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괜찮아 - 엄마를 잃고서야 진짜 엄마가 보였다
김도윤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서평]


가장 가까이에, 가장 먼 곳에 있는 엄마를 향한 에세이


- 엄마는 괜찮아 / 김도윤 지음



신이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어 어머니라는 존재를 만들었다, 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 문장은 자꾸 엄마가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게 만들기 때문이다. 신도 소녀였던 적이, 꿈많은 20대를 보내고 복잡 미묘한 감정으로 30대를 마주했던 여자였던 적이 있다면. 밤잠을 설치고 마음을 졸이며 아이를 키우고 그로 인해서 모든 것을 이해하고 품을 수 있는 성인이 되었다 할지라도, 가끔 술이 과한 밤에는 생각만 해도 눈시울이 붉어지는 우리 엄마가 진짜 신이라고 해도. 나는 엄마를 영원히 그 이름으로 기억하고 싶다. 엄마의 인생은 그 이름 석자로 충분했으면 하니까. 누구에게나 어떤 방식으로든 존재했을 어머니에 대한 아픈 기억을 그러모아 펼쳐낸 #김도윤작가 의 #엄마는괜찮아 에는 어머니의 부재로 비로소 느끼는 저자의 공허함이 담겼다. 마지막을 보고서야 첫 만남을 그리워 하는 것은 모든 사랑에 적용되는 이야기 인가 보다. 

책은 어머니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어느 것 하나 스스로 선택한 적이 없던 어머니가 마침내 선택한 스스로의 마감, 자살. 무거운 단어에 어머니라는 주어가 붙으니 고요한 호수에 떨어지는 돌덩이 만큼이나 큰 파장이 일었다. 읽는 것 만으로도 손이 떨리고 마음이 불편했다. 마주하고 싶지 않은 가능성, 없었으면 좋겠는 허구의 이야기 아닌가. 하지만 몇권의 책을 써오며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져주었던 김도윤 작가는 1장의 어머니의 죽음을 시작으로 어머니와의 기억의 파편들을 모으고 다시 헤집으며 눈물로 얼룩졌던 기억들에 색을 더한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엄마의 맛은 찾아볼 수가 없다.


내게 익숙하고 편안한 그 맛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어쩌면 그 맛보다 더 그리운 건, 엄마와 마주 앉아 있던 시간인지도 모른다.


어버이날이 다가오는 5월, 누군가는 선물에 대한 마음으로 하루가 무거울 수도 누군가는 선물의 수령인이 없다는 이유로 마음이 무거울 수도 있겠다. 아르테에서 보내주신 책의 표지를 바라보며 모두가 효도해야 한다고 외치는 것 같은 5월에 엄마의 우울이라니. 엄마의 죽음으로 인한 개인의 삶이라니 고개를 저었다. 고진감래니 뭐니 하는 사자성어가 무색해질 만큼, 빈속에 밀어넣는 한약 만큼이나 씁쓸한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자꾸 화가 났다. 나 또한 그랬기 때문이다. 가장 소중한 사람이, 가장 행복했으면 좋겠는 사람이 자꾸만 내뱉는 아픈 말들을 나 편하자고 뒤로 미루었던 그 날들. 하지만 작가는 무너지지 않았다. 형의 우울증과 정신 이상, 어머니의 우울증과 투병. 그리고 자살 이후 시작된 스스로의 우울증을 마주하며 기억의 경계를 흐리기 보다는 또렷하게 표시해간다. 힘들고 잔인한 과정에서 결국 우리는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그러기 위해서는 불행을 기꺼이 견딜 면역력을 길러야 한다는 것을. 그 면역은 상대방의 우울 뿐 아니라 나 자신의 부족함도 포함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 삶이 힘든 이유 중 하나는 과거의 기억이 쉽사리 잊히지 않기 때문이다.


한번 자리 잡은 안 좋은 기억은 내 마음대로 끌 수가 없다.


그냥 전등을 켜 놓은 채로 밤에 잠을 자는 것에 익숙해져야만 한다.


중요한 것은 그사이에 내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다른 무언가를 천천히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래야 나을 수 있다.


쉼 없이 흐르는 시간 사이에 나를 사랑할 수 있는 다른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것.


나는 그렇게 아주 조금씩 


우울증에서 벗어났다.


그러자 내일이 보이기 시작했다.


잊지 못하는 기억을 위해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선택은 나를 탓하는 것이다. 그러면 끝은 늘 언제나 빠르게 찾아온다. 그저 울어버리고 나를 자꾸 낮은 곳으로 향하게 하면 , 기억은 끝이 날 지언정 내일의 빛이 없다는 걸 깨닫는다. 앞으로 나가는 것 같았는데 사실은 아래로 향했다는 걸 깨닫고 엉엉 울었다는 37살의 저자가 써내려온 글에는 우울증이 끝났다는 말이 없다. 그저 살아가야 함으로, 우울이라는 전등을 켜고 잠드는 밤을 내일의 빛이라는 꿈으로 채우는 연습. 이 모든걸 너무 아프게 배우게 했던 단 한사람의 말로를 기꺼이 공유해준 작가에게 감사한 책이었다.


아픈 기억을 내보이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보다 더 어려운 일은 과거의 진실을 마주하고 이겨내는 일이다. 푸념은 쉽지만 반성은 어렵듯이, 소잃고 외양간을 고친다는 작가는 정말 소중했던 누군가를 놓친 시작을 공유하며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지금부터 잘하자는 지겨운 말이 아니라 어떻게 과거의 나를, 엄마를, 가족을, 또 고통받는 타인을 어루만질 것인지. 여름이 성큼 다가온 5월, 준비해야 할 것은 여행의 짐 뿐만이 아니라 든든하게 버텨줄 마음의 둑이라는 걸 깨달은 나에게 좋은 주춧돌로 삼을 수 있었다. 더운 숨이 가쁜 지금 잠시 멈춰 가장 소중했던 어머니에게 평소에는 낯간지러워서 못했던 사랑한다는 말을 어버이날 핑계삼아 전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