뭔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그렇다면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열심히 타석에 서서 배트를 휘두르며 체력을 기르자.


홈런은 칠 수 없을 것이라고 타석에 서는 것 까지 양보하고 포기하면 영영 기회는 오지 않는다.



30대를 바라보는 시선으로, 그보다 조금 더 인생에 대한 지혜가 있는 이의 입장에서 쓰여진 책은 사회 생활에 많은 욕심을 가지고 있는 20대나 30대 초반의 여성들에게 조금 답답하게 다가올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책의 중반에 잠깐 했다. 하지만 얼마 전 출산을 하고 당연히 아이를 위해서는 나의 커리어는 조금 더 미뤄도 될 것 같다는 결정을 내린 지인의 말을 떠올리고는 세상은 아직 바뀔 것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말은 앞으로 5년, 10년 어쩌면 20년 뒤에도 우리 세대가 뛰어 넘고 무너뜨려야 할 장벽들이 많을 것이라는 것이다. 아마 수많은 남성들이 써오던 직장 생활 조언이 덜 "답답"하게 느껴졌던 건 그들이 말하는 세상이 내가 겪은 사회 생활과 조금 달랐기 때문이 아닐까. 여자가 여자의 시선으로, 여자에게 쓰는 조언의 이야기가 조금 더 "답답"한 이유는 나도 이 이야기가 사실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은 아닐까.


올 한해는 모두에게, 유난히 힘든 해 였을 것이다. 워킹맘들은 갈 곳 없는 아이들을 안고 울었을 것이고 가뜩이나 좁은 취업문을 두고 많은 지원자들이 더 씁쓸한 고배를 마셔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인생은 계속되고 돈은 또 흘러 나간다. 모든 것에 지쳐 포기하고 싶은 지금, 회사를 향해야 하는 걸음이 자꾸만 뒷걸음질 친다면 <서른다섯, 출근하기 싫어졌습니다.>는 겨울밤의 따끈한 차 한잔 같은 조언으로 우리를 감싸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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