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언니처럼 살기 싫은데
박혜림 지음 / 바른북스 / 2019년 12월
평점 :
절판



해외 여행을 가는게 좋은 건지 잘 모르겠다는 친구의 말에 일년에 두세번 정도는 꼭 해외여행을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는 필자는 말한다. 


뭐, 그럴 수도 있지.


대립하는 주제의 발생에서 "뭐, 그럴 수도 있지. " 라는 말은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일당백의 포용과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바야흐로 “결혼적령기:20대 중후반” 에 들어선 지금, 사회에서 이 말이 잘 통하지 않는 주제가 있는 듯 하다. 바로 결혼이다.

남자를 위해서도 살아보고, 나를 위해서도 살아보고 자식을 위해서도 살아본 박혜림 작가가 써 내린 <난 언니처럼 살기 싫은데>에는 평행선마냥 좀처럼 모아지지 않는 결혼과 육아에 대한 솔직한 대담이 담겼다.

이 책의 서평을 덥석 물어버린 것은 얼마 전 벌어진 기혼자인 친구와의 말다툼에서 시작한다. 제일 친한 우리끼리는 모든 것을 나누기 마련이라 개인적으로는 알고 싶지 않은 결혼의 실제를 많이도 마주했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까지 가지 않더라도, 그저 있는 현실 그 자체만으로도 뭐, 그럴 수도 있지 라는 말이 나오지를 않았다. 불편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나에게 친구는 말했다. 너도 해보면 알아. 사랑을 담아 대답했다. 왜, 그렇게 살라고?


결혼과 출산을 논할 때는 현실적이고 비관적인 태도로 일관하지만 다가올 미래는 그저 막연하게 잘 될 것이라 믿는 이들은 낭만주의자나 낙관론자에 더 가깝다.

...

지금 비혼, 비출산을 선택한 덕분에 행복한 노후를 맞이했다는 것은 직접 증명하는 방법밖에 없다.

인생에 있어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결혼에 대해 기혼자와 미혼자, 또는 비혼자의 입장은 그 어떤 정치적 논쟁 보다도 첨예한 대립의 양상을 띤다. 기혼자가 말하는 따뜻한 집의 분위기와 가정의 단란함은 싱글의 자유를 추구하는 누구에게는 족쇄처럼 보이기도 하고, 정해진 바 없이 나를 위해 살아간다는 혼자족의 유쾌함은 그저 피터팬 증후군 처럼 비춰지기도 한다.

모든 입장 차이에서 당연하겠지만, 양쪽의 입장에는 분명한 장점과 단점이 있다. 그리고 여기 [난 언니처럼 살기 싫은데] 에는 그 인생을 살아온 한 여자이자, 아내이자 엄마인 동시에 한 사업을 훌륭하게 이끌어 나가는 여성 대표의 삶을 모두 살아 온 작가 또한 그 모든 장단점에 대해 백퍼센트 솔직한 스스로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가난보다 극복하기 힘든 게 바로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의 대물림' 이니까

#비혼 과 #비출산 ,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주제들은 솔직한 스스로의 경험과 허물없는 언니 동생간의 대화 형식으로 담백하게 담겨 부담 없이 진행된다. 대립의 여지가 있는 모든 논쟁거리들이 그렇듯, 결혼과 출산에 대한 상호간의 장단점은 아주 뚜렷하다. 모든 것을 얻어보기도, 모든 것을 잃어 보기도 했던 언니의 담담한 이야기와 현재의 소중함을 간직하고 싶은 동생의 진솔한 속마음의 대화를 따라가다 보면, 영원히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아 늘 어려웠던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순간이 온다. 그때는 비로소 '기혼자' 와 '비혼주의자' 등의 제도적 관습의 추구 여부와 관계없이 서로를 온전하게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그제서야 "그럴 수도 있지" 라는 말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다.


함께 사업체를 운영해 나간다는 언니와 동생의 이야기는 저녁 노을이 지는 때의 술자리 대담처럼 칼칼하지는 않다.

결혼과 육아에 대한 불안, 경험, 현실과 이상을 그저 조곤, 조곤 이어나갈 뿐이다. 한 낮의 햇살에 조금 나른해져 지금 이 순간에 대해서 서로의 기호를 말하는 포근한 느낌이 날카로운 주제를 부드럽게 감싸준다.

다가오는 설날, 만날 일가 친척들의 반가운 얼굴 보다는 벌써부터 지겨운 결혼에 대한 잔소리가 들리는 듯한 지금. 한번 쯤은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첫 걸음을 이 책으로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날 선 마음을 조금 동그랗게 만들어 줄 라떼 한잔과 함께 하는 오후, 책의 끝 장을 넘길 즈음엔 얕은 한숨과 함께 아주 약간은, 서로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될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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